김언희
성윤석
우리 선자들에게 넘어온 시는 총 786편이었다. 올해는 태작들도 많았던 반면 일정한 수준으로 고른 기량을 가진 분들도 골고루 응모해 와 문학의 위기와 위축의 시대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는 문학에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응모작들의 주된 주조는 경기부진과 어려운 세태, 사회 혼란 탓인지, 거시세계보다는 미시세계에 가까웠다. 자영업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시편들도 여럿 있었고, 일상의 소품들과 거리 풍경, 자연, 가족간의 관계에 대한 해석들이 많았다.
마지막까지 선자들에 남겨진 작품들은 열 분이다. 열 분의 작품들 중 우리 선자들의 의견이 쉽게 일치한 시 당선작은 진혜진의 ‘앵두나무 상영관’이었다. 진혜진은 당선작 외에 함께 투고한 시편들에서도 당선작에 버금가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미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시집 한 권 정도 분량의 작품을 가졌음직한 자유로움과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신춘문예 출신 시인들이 당선 후 일 년 만에 대부분 사라지는 상황에서 시를 오래 쓸 것만 같은 신인을 만나 기뻤다. ‘앵두나무 상영관’은 앵두를 거리의 빛에 대비해 사람의 내면과 일치시키는 활물의 비유를 개성있게 선보인 작품이다. 앞으로 쓰는 자로서의 강건한 정신의 높이를 획득해가는 큰 시인으로 대성하기를 바란다.
당선작은 되지 못했지만, ‘버클’의 이희라, ‘삼각김밥’의 장시은, ‘온순한 짐승을 따라가다’의 이규정, ‘현호색 풀밭’의 김신유 등이 신선하고 재기발랄한 시적 세계를 선보였으나, 편차를 보여 끝까지 선자들을 아쉽게 했으며, ‘악성바이러스 치료하기’의 김혜강, ‘사막의 저녁’의 이선유, ‘이대 팔’의 정연희, ‘잡초의 발견’의 최수안, ‘합석’의 채선정 등도 풍부한 시적 기량을 갖추고 있으나, 뒷심이 부족해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분들도 꾸준히 정진하면, 머지않아 지면에 등장해 좋은 시인으로서의 기량을 충분히 선보일 자질을 갖추고 있으므로 다음을 기약한다.
(심사위원 김언희·성윤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