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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정오복(사회2부 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6-05-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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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대 총선 후 한 달, 사천 지역이 어수선하다. 한국농어촌공사 지방조직 통폐합 과정에서 인구가 2배 이상 많고, 지자체 재정규모가 훨씬 큰 사천이 하동에 ‘흡수 통합’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천시민들의 반감이 고조되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지방조직 효율화를 위해 오는 7월 1일부터 사천지사 등 전국 12개 지사를 통폐합하기로 발표했다. 도시화에 따른 농어업환경 변화와 인접 지사 간 교통·행정망, 지사의 자립도와 지속가능성 등을 고려해 지난 2000년 3개 기관 통합 이후 16년 만에 재편한다고 밝혔다. 조직을 규모화해 불필요한 행정 절차와 중복 업무를 줄이고, 농어업인 현장 서비스 품질을 높인다는 목적이다.

    이에 따라 하동·남해지사보다 농지관리 면적이나 농업인 수가 적은 사천지사의 예산·인사·회계 조직과 관리 인력을 하동·남해지사로 통합하고, 생산기반 조성·농지은행·수자원 관리 등 농어촌 현장 지원 기능은 그대로 사천에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지역정서를 고려해 하동·사천·남해지사와 같은 특정 지역명을 앞세우는 대신 경남서부지사로 명칭을 변경하고 사천지부로 둔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계획이 알려지면서 사천지역 농업관련 기관·단체와 시의회를 중심으로 반대 기류가 증폭되고 있다. 이들은 하동으로 통합될 경우 사천지역 농업기반시설 관리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사천 농업인은 민원업무를 위해 하동까지 가야 하는 불편이 크다며 걱정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대부분 농업기반시설 공사 선정이 하동 중심으로 이뤄져 사천지역 업체가 소외되지 않을까 우려도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농민의 편익과 농촌경제를 우선하는 농어촌공사 고유의 목적을 저버린 채 방만한 조직 운영의 피해를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떠넘기려는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사천지사 통합의 경우 ‘정치적 오해’의 소지가 크다는 데 있다. 독립적이었던 사천의 국회의원 선거구가 19대 때 남해·하동과 통합된 이후 하동 출신 국회의원이 연임되면서 사천시민들의 상실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런 마당에 지자체 규모가 훨씬 큰 사천의 지사가 현 의원 출신지역으로 흡수된다고 하니 분노가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20대 총선 결과가 이를 방증하는데, 새누리당 여상규 후보가 무소속 차상돈 후보에게 22.2%p나 앞서는 낙승을 했지만 사천에서는 오히려 4920표나 뒤졌다. 새누리당 정서가 강한 사천이었지만, 차 후보에게 더 많은 표를 던진 것은 지역대표에 대한 간절함이 투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천의 자존감 회복으로 비화되는 통폐합 갈등, 봉합하기 어려울 것 같다.

    정오복 (사회2부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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