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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남의 문제 나의 문제

  • 기사입력 : 2016-08-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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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여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봉하마을이 뜨거운 날씨만큼이나 ‘맹렬한 다툼’에 휩싸였다. 정부가 농업진흥구역으로 지정된 들판 113㏊를 해제하기로 결정하고 행정절차를 밟던 중 이를 뒤늦게 안 영농법인 (주)봉하마을의 이의제기로 95.6㏊를 해제 보류하면서부터다. 해제되면 2~4배 이상 땅값이 오를 것으로 기대한 지주들은 이를 극력 반대하며 논두렁에 제초제를 뿌리는 초강수로 극단적 의사를 표시했다. 반면 영농법인도 친환경 생태농업을 지킬 수 있게 도와달라며 물러섬이 없었다.

    All or Nothing. 지면 모든 것을 잃는다는 ‘위기감’이 양 극단의 전선을 더욱 공고히 했다. 폭염이 먼저 물러날지, 이 지난한 다툼이 먼저 끝날지 누구도 예단하지 못했다.

    말리는 사람도 없었다. 재산권행사와 친환경농업 유지가 같은 등가의 선상에서 운위될 때, 지역사회 누구도 먼저 나서서 말리는 사람이 없었기에 양측의 싸움은 더 가열될 수밖에 없었다. 미루어 헤아려보건대 ‘남의 문제’에는 불개입하는 것이 이롭다는 판단에서였으리라. 김해시도, 경남도도 민감한 질문엔 미꾸라지 빠져나가듯 모호한 언어로 ‘나의 책임’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돈선거 파문이 휩쓸고 간 김해시의회는 무실(無實)하기로는 입도 떼기 아깝다. 말리는 이 없어 숨 고를 틈 없는 싸움에 양측은 각자 상대에게 줄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일지 헤아릴 새도 없었으리라.

    농업진흥구역 해제 여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르면 열흘 내 결과는 발표된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갈등이 컸던 만큼 후폭풍도 못지않을 것이라 걱정이 앞선다. 앞으로도 이어질 ‘봉하의 갈등’이 ‘남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라 여기는 이들이 김해에 늘어나길 바란다. 한쪽에 치명타를 입히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다자(多者)가 머리를 맞대다 보면 ‘All or Nothing’이 아닌 ‘솔로몬의 지혜’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머뭇거리기에 시간이 넉넉지 않다.

    도영진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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