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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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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라이프] 글쓰기 플랫폼과 전자출판

긁적긁적 끄적끄적... 어쩌다가 나도 작가

  • 기사입력 : 2016-08-30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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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랫동안 ‘글 좀 쓴다’는 사람들은 신춘문예나 문학상, 추천 등의 방식을 통해 ‘작가’의 대열에 들어섰다.
     
    그만큼 작가 등용문의 진입장벽은 높았고, 글에 대한 평가 또한 권위적이거나 일방적인 경우가 많았다. 책을 펴내는 일 또한 마찬가지였다.
     
    출판사가 글을 검토해 상업성과 예술성을 판단했다. 하지만 IT의 발달은 이러한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글 쓰는 이와 글을 읽는 이, 책을 펴내는 이와 책을 읽는 이가 따로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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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노엡 ‘옴니글로’

    ▲나는 글 쓴다, 종이에 말고

    작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온라인에 글을 쓰는 ‘글쓰기 플랫폼’은 아직 생소하다. 그러나 개념은 간단하다. 지금까지 여러가지 모습으로 변천해왔던 미니홈피, 블로그, 페이스북 등 IT를 기반으로 한 자기표현 공간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표현수단이 ‘글’일 뿐이다. 정보적 기능과 즉흥적 성격이 배제된, 감성적인 글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 글쓰기 플랫폼의 특징이다. 별다른 꾸미기 기능이 없는 간결한 디자인으로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공유 기능을 확장한 것이 글쓰기 플랫폼의 기본적 콘셉트다. 네이버 블로그나 페이스북이 포용하지 못한 대안적 읽기·쓰기에 대한 욕구가 반영된 것. 상업적으로 글이 혼탁해지는 것을 배제하고, 글 자체의 완성도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 플랫폼 ‘옴니글로’ 편집장 이진희 씨는 “감성적인 글을 써서 IT를 기반한 환경 안에서 공유하고 싶어하는 욕구, 또 이 글을 책으로 펴내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다. 이러한 수요층을 타깃으로 삼은 것이 글쓰기 플랫폼이다”고 말했다.

     
     


    ▲모두가 작가, 모두가 출판사



    현재 괄목할 만큼의 성장을 보이고 있는 글쓰기 플랫폼은 ‘다음카카오’의 ‘브런치’이다. 지난해 런칭한 ‘브런치’는 작가 신청을 받아 심사 후 작가로 승인하는 절차가 있다. 이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글쓰기 내공을 갖춘 이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급부상했다. 군더더기 없이 글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이용자들은 글자 폰트와 이미지 첨부, 레이아웃 등 외적인 부분에 신경을 덜 쓰는 대신 글에만 집중할 수 있다. 일정 정도 작가들에 대한 신뢰도가 답보돼 있는 만큼, 페이스북 ‘공유’와‘ ‘좋아요’를 통한 유입량도 많다는 평가도 있다. 또 호응도가 좋고 작품성이 있는 작가들을 선정해 실제 책을 출판할 수 있는 기회도 다수 마련해 준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동아시아뉴미디어포럼에 참석한 황선아 카카오 브런치서비스 총괄은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은 다른 플랫폼에서도 할 수 있었던 기능이지만, 특정 기능과 감성을 중심으로 사용자들에 영감을 주었다는 점에서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실시간성의 글이 아닌 클래식한 글을 작성하는 사람들의 수요가 크다는 점에 브런치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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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을 기반으로 한 글쓰기 플랫폼도 있다. 창원에 본사가 있는 ‘이노엡’의 ‘옴니글로’다. ‘세상의 모든 것(곳)’을 뜻하는 접두어 ‘omni’와 순 한글 ‘글로(glro)’의 합성어로, 세상 모든 것을 글로 표현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라는 뜻을 담았다. ‘일상문학중심 글쓰기 플랫폼’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8월 현재 600여명이 옴니글로에 자신이 창작한 글들을 공유하고 있다. 아무런 제약 없이, 누구나 접속해 아이디를 만든 후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서비스다. ‘옴니글로’ 서비스에는 지역작가들이 자유롭게 글을 발표할 장(場)을 만들겠다는 것, 지역에 숨어있는 재능있는 작가들을 발굴하겠다는 의도도 함께 숨어있다. 지난 2월 웹을 런칭했고, 하반기에 앱을 출시한다. 지난 6월에는 웹에 게재된 글 중 지속적으로 쓰고자 하는 사람들과 작품 호응도가 좋고 어느 정도 문학성을 갖춘 사람들 21명을 선정해 그들의 글을 엮어 매거진을 만들었다. 글쓰기 욕구를 가진 사람들은 자연히 책을 내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는 점, 그렇지만 자신의 글로 책 한 권을 모두 채우기는 어렵다는 점, 이 두 가지 문제가 겹치는 접점에서 탄생한 매거진으로 1년에 2번 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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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카카오 ‘브런치’



    SNS와 블로그의 중간 형태 플랫폼으로 알려져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게재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방대하거나 블로그에 올리기에는 다소 주제가 가볍다고 느껴지는 콘텐츠를 단시간에 공유하는 데 유용하다. 이메일과 비밀번호, 이름만 입력하면 가입이 가능하다. 키워드를 검색하면 해당 유저들을 팔로우할 수 있어 접근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위터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가 2012년에 만든 블로그 플랫폼이다. 깔끔한 디자인과 복잡한 기능의 최소화를 통해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온라인 출판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출판도 가능하다. 게재된 글들은 트윗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되고, ‘테마’로 묶을 수 있다. 독자가 글쓴이에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협업’ 기능도 있다.


    하루 2번, 오전 7시와 오후 7시마다 새로운 글감을 제시해주는 글쓰기 플랫폼이다. 해당 글감을 통해 습작이 가능한 플랫폼으로 글 쓰는 이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있다. 다른 사람들이 쓴 글을 한데 모아볼 수도 있으며 지금까지 10만 편 가까운 글이 쓰였다. 심플한 기능과 디자인 때문에 모바일에서도 쉽게 글을 써서 SNS에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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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텀블러


    ▲새로운 영역, 전자출판

    글쓰기 플랫폼들의 가장 큰 특징은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인프라라는 점이다. 무료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블로그나 포털에서 제공하는 저작툴도 간편하고 다양하다. 글을 쓰고 선보이는 데 작용하던 진입장벽 자체가 무너진 셈이다. 이는 곧 출판시장의 변화도 부추기고 있다. 2015년 대형 출판사 60%에 해당하는 곳의 매출액이 평균 15%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전자책 출판 시장은 연 평균 30%대의 꾸준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아마존 킨들’과 같은 시장 과점적 전자책 사업자가 등장하고, 전체 도서 시장에서 30%까지 전자책의 비중이 늘어난 상태다. 한국전자출판협회에 따르면 현재 2000여 개 출판사가 종이책 콘텐츠를 EPUB 전자책으로 제공하고 있고, 저자·작가가 직접 출판사를 등록거나 1인 창업을 하는 디지털 기반 전자책, 웹소설, 웹툰을 비롯해 아마추어 작가나 일반인이 발표한 창작물을 기반으로 만든 셀프퍼블리싱, 200억원대 규모의 국내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디지털 학술논문 등이 전자출판 시장을 이루고 있다. 유통의 전 과정을 출판사의 도움 없이 이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자출판은 글쓰기 플랫폼의 성장과 더불어 새로운 출판환경을 구성해 가고 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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