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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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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차바’ 경남 덮쳤다

시간당 100㎜ 폭우에 창원 배수기능 마비
곳곳 침수에 국도 25호선 산사태… 도심 아수라장
만조 겹치면서 해안가 역류 현상

  • 기사입력 : 2016-10-0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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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당 최대 100㎜가 넘는 기습폭우에 창원시 치수방재 시스템이 마비됐다.

    5일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창원 도심을 통과하는 창원천이 한때 넘쳐 시티세븐 앞 창원천 3호교 일대는 흙탕물로 뒤덮였고, 진해구 용원동 의창수협 일대는 어른 허리 높이까지 물이 잠기는 등 곳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또 국도 25호선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차량 운전자들이 2시간 가까이 고립되면서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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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전 제18호 태풍 ‘차바(CHABA)’가 몰고 온 기습폭우로 창원 비음산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국도25호선 양방향을 덮치면서 도로가 마비됐다./전강용 기자/


    특히 만조와 겹치면서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역류 현상이 발생해 상습침수지역인 마산어시장 해안로와 진해 용원 등 해안가 주변의 침수 피해도 컸다. 창원소방본부는 곳곳에서 침수 피해가 발생해 배수 작업에 전 소방차를 동원하기도 했다.

    ◆만조 겹쳐 곳곳 침수피해= 이날 바다를 접한 창원시 마산 합포·회원구·진해구는 물론이고 성산구, 의창구까지 시 전역의 저지대는 대부분 물에 잠겼다. 창원지역이 폭우에 취약한 것은 도시계획 때 시간당 강우량(이하 시우량)을 50㎜ 기준에 맞춰 설계했기 때문이다. 또 바다와 접하고 있어 만조와 겹치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2010년부터 방재기준을 시우량 80㎜로 상향했지만 이번과 같은 기습폭우가 발생하면 대처할 능력을 상실한다. 하수처리 능력도 시우량 30㎜로 설계돼 배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하수관로는 2012년부터 시우량 80㎜에 맞춰 설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창원은 오전 9~10시대에 최고 100㎜가 넘는 시우량을 기록했다. 특히 최대 시우량을 기록한 창원 성산구 중앙동은 이 시간 101㎜나 되는 비가 퍼부었다. 또 이번 태풍 때 중앙동 219.5㎜, 봉림동 204㎜로 마산지역(120㎜)보다 창원지역이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도로와 배수 기능이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창원은 도내 타 시·군과 달리 도심화가 높아 도로와 단독주택 등에도 흙을 찾을 수 없는 구조다. 공단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며 바다와 접하고 있어 만조와 겹치면 비 피해가 우려돼 공장 내부나 주위의 물을 도로로 퍼내는 상황이다. 마산어시장 해안로와 진해 용원 등 해안가 주변과 창원대로 주변, 명곡동 등 하천 주변 지역이 만조 때 역류 현상으로 침수 피해를 당했다.

    창원시는 지난 2009년 7월 16일 창원대로 침수 피해에 따라 방재성능 목표를 시우량 80㎜ 기준(2시간 110㎜, 3시간 145㎜)으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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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전 창원시 성산구 대암초등학교 앞 대방지천 5호교 주변 산에서 쏟아지는 물이 도로에 넘쳐 흐르고 있다. /사진= 전강용 기자/


    ◆방재시스템 강화 시급= 창원시는 마산합포구 해운동 일대와 성산구·의창구 창원대로 주변, 진해구 여좌·태백동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풍수해 저감 종합계획’을 수립해 지난해 6월 국민안전처 승인을 받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승인받은 풍수해위험지구는 167곳으로 모두 3173억원(국비 50%·지방비 50%)이 소요돼 단기간에 사업을 마무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가장 시급한 지역부터 우선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집중호우 시 빗물을 저장하는 우수저류시설과 배수펌프장 설치다. 우수저류시설은 기습폭우에 대비하기 위해 시우량은 80㎜ 기준에 맞췄다. 성산구 중앙동 체육공원 부지 내 지하에 설치한 내동 우수저류지는 최근 완공됐다. 예컨대 내동 우수저류지는 시간당 85.4㎜의 강우를 임계시간인 4시간 25분간 3만6000t의 빗물을 일정기간 저장했다가 비가 그치면 토월천으로 펌핑하는 형태이다.

    배수펌프장 등을 설치하는 마산서항재해위험지구 정비사업은 총사업비 456억원을 들여 배수펌프장(960㎥/1분당) 1대와 1.2㎞의 관로를 매설하는 사업으로 2018년 말께 준공 예정이다. 총사업비 123억원을 투입하는 의창구 팔룡동 우수저류시설 설치사업은 저류시설 3만㎥ 및 우수관로 0.35㎞를 설치하는데, 내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 사업들은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원활한 예산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용원지구는 펌프장을 확장하고 신항 쪽에 배수갑문 등을 설치해 바닷물 유입을 막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지만 관련 기관과 협의가 되지 않아 아직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마산·진해만 도심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5개 지구에 500여억원을 투입해 추진하고 있는 배수설비 공사(6000여 가구)와 하수관거 정비(총 50㎞)사업도 2018년께나 마무리될 전망이다.

    창원시 시민안전과 방재담당은 “내동 우수저류시설이 본격 가동돼 이 지역이 예년처럼 큰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다”며 “하수처리시설과 배수장 시설만으로 기습폭우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빗물을 저장하는 우수저류시설을 중점적으로 설치해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창원시는 태풍이 오기 전인 지난 4일 오후 5시부터 전 부서 직원의 절반이 밤샘 비상근무에 들어갔는데 실제 태풍은 5일 오전에 닥쳐 비효율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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