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차바’는 2003년 9월 태풍 ‘매미’의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당시 태풍 ‘매미’는 만조시간에 맞춰 상륙하면서 해일이 일었고 마산항을 덮치면서 18명이 목숨을 잃었다.
5일 마산만 만조시간은 오전 10시 51분. 때맞춰 태풍 ‘차바’가 상륙하면서 주민들의 긴장감은 더했다. 다행히 마산만은 크게 범람하지 않았고 지난 2003년 침수피해가 발생한 롯데 마산점(당시 대우백화점)을 비롯해 곳곳에서 차량통제 등 사전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오전 10시께 마산어시장에서 바라본 마산만은 범람 직전이었다. 어시장 앞 도로는 쏟아진 비로 차량이 반 이상 잠길 정도였고, 어시장공영주차장 주변 골목길 곳곳은 침수된 차들로 막혔다. 강풍에 간판과 현수막, 가판대 등이 어지럽게 나뒹굴었다.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5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어시장 거리가 침수돼 있다./김승권 기자/
어시장에는 아케이드(지붕)가 깨지면서 시장 안으로 파편이 날아들었다. 이천만 마산어시장상인회장은 “상인들 대부분이 이른 아침부터 장사를 접고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다만 생선 등 재산피해가 크다”고 했다.
자유무역지역 정문사거리에서 마산관광호텔 구간 등 마산어시장 앞 도로와 복국거리, 마산 성지아울렛 등 주변 해안도로는 만조시간대를 전후해 경찰이 통제했다.
30여년째 마산에서 살고 있는 김인자(57·여)씨는 “2003년 태풍 매미의 악몽이 떠올라 건물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태풍이 매미처럼 만조시간에 맞춰 올라오면서 주민들 모두 긴장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이날 자유무역2공구 부근 해안도로에서 바닷물이 범람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경찰 차량통제 이후였다.
해안가를 따라 주차된 차량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이른 오전 보험사 직원들이 현장에 나와 “당장 차를 옮겨야 한다”며 차주에게 연락하며 바삐 움직이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인근 상가와 아파트에서는 지하 주차장 이용을 금지했다. 행인과 상인들이 건물 안으로 대피해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문을 굳게 잠그고,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도 보였다.
태풍 ‘매미’로 침수피해를 겪은 롯데백화점 마산점도 당시 악몽을 재현하지 않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13년 전 지하 5층에서 지하 1층까지 30분도 채 안 돼 물이 들어차며, 상품과 건물을 합해 300억원대 피해를 봤다.
이에 이날은 오전 일찍부터 직원들이 출근해 각 구역을 살폈다. 마산점 지하주차장은 물이 유입되면 자동으로 쇠로 된 물막이가 올라오도록 했고, 1층 등 주 출입문에서는 직원들이 대기했다.별관인 주차빌딩도 지하주차장과 같이 물 유입에 따라 자동으로 물막이가 올라온다.
김현미·김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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