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역대급 ‘10월 태풍’인 ‘차바’가 경남 지역 곳곳에 큰 피해를 남기고 물러갔다.
이번 태풍은 기상청의 당초 예상보다 남해안에 더욱 근접해 스쳐지나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5일 엄습한 태풍 차바로 인해 물바다로 변해버린 진해구 용원 어시장 상가 일대. 배수펌프 고장으로 물빠짐이 더뎌 주민들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다./독자 곽희주씨/
◆10월 태풍 ‘10년에 한번꼴’= 기상청에 따르면 1904년부터 2015년까지 112년 동안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태풍은 모두 345개다. 이 중 10월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단 10개에 불과했다. 이번 ‘차바’까지 포함해 0.1개로 10년에 한 번꼴로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셈이다. 월별로는 8월이 125개로 가장 많았으며, 7월(105개), 9월(80개), 6월(23개) 순이다.
이번 태풍은 특히 경남 해안에 접근할 당시 중심기압 960hPa, 중심부근 최대풍속이 초속 39m, 강풍 반경 280km에 달하는 강한 중형급 태풍으로, 2013년에 큰 피해를 준 ‘다나스’의 진입 당시 중심기압 970hPa, 중심 부근 최대풍속 초속 36m보다 위력이 더 강력했다.
◆시간당 100mm 물폭탄= 18호 태풍 ‘차바’가 몰고 온 강한 비구름은 단시간 내 많은 양의 비를 쏟아부은데다가 태풍의 이동속도까지 빨라지며 피해를 더욱 키웠다.
기상청의 계절전망을 보면 10월 한 달 평균 강우량은 50mm 안팎이다. 하지만 경남 전역에는 4일 밤부터 5일까지 창원 중앙동 219.5mm, 봉림동 204mm, 남해 184mm, 거제 174.5mm를 기록하는 등 단 몇시간 만에 평균 강우량 서너 배를 뛰어넘는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태풍이 북상해 경남 해안을 따라 통과한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 창원과 양산, 통영, 거제, 남해 등의 지역에 시간당 10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져 피해가 컸다.
바람의 위력도 강했다. 이날 최대순간풍속이 통영 매물도 44m, 거제 40m, 창원 23m를 기록하는 등 도내 전 지역을 휘몰아쳤다. 최대순간풍속이 15m가 넘으면 사람이 가만히 서 있기 어렵고, 30m가 넘으면 견고하지 않은 담벼락이 무너질 수 있는 수준이다. 강한 바람과 함께 높이 8m 이상의 매우 높은 물결이 방파제를 넘어가 저지대 침수와 시설물 파손 피해도 잇따랐다.
◆강력한 10월 태풍…이유는?= ‘차바’와 같은 강력한 10월 태풍의 영향력은 여름 더위가 갈수록 심해지고 더 오래 이어지는 이유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부산지방기상청 최주권 예보과장은 “10월에는 우리나라로 태풍이 올라오는 경우가 드물지만 올라올 경우에는 가을 계절적 특성에 기인해 강력한 바람과 폭우를 동반한 강한 태풍의 형태를 보인다”며 “엘니뇨에서 라니냐로 바뀌면서 보통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며 태풍도 그 가장자리를 따라 일본이나 중국 남부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일본 남쪽에 그대로 버티고 있어 처음 예상보다 더 우리나라에 가깝게 태풍이 북상해 피해를 키운 이유”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