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바람과 ‘물폭탄’을 동반한 10월 태풍 ‘차바’가 5일 남해안을 강타하면서 농경지와 도심 저지대 침수 등으로 경남에 많은 피해를 남겼다.
◆경남 강수= 경남은 5일 오후 3시를 기점으로 ‘차바’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창원기상대는 이날 오후 3시 양산 등 8개 시·군에 발령된 태풍경보와 나머지 지역에 발효된 태풍주의보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태풍으로 인한 누적 강수량은 양산 277.5㎜, 창원 219.5㎜, 남해 183㎜, 거제 174.5㎜, 김해 140.5㎜ 등이다. 태풍은 예상보다 빨리 한반도를 벗어나면서 이날 낮 12시께 창원 등 일부 지역에는 비가 그치고 쾌청한 하늘을 드러냈다.
◆경남 농경지 1000여㏊ 피해= 이번 태풍으로 경남에서 농경지 1000여㏊가 침수되거나 유실되는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도 재난안전건설본부는 5일 오후 6시 현재 도내 농작물 968.6㏊와 농업시설 23.2㏊ 등 1000여㏊에서 태풍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했다.
주로 벼 침수가 많았고 과일 낙과, 하우스 피해 등이었다. 지역별 농작물과 농업시설 피해규모는 김해 303㏊, 창원 170.7㏊, 하동 77.5㏊, 고성 77.2㏊, 진주 62.9㏊ 순이었다. 김해 지역은 대동면에서 채소 58㏊와 화훼 62㏊가 침수 등의 피해를 입었고, 의령과 함안 등지에서 비닐하우스 660동이 파손됐다. 중간집계여서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저지대 곳곳 물난리= 태풍 ‘차바’가 남해안 만조시간에 맞춰 지나감에 따라 해안에 접해 있는 시·군의 저지대 곳곳이 어른 허리 높이까지 차 침수피해를 입었다.
태풍 ‘매미’ 때 다수의 인명피해를 냈던 창원시 마산합포구 어시장과 경남대학교 주변 해안도로에도 바닷물이 차올라 침수됐다. 진해구 용원어시장 일대도 침수피해를 피해갈 수 없었다.
통영시 동호항 일대 동호동, 정량동 일대도 만조시간을 전후로 바닷물이 들이쳐 어른 정강이까지 물에 잠겼다. 집중폭우에 따라 배수에 한계를 드러낸 창원과 양산 등 도내 주요 도시의 하천과 간선도로도 범람하면서 차량운행이 통제되기도 했다.
◆정전피해 속출= 경남지역 7개 시·군 등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한국전력 경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오전 10시 20분 창원을 포함해 거제, 남해, 밀양, 통영, 하동, 함안 등 7개 시·군에서 정전이 발생, 3만여 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특히 거제지역의 경우 철탑과 철탑 사이 강풍으로 전력선이 끊어져 장승포동, 옥포동, 능포동, 하청면, 남부면 등 2만7400가구가 정전피해를 입어 한동안 전기를 공급받지 못했다.
◆하늘길·바닷길 통제= 태풍의 영향으로 이날 제주공항 출발·도착 항공편 42편이 결항, 승객 6500여명이 불편을 겪었다. 부산과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는 한때 차량 운행금지나 속도제한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김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