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몇 번째 침숩니꺼. 요번 사태는 천재(天災)가 아니고 인재(人災)라예. 며칠 전부터 태풍이 예고됐는데도 고장 난 배수펌프도 안 고쳐 주고, 이게 뭡니꺼.”
강한 바람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 ‘차바’가 남해안을 강타하면서 물난리를 겪은 진해 용원동 주민들은 재난당국의 개념 없는 대처에 울분을 토했다. 지난 5일 ‘차바’가 몰고 온 강한 비구름은 오전 10시에서 11시 사이 시간당 100㎜가 넘는 비를 쏟아 부었고, 만조 기간과 겹친 폭우로 용원동에는 물이 허리까지 차올랐다. 지역 주민들은 주택과 상점이 침수돼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6일 오후 태풍 차바로 피해를 입은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에서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6일 오전 11시 30분께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일대. 주민들은 물이 빠지자 자원봉사자,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 해군 등의 도움을 받아 복구작업에 열중했다. 침수로 사용할 수 없게 된 방석은 쓰레기 봉투에 우겨 넣었고, 원목의자는 조각을 내 쓰레기 수거차에 실었다.
어시장 부근.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은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더 선명히 드러났다. 가게 앞 인도는 물에 젖은 소파, 서랍장, 식탁, 선풍기, 숟가락 등으로 가득했다. 반면 식탁과 의자가 빠진 음식점은 허전했다. 다닥다닥 붙은 식당, 음식점, 문구점 등에 간판이 없었다면 횟집인지 매장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주택가 골목. 담벼락을 따라 쌓인 장롱, 젖은 침대 매트리스, 세탁기 등은 또 하나의 담을 세웠다. 집안은 차가운 시멘트 바닥을 그대로 드러낸 상태였다.
근년에만 용원동 주민들은 태풍으로 인한 침수를 네 번이나 겪었다.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2012년 태풍 ‘산바’, 2016년 태풍 ‘차바’까지 재난 피해는 매번 똑같이 반복됐다.
어시장에서 15년간 수산업에 종사한 김동영(38)씨는 “2000년 이후에만 벌써 네 번째”라며 “어떻게 매번 똑같은 피해를 반복해서 겪어야 하느냐”고 한탄했다.
용원동 주민 박부부(74·여)씨는 “이젠 진저리가 난다”며 “떠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고 푸념했다.
반복되는 침수 피해 때문에 주민들의 원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40년간 횟집을 운영해 온 김운룡(59)씨는 “물이 들어와도 빠지게 해야 한다”며 “배수펌프장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열을 냈다. 이웃집 복구를 도와주던 주민 김윤태(55·여)씨는 힘없이 고개를 들며 “보상금보다는 물이 좀 안 들어오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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