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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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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사천시의회의 독과수(毒果樹)- 정오복(사천본부장 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6-10-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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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춘추전국시대 노(魯)나라에 미생(尾生)이라는 청년이 살고 있었다. 융통성이 전혀 없을 정도로 우직한 미생은 어느 날 다리 밑에서 한 여인을 만나기로 약속, 다리 밑으로 나가서 여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여인은 약속 시간에 나갈 수 없는 입장이었고, 때마침 큰 비가 와 다리 밑에 물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미생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그 장소를 떠나지 않고 버티다 불어난 물에 휩쓸려 죽고 말았다.

    이 이야기는 사기(史記)의 소진열전(蘇秦列傳)에 나오는 예화로, 쓸데없는 명분에 사로잡혀 소중한 목숨마저 가벼이 여기는 인간은 진정한 삶의 길을 모른다는 교훈을 준다.

    ‘Pacta sunt servanda.’ 약속은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는 뜻의 라틴어 격언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회는 신뢰성 상실로 기본적인 질서를 유지해 나갈 수 없다. 하물며 국정을 이끌어가는 정치인의 약속이야 다시 말해 무슨 소용 있겠는가. 그러나 당위성도 명분도 없는 암약(暗約)은 지킬 가치도, 지켜서도 안 된다.

    사천시의회가 지난 3개월간의 의장단 선출 파행을 끝내고 정상적인 의정활동에 들어간 듯하다. 하지만 선거과정에서 6-6으로 양분된 진영 간 대립감정은 뇌관이 장전된 폭탄을 안고 있는 듯 위험해 보인다. 특히 ‘의장·부의장 임기 1년씩 쪼개기’ 야합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 있다 보니 더욱 그렇다.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협상에서 소외됐던 의원들의 냉소와 자조는 물론 여러 가지 정황상 합리적 의심을 떨쳐낼 수 없다. 김현철 의장-이종범 부의장에게, 또 차기 의장단으로 거명되는 최갑현-최용석 의원에게 미생의 교훈을 들려주고 싶은 이유다.

    형사소송법에 ‘독과수(毒果樹) 이론’이란 게 있다. 독 있는 나무에 달린 열매 역시 독이 있다는 상식적이며 직관적인 법 이론이다. 이 이론을 적용해 본다면 ‘의장단 임기 쪼개기’는 원천 무효다. 정치적 약속이 아닌 불공정한 암약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소문처럼 내년 3월께 김 의장-이 부의장이 갖은 변명을 대며 사퇴한다면 자멸을 초래할 것이다. 차기 선거는 고사하고, 남은 임기마저도 제대로 채울 수 없을 것이다. 아니 고향에서 내쫓기는 수모마저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 경고는 차기로 거명되는 최갑현-최용석 의원에게도 마찬가지일 거다.

    사천은 지난 3개월간 의장선거 파행으로 전국적인 조롱거리가 됐다. ‘잘 나가다 삼천포로 빠졌다’는 모욕도 숱하게 받았다. 시의회는 더 이상 사천시민을 부끄럽게 하지 마라.

    정오복 (사천본부장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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