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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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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둥절 여기자의 '기뢰가 뭔가요?'

[기자가본] 김유경 기자 - 다국간기뢰전훈련을 참관하다

  • 기사입력 : 2016-10-24 13: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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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 기사를 쓰려니 일단 한숨부터 납니다.
     군대를 안 가본 것, 더 근본적으로는 여자로 태어난 것이 후회되긴 처음이랄까요.
     UNSS, EOD, CRRC, CAP, MDV………. 군필자 여러분은 이런 용어 다 아십니까?(특히, 해군이셨던 분.)
     저는 모릅니다. 때문에 너무 많은 질문을 던져야 했습니다.
     '제가 군대를 안 갔다와서 모르는 게 많습니다.'라는 요상한 변명도 해야했구요.
     
     지난 목요일 저는 해군작전사령부가 언론에 공개한 다국간기뢰전훈련에 다녀왔습니다.
     때문에 꼭두새벽부터 부산으로 출발해야했죠.
     차량으로 이동하는 중에 기뢰(機雷)란 게 대체 뭔가 찾아봤더니,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언급되더군요.
     이정재 님와 리암 니슨 님 등 많은 분들이 열일하셨던 이유. 바로 인천 앞바다에 쫙 깔린 기뢰를 파악하기 위해서였죠.
     기뢰란, '폭약과 기폭장치를 넣은 금속제의 용기로 해중과 해저에 부설되어 항행하는 함선에 접촉 또는 감응하여 폭발함으로써 그 함선에 손상을 미치는 무기'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해수면 아래에 매설되어 둥둥 떠 있으면서 지나가는 배와의 접촉, 음향이나 수압에 의해 폭파해 배를 손상시키는 무기죠.
     한마디로 바다에 있는 지뢰 같은 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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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한 장면.

     '다국간 기뢰전훈련'(10월 15~22일)은 진해 잠도 부근에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6·25전쟁 이후 국내에서는 최초로 열린다고 했습니다.
     취재진들은 이날 이 훈련을 참관할 UN 전력제공국 주한 무관단과 함께 상륙함인 천왕봉함을 타고 진해만으로 움직였습니다.
     다소 지겨운(?) 항해 후, 진해 잠도 부근에 다다르자 그 큰 상륙함이 서서히 속도를 늦추더니 멈춰 섰습니다.
     갑판에 멀뚱히 서 있었는데, 갑자기 군함 왼편 해상에 뭔가 날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게 미국 소해헬기 MH-53이라더군요.(우리나라에는 아직 소해헬기가 없답니다.)
     소해(掃海)가 뭔고 하니, '수중에 부설된 기뢰를 제거함으로서 함정의 안전한 통행을 확보하는 해군의 제반 작전행위'를 말한답니다.
     말 그대로 기뢰를 제거하는 행위죠.
     가만히 봤더니, 헬기가 그냥 떠 있는 것이 아니라 기다란 줄 같은 걸(그걸 예인줄이라고 불렀습니다.) 바다 아래에 늘어뜨리고 있었습니다.
     그걸 질질(?) 끌고 가는 모양이더군요. 예인줄 끝에 기뢰를 탐색하는 소나(Q-24)가 부착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소나가 촉수 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즉, 레이더를 쏴서 기뢰매설 여부를 탐색하는 거였습니다.
     마침내! 기뢰가 발견됐습니다.(물론 시나리오 상 그렇다는 것이지 진짜 기뢰는 아닙니다.)
     그 다음은 한국 해군의 소해함이 열일 할 차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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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소해헬기 MH-53. 길게 늘어뜨린 것이 예인줄입니다./김승권 기자/
     
     그때 군함 오른편에서 한국 소해함 두 척이 나타났습니다. 한 척의 이름은 모르겠고, 한 척은 '김포함'이었습니다.
     발견된 기뢰는 계류기뢰, 즉 부력을 가진 기뢰 몸통이 와이어에 의해 일정한 수심에 동동 떠있도록 고안된 기뢰죠.
     소해함이 하는 일은 이 기뢰를 붙들고 있는 와이어를 자르는 거였습니다.
     소해함 아래 바닷물 속에는 줄이 늘어져 있는데(물론 보이지 않았습니다), 거기엔 칼이나 가위 같은 날카로운 도구가 장착 되서 기뢰와 연결된 와이어를 툭툭 자른다고 하더군요. (그러한 절단기구가 부착된 것을 소해구라고 불렀습니다.)
     그렇게 해서 와이어가 끊어진 기뢰가 수면 위로 두둥실 떠오르면 어떡할까?
     그때 쓰이는 것이 무인기뢰 처리기(MDV)였습니다. 이것을 이용해 폭탄을 기뢰 인근에 투하한다고 하네요.(신기방기)
     이 폭탄이 터지면서 기뢰를 제거하는 거죠. 폭탄이 터지기 전에 소해함은 외곽으로 빨리 도망을 칩니다.
     그리고 CAS-500이라는 원격조종폭약을 바다에 던집니다. 이건 음향신호를 보내는 폭약이라는데요,
     CAS-500이 일정한 음향신호를 보내면 그 신호를 수신한 폭탄이 스스로 터지면서 기뢰도 사라집니다.
     카운트다운 1분 전, 30초전, 15초 전, 10, 9,… 3, 2, 1, 투하.
     그 순간 배에 뭔가가 꽝하고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진동이 느껴졌는데요. 폭탄이 터진 거였습니다.(쪼끔 무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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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해군 소해함. 수면 아래에 와이어를 자르는 소해구가 있습니다./김승권 기자/
     
     그렇다면 군함이 진입할 수 없는, 수심이 얕은 해역에 매설된 기뢰는 어떻게 제거할까요?
     다 수작업(?)을 해야 합니다.
     또 다시 헬기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곤 얕은 바다에 9명의 사람을 무자비하게 투하(?)하더군요.
     이미 매설해 놓은 기뢰(물론 가짜) 부근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혹독한 훈련을 받은 폭발물처리반(EOD)이었습니다. 미국, 한국, 필리핀, 캐나다 연합이라더군요.
     이 사람들이 바다 아래로 잠수해서 기뢰에 손으로 일일이 폭약을 부착한다고 했습니다.(보이지 않으니 설명만 열심히 들었습니다.)
     이어서 수작업으로 기뢰를 수중 폭파하는 훈련도 했습니다.
     폭발물처리반이 점화기에 손으로 직접 점화를 한 뒤 기뢰에서 잽싸게 도망을 쳐야겠죠.
     점화 후 4분 뒤에 기뢰가 폭파된다고 하더군요.
     4분 뒤, 쾅! 하더니 물기둥이 치솟더군요.(남기자들은 물기둥 하나 보러 이까지 왔냐며 볼멘소리를 했습니다만, 제 눈엔 신기했습니다.)
     그것으로 훈련이 모두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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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발물처리반(EOD)이 기뢰 부근 해역으로 강하합니다.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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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뢰가 폭파하면서 물기둥이 솟았습니다. /김승권 기자/

     진해에서 다시 부산 해군작전사령부로 돌아오는데 2시간가량이 걸렸습니다.
     기자단은 승조원 식당에 모여 기사를 전송하기에 바빴습니다. 다들 마감시간에 쫓기고 있었으니까요.
     사진기자들은 잘 나온 사진을 고르고, 취재기자들은 기사 마감에 바빴습니다만,
     어리둥절한 이 여기자는 옆에 있는 사람 붙잡고(군복 입었으면 일단 잡고) 물어보기 바빴습니다.
     '기뢰는 살짝 만지기만 해도 터지나요?'
     '터지면 도시 하나쯤은 그냥 날릴 정도로 위력이 커요?'
     '소해구가 뭔가요? 거기에 진짜 가위가 달려 있나요?'
     'CRRC는 고무보트의 일종이라고 쓰면 되지 왜 영어로 적었나요?' 등등…
     이 자리를 빌려, 이 어리둥절한 여기자의 물음에 정성스레 답해주신 해군 5전단 김보형 대위님 감사합니다.
     사실 기사를 쓰면서도 제가 제대로 이해한 것이 맞나, 의심도 됩니다.(진땀나네요.)
     그렇게 해상훈련 취재가 모두 끝이 났고, 김기자는 이날 나름대로 느낀 바가 있었습니다.
     조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해군이 믿음직스러웠다고 하면,
     미국과의 공조를 더욱 굳건히 해야한다 느꼈다면,
     웃으시겠죠?
     무엇을 느꼈는지는, 훗날 또 한번 군사훈련 취재 기회가 있으면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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