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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블루스 시즌2 우리 동네 청춘] (끝) ‘길모퉁이’ 문화 사업단

문화나눔으로 만들어가는 나눔문화

  • 기사입력 : 2016-10-2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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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고, 참신하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 연계된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길모퉁이’라는 사업단을 기자에게 소개한 분의 말씀이었다. ‘청춘블루스 코너에 딱 맞는 사람들’이라고도 덧붙였다. 귀가 솔깃했다. 구체적으로 말해 보랬더니, 명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 표현하지 못한다. 의미 있는 일, 보람 있는 일, 기자님이 찾던 바로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그게 어떤 일인지, 일단 그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한 사람의 선의가…

    ‘민들레국수집’이라는 곳이 있다. 25년 동안 수사(修士)로 하나님을 섬겼던 한 남자가 수도복을 벗고 2004년 인천에 문을 연 국수집이다. 지난 13년 동안 매일 5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무료로 음식을 제공했다. 어떠한 조직에도 기대지 않고 개인이 십시일반 보내주는 후원금과 물품으로만 꾸려왔다. 그 아슬아슬한 경영방침은 하나님의 섭리가 아니고서는 유지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민들레국수집은 인천의 후미진 지역 풍경을 정감있게 바꿨다.

    길모퉁이 사업단 대표 조성률(42)씨는 기자에게 ‘민들레국수집’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길모퉁이 사업단의 시작은 ‘민들레국수집’ 때문이라는 설명.

    “민들레국수집 이야기를 접하고 엉엉 울었어요. 한 사람의 선의(善意)가 한 지역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그때 제 인생의 방향이 달라졌어요. 들으면 비웃으시겠지만 저도 창원에 국수집을 내려고 생각했었어요. 그 생각이 길모퉁이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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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모퉁이’ 문화사업단 조성률(오른쪽부터) 대표, 유인아, 신한솔, 하육성씨가 사업 중인 포스터와 수익상품 등을 들어 보이고 있다./김승권 기자/

    ◆이안문화사업단 길모퉁이

    물론 국수집을 열지는 않았다. 대신 ‘잘할 수 있는 일’로 선의를 실천하자고 생각했다. “아내와 함께 2002년부터 ‘이안 디자인’이라는 자그마한 디자인 회사를 하고 있었어요. 이 일을 통해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선의는 또 다른 선의를 자석처럼 끌어들였다. 조씨의 뜻에 함께하려는 젊은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 것.

    현재 길모퉁이 사업의 실무를 맡고 있는 유인아(27)씨는 대학 졸업 후 피아노 레슨을 하며 아이들을 가르쳤다. 마산의 가톨릭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다 조씨를 알게 됐다. “레슨하면서 이 일을 왜 하는가 하는 회의가 많았어요. 처음엔 조금씩 대표님 일을 돕다가 작년에 완전히 레슨을 정리하고 사업단에 들어와 일을 하고 있어요.”

    아트상품 MD를 맡고 있는 신한솔(24)씨는 조 대표를 만났을 무렵 갓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이었다. 역시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조씨를 알게 됐다. “처음엔 조금씩 디자인 일을 돕다가 대표님이 벌이는 사업을 알고 나선 본격적으로 참여했어요.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을 한다는 데에 초점을 뒀어요.”

    홈페이지 기획·개발을 맡고 있는 하육성(30)씨는 인아씨, 한솔씨와는 조금 다른 경로로 길모퉁이에 안착했다. 하씨는 조 대표가 운영하던 이안 디자인의 사원이었다. 사실 처음엔 큰 감흥 없이, 끌려들어간 측면이 없지 않았다. “아직 타인을 돕는다는 게 낯설어요. 하지만 분명 좋은 일이고, 이 일을 든든하게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네 젊은이의 업무는 두 사람씩 양분된 모습을 보인다. 조 대표와 인아씨가 나눔사업에 치중하고, 한솔씨와 육성씨는 아트상품 제작, 홈페이지 개발, 공간 디자인 등을 맡는다. 전자는 대외적인 활동을 하고, 후자는 이를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구조다.

    “문화사업, 나눔사업이 돈이 되진 않거든요. 나름대로 안정적인 수익구조가 필요해서, 문화사업 파트와 지원 파트로 나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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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모퉁이’ 사업단과 봉사자들이 창원파티마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노래 공연을 하고 있다.

    ◆문화로 나눈다?

    ‘문화’라는 플랫폼으로 나눔을 실천한다는 것이 길모퉁이 사업단의 기본 정신. 사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기자가 취재를 통해 이해한 길모퉁이 사업단의 활동은 이러했다.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콘서트를 기획해 열며, 아트상품을 판매한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은 어려운 이를 돕는 데 쓰인다. 전시사업과 콘서트, 아트상품 제작에는 지역의 예술인들과 협업한다. 지역 내 문화예술분야 인력풀을 이용해 지역민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역시나 지역내의 취약계층을 위해 사용한다. 지역사회 안에서 선순환을 이뤄내는 것.

    하지만 이러한 일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한다는 말인가? 그래서 길모퉁이 사업단의 활동을 일일이 따라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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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문화사업단 '길모퉁이' 회원등이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평화상가 오피스텔에서 창원 청년예술인포럼 포스터 시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승권 기자/

    ◆아픔을 어루만진다

    먼저 ‘아트콘서트’. “지역 일러스트 작가인 임미라씨의 작품으로 처음 ‘아트콘서트’라는 것을 기획했어요. 각각의 작품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고 중간중간에 음악을 연주했습니다. 올해 1월 ‘미카’라는 자그마한 카페에서 콘서트를 열었는데, 사나흘 만에 티켓이 모두 팔렸어요.”

    작가가 유년에 겪었던 아픔들, 그것을 치유하고 자신과 화해하는 스토리가 콘서트 진행의 주를 이뤘다. 관객 대부분이 소리 내어 울었다. 자그마한 실험의 큰 성공이었다.

    “그때 확신했어요. 이러한 형태의 공연 수요층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걸요.” 이후 지난 5월에 있었던 창원아시아미술제에서도 아트콘서트를 열어 무료로 진행했다. 12월에 또 한 번의 아트콘서트를 준비중이다. 이번엔 다양한 지역 미술작가와 다양한 지역 뮤지션을 매칭시켜 다채로운 색깔을 내보기로 했다.

    아트콘서트에 참여한 작가의 작품은 손거울, 노트, 엽서 등의 아트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한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 또한 창원지역의 취약계층을 위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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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모퉁이’가 제작 판매 중인 아트상품과 팔찌.

    ◆자립 기반을 만들어 준다

    그렇다고 길모퉁이가 지향하는 ‘나눔’은 ‘퍼주는’ 일방적 도움은 아니다. 스스로 일어서도록 손을 붙잡아 주는 정도가 그들이 해야 할 일이라는 명확한 가치판단이 있다.

    매주 금요일 오전, 인아씨는 마산의 장애인재활센터 나눔일터로 외근을 나간다. 스무명 정도의 장애인들이 냉장고 부품을 만드는 곳이다. 인아씨는 이들 중 장애 정도가 덜한 사람들에게 나일론이나 왁스코드를 이용해 팔찌 만드는 방법을 가르치는 수업을 한다. 완제품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수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장애인들이 만들면 길모퉁이 상표를 달고 창원지역 카페 에서 팔려 나간다. 하나에 5000원이다.

    “화폐가치가 상대적인 것이라는 게, 명확하게 도드라져요. 이분들이 부품 수천개 만들어야 5000원이라는 단가 겨우 맞추거든요. 그런데 팔찌 하나에 5000원이잖아요. 이렇게 판매한 상품수익을 장애인분들에게 돌려드리고 있습니다. 그 쌈짓돈으로 적금도 붓고 그러거든요. 이런 방식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자립해야 해요.”

    하지만 오히려 장애인들로부터 배우는 바가 많다고 느낀다. “한 손을 못 쓰셔서 힘들어하던 분이 있어요. 어느 날 수업을 갔더니 불편한 손을 보완하는 지지대를 만들어 오셨더라고요. 긍정을 말하고, 방법을 찾아내는 사람들이죠. 이런 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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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문화사업단 '길모퉁이' 회원등이 21일 창원파티마병원 호스피스 병원에서 노래 공연을 하고 있다. /김승권 기자/

    ◆평온을 노래한다

    꼭 돈이 되는 일만 하지는 않는다. 조 대표와 인아씨는 격주로 금요일마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노래를 부른다. 병동과 복도로 연결된 테라스에서 환자들이 꼼짝 없이 누워 있는 병실 창문을 향해 목청을 가다듬는다. 기타와 피아노가 곁들여지고 찬송가와 가곡, 가요를 넘나든다. 환자들은 꺼져가는 육체로, 두 귀만을 겨우 열어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다.

    “저희가 노래를 부르는 중에 환자분이 임종을 맞기도 해요. 의료진들이 바삐 오가고, 가족들은 오열하죠. 저희도 가슴이 먹먹해지지만 노래를 멈추지 않습니다. 죽음 앞에서도 동요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믿어요.”

    이들은 스스로를 ‘길천사 밴드’라고 이름 붙였다. 지금은 조 대표와 인아씨 두 사람이 봉사자들과 함께 이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앞으로 길천사의 외연을 넓힐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역 뮤지션들을 참여시키고, 호스피스 병동뿐 아니라 저희의 목소리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활동반경을 확장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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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문화사업단 '길모퉁이' 회원들이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평화상가 오피스텔에서 문화사업과 관련한 회의를 하고 있다. /김승권 기자/

    ◆예술인들과 소통한다

    지역 예술인들과의 소통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창원시 지원을 받아 ‘창원 청년예술인 포럼’을 주기적으로 연다. 지역문화의 현실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토론을 벌인다. 지난 8월 창원 가로수길에서 ‘현실’을 주제로, 9월에는 창원의 집에서 ‘꿈’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이달 28일에는 창원문화원에서 ‘협업’을 주제로 3번째 포럼을 이어간다. 청년 예술인으로 지역에서 먹고사는 문제, 이루고픈 것, 함께 해나가야 할 일 등을 나누는 자리다.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길모퉁이가 하는 일은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일이 중첩적으로 진행되고 하나가 채 끝나기도 전에 두세 가지 일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길모퉁이는 사람들이 잘 머물지 않는 공간이잖아요. 사람들은 쭉쭉 뻗은 넓은 길만 가려고 하죠. 그래서 길모퉁이에 저희가 있겠다는 거예요. 앞으로 길모퉁이가 어떠한 형태로 발전해 나갈지는 알 수 없고, 또 목표도 정해 놓지 않았어요. 흘러가 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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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문화사업단 '길모퉁이' 조성률(오른쪽부터)대표, 유인아, 신한솔, 하육성 씨가 사업중인 포스터,수익 상품등을 들어보이고 있다./김승권 기자/

    ◆청춘들에게 한마디

    이 젊은이들은 ‘남보다 잘살고 싶다’는 보편적 욕망에 따르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물어봤다. 비슷한 또래에게 할 말이 있느냐고. 가장 어린 한솔씨가 대답했다. “불안해요. 그런데 이 일을 해서 불안하다기보단 뭘 해도 불안할 거라는 게 정답이겠죠. 배울 것들이 있고, 그 배움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면 만족해요.” 인아씨도 거든다. “명확하게 진단해 보면, 불안한 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없기 때문 아닐까요. 그걸 인정하면 타인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요. 한 사람의 선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아직은 우리 안에 존재하니까요.”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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