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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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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바람길과 동선을 제대로 파악하자

  • 기사입력 : 2016-1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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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보(裨補·흉한 기운을 막거나 피함)풍수의 일환으로 마을 입구나 사찰 등에 벅수(장승)를 세워둔 것을 볼 수 있다.

    통영시 문화동 세병관 입구에 마을의 전염병과 액운을 막고 동남방이 허해 비보장승을 세웠다. 벅수 뒷면에는 ‘광무 10년 병오 8월생 동락동립(同樂洞立)’이란 문구가 쓰여 있다. 우리나라 돌장승 중 ‘유일한 채색장승’으로 높이는 198㎝이고 둘레는 160㎝이며 U자형으로 벌린 입과 입 밖으로 솟아난 두 개의 송곳니가 요사스런 귀신을 막는다고 믿었다. 장승이나 사자석상, 비석, 망주석 등은 반드시 흉풍이 불어 닥치거나 살기를 내뿜는 곳을 향해 세워야만 혈(穴)을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통영시 정량동에 선무원종공신(宣武原從功臣) 염언상(1552~1597) 장군의 묘가 그의 일족(一族)의 묘들과 함께 자리하고 있다. 비석과 망주석은 흉풍이 부는 곳을 향해 적절히 배치됐다. 장군은 전남 보성에서 출생해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이순신 장군의 휘하로 참전해 옥포와 한산대첩 등에서 큰 활약을 했다. 이후 도원수 권율 장군의 휘하로 들어가 영남과 호남 등지에서 많은 공을 세우고, 1597년 9월 23일 ‘추풍령 전투’에서 전사했다.

    묘의 배치는 가계의 서열에 따라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이곳의 묘는 사망한 순서에 따라 배열된 것이 특징이다.

    물론 조선시대의 사대부가에서는 손자가 할아버지의 묘 위쪽에 있거나 아들이 아버지 묘 위쪽에 올라가 있는 사례가 더러 있으며 이러한 장법(葬法)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가계의 서열에 역행하거나 사망한 순서에 의한 배열 또한 자연스런 장법이다. 오히려 현대에 와서 조상의 묘 윗자리에 후손의 묘를 쓰면 역장(逆葬)이나 도장(倒葬)이라 해 패악(悖惡)으로 간주하며, 그러한 행위를 하게 되면 집안에 큰 사달이 생기는 것으로 믿고 있다.

    염언상 장군과 일족의 묘 터는 매우 좋지만 도심에 위치하다 보니 주변 상황이 변하면서 묘역의 환경도 바뀌었다. 묘의 바로 뒤쪽에 있는 단독주택은 흉풍과 살기(殺氣)를 막아줘 주산(主山)의 역할을 잘 하고 있었다. 그러나 묘소의 바로 앞에 아파트가 있어서 묘역의 전면을 답답하게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아쉬웠지만, 묘 터가 좋고 관리를 잘 하고 있어서 묘지 전면의 답답함을 어느 정도 해소시켰다. 더구나 주택, 점포, 사무실 등의 사람이 거주하거나 활동하는 곳은 사방에 위해를 가하는 시설이 있으면 비보를 통해 피해를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갈수록 평지의 전원주택 부지는 부족한 상태여서 좋은 터를 구하기가 어렵고, 어렵사리 구입한 터는 해를 끼치는 시설(철탑·송신탑·돌산 등)들로 인해 건축을 망설이거나 되파는 것을 보곤 한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개발한 산을 매입하게 되는데, 산등성이를 절개해 도로를 내고 석축을 쌓는 등의 기반시설을 할 때 장풍(藏風·바람을 순화시킴)과 득수(得水·좋은 물을 얻거나 물로써 땅의 기운을 강화시킴)는 고려하지 않고 가능한 한 많은 필지를 분양하기 위한 수단을 강구한다. 또한 조망이 트여야만 분양이 잘 되기 때문에 계단식으로 부지를 조성할 수밖에 없다.

    평지는 ‘검증이 된 터’지만 산등성이는 땅 아래에 존재하는 암반, 단층 사이의 경계, 빗물(건수·乾水)과 지하수(천수·泉水) 등으로 인해 건강에 해를 입을 소지가 많다.

    예전에 밭으로 사용한 땅이나 산등성이와 조금 떨어진 땅을 매입하되, 돌담을 쌓기보다 기왓장과 흙을 섞은 담장, 잔돌과 흙을 섞은 담장, 점토벽돌 담장, 시멘트벽돌과 흙을 섞은 담장이 좋다. 아파트는 대부분 판상형과 타워형의 구조인데, 앞뒤 발코니의 바람이 불어주는 판상형이 바람길을 잘 만들어 집안의 생기를 북돋우게 한다.

    오늘날 아파트나 단독(전원)주택의 현관문, 거실, 주방, 방, 화장실 등의 배치는 생기가 흐르는 바람길의 파악과 효율적인 동선을 고려하기보다 공간 활용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설계를 한다.

    앞으로는 지상과 지하의 기운을 제대로 파악해 길한 풍수적 배치를 함으로써 거주자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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