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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블루스 시즌3-나의 이름은 청춘] 여행을 닮은 인생 오지은·김시내 씨

  • 기사입력 : 2017-01-09 15: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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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즌1-2035 청춘블루스', '시즌2-우리 동네 청춘'으로 이어져 왔던 '청춘블루스' 코너를 다시 시작합니다. 도전하고, 꿈꾸는 젊은이들, 지역에서 '뭔가 다른 것'을 도모해보려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싣습니다.

    이전 시리즈와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훨씬 더 사회적 기반이 없고, 훨씬 더 허무맹랑하며, 훨씬 더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일어서려는 청춘들을 만나보고자 한다는 것일 겁니다.

    그 첫 번째로 청년문화단체 '여행을 닮은 인생' 대표와 부대표를 각각 맡고 있는 오지은, 김시내 씨를 만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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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닮은 인생 오지은(왼쪽) 대표와 김시내 부대표는 페이스 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생 여행이야기를 카드 뉴스로 전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경남신문이 그들을 찾은 게 아니었다. 그들이 먼저 경남신문을 찾았다. 지난해 11월 초순, 경남신문 페이스 북 페이지로 메시지를 보내왔다. 내용인즉슨, 행사 홍보를 하고 싶으니 신문이나 페이지에 좀 실어줬으면 하는 거였다. 기자는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대신 설득했다. 단발성으로 행사만 소개할 것이 아니라 당신들의 존재를 알리는 게 어떠냐고. 무슨 일을 하는지 자세히 설명해보는 게 어떠냐고. 보아하니 믿는 구석이라고는 젊음, 희망, 꿈뿐인 것 같은데…라며. 그래서 정유년 새해에 다시 만났다. 청년문화단체 '여행을 닮은 인생' 대표와 부대표를 각각 맡고 있는 오지은(26), 김시내(26)씨였다.
     
    청년문화단체라는 말이 생소했다. 너무 포괄적이고 지나치게 추상적이지 않나. 청년과 문화라니. 기자의 물음에 돌아온 대답은 놀라웠다. "청년문화단체는 전국적으로 130개 정도가 있어요. 공식적으로 집계된 게 그 정도니까… 실제로는 더 많을 거예요." 청년문화로 대변되는 것은 무척이나 많았다. 운동, 독서, 여행 등등 취미와 여가, 진로의 경계를 오가는 광범위한 분야가 총망라 되어 있다. 그들이 청년문화단체라는 이름으로 묶일 수 있는 범주는 청년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단체, 교류를 통해 서로의 발전을 도모하려는 단체라는 하나의 지향점이라고 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청년문화단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단체는 도내에서 '여행을 닮은 인생'뿐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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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닮은 인생 오지은 대표./김승권 기자/

    지은 씨는 2015년 1년 동안 유럽과 일본 홍콩 등지로 여행을 떠났다. 배낭엔 취미로 배운 캘리그라피 작품 100장이 들어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이국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한글 캘리그라피 작품을 나눠주며 한국을 알리려는 마음이었다.

    영국에서 시작해 유럽 전역을 돌았고 홍콩을 거쳐 국내에서도 사람들을 만났다. 프랑스에서부터는 한복을 입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은 외국인들이 한복과 한글을 알아봤어요. 그때부턴 가슴 속에 두려움보단 자긍심이 먼저 싹텄어요." 한복을 입고 파리 한가운데 서서 모르는 사람과 말을 트고 뭔가를 준다… 생각만 해도 아찔하지 않은가. 우리는 옆집에 사는 이웃들과도 인사조차 나누지 않는 인종으로 변해가고 있지 않은가.

    사실 지은 씨는 경상대학교를 졸업한 뒤 누구나 입사하고 싶어하는 대기업에 다녔다. 회사의 인지도, 연봉, 겉보기에 그럴듯한 많은 조건들이 지은 씨를 그 곳으로 인도했다. 하지만 일을 해 나갈수록 '하고 싶지 않다'는 악질적인 감정에 사로잡혀야 했고, 급기야 건강에 심각한 이상이 오고 말았다. 여행은 회사를 그만두고 소생하기 위한 몸부림이자, 스스로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명확하게 알아가는 긴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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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닮은 인생 오지은(왼쪽) 대표와 김시내 부대표는 페이스 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인생 여행이야기를 카드 뉴스로 전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지은 씨의 특이한 경험은 취업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향해 냅다 뛰어가고 있는 청년들 사이에서 특별한 이야기 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여행을 다녀온 뒤 여기저기 불려다니기 시작했다. 몇년 전부터 강연문화가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많은 단체에서 지은 씨를 찾기 시작한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주로 서울, 대구, 부산에 강연을 다녔는데 왜 정작 내가 살고 있는 창원이나 경남 안에서는 내가 이야기를 할 장은 없을까, 이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 의문은 '없다면 내가 만들어야지' 하는 생각으로까지 발전했어요." 2016년 초 페이스북 페이지로 활동을 시작했다. 지은 씨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소소한 도전에 뛰어들어 소기의 성과를 이룬 평범한 20대들의 이야기를 카드뉴스로 만들어 소개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인생은 명암과 굴곡이 있는 일종의 여행(travel)이라는 생각에 단체 이름은 '여행을 닮은 인생'이라고 지었다. 8월부터는 오프라인 단체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영상을 다루거나 디자인을 하는 등 재능기부 형식으로 경남대학생들, 창원지역 20대 직장인들이 '여행을 닮은 인생'에 참여했다. 여기에 지은 씨의 대학동기 시내 씨가 부대표로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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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닮은 인생 김시내 부대표./김승권 기자/

    시내 씨는 소비가 소비로 끝나지 않는, 나의 소비가 타인에게도 도움이 되는 윤리적 소비에 관심이 많다. '여행을 닮은 인생'을 사회적 기업으로 조성해 윤리적 소비를 실현하고 싶은 꿈을 갖고 합류했다. 시내 씨가 실현하고 싶은 윤리적 소비의 형태는 각 물품의 소용과 구매행위가 매칭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내가 전구를 구매하면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제3국의 한 가정에 초 하나가 동시에 지급되는 유통구조다.

    내가 A를 구매하면, A가 필요한 또다른 사람도 그것의 변형된 물품을 구매하게 되는 형태다. "올해부터 서서히 사회적 기업 조성 준비를 해나가려고 해요." 경상대 국문과를 졸업한 시내 씨는 현재 부산대에서 국어학으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부산과 창원을 오가며 학업과 일을 병행하려니 고단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국어학 연구를 선택한 것도 나름의 가치판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젊은 연구자가 없어요. 연구원 10명 중 7~8명은 외국인이에요. 국어를 외국인들이 연구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인들이 한국어를 더 몰라요. 관심도 없고. 젊은 연구원으로서 한국인이 국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쉽게 설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에 일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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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씨와 시내씨는 경술국치일에 맞춰 한복을 입고 일본을 돌며 경술국치에 대한 의미를 일본인들에게 알리는 일을 했다./사진제공 여행을 닮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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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을 닮은 인생 오지은(오른쪽) 대표와 김시내 부대표가 페이스 북 운영과 관련해 회의를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뭐든지 판을 벌려보려면 자금이 필요했다. 두 사람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국민행복캠페인 공모전에 자신들이 실현하고자하는 청년문화 구축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출품했다. 네이버에 한복을 입고 외국인들에게 캘리그라피를 나눠주는 이야기와 사진이 실리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름하여 '스물다섯 프로젝트'. 스물다섯이야 말로 가장 많은 백수와 가장 많은 방랑자들이 포진한 나이라 생각해서였다.

    하지만 지은 씨와 시내 씨는 이 시기야말로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를 제대로 알아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두 사람이 바라본 대한민국의 취업과정이란 '나를 알아가는 과정' 없이 '나를 한 번 소개해 보겠다'며 자소서를 써야하는 상황에 내몰리는 기현상이었다. 프로젝트는 네이버 해피빈 투표를 통해 공모전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으며 상금을 받았고, 이 자금으로 지난해 11월 강연과 여행 등을 하위 프로그램으로 한 '스물다섯 프로젝트'가 열렸다.

    강연과 전시는 경남대 앞 '버스텀 이노르'에서, 여행은 당일치기로 한복을 입고 진주 경남수목원을 다녀왔다. 최대 예상 참여 인원은 70명이었는데, 무려 130명이 신청을 했다. 예상 밖에 엄청난 호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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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여행을 닮은 인생'은 '스물다섯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댓거리 카페 버스텀 이노르에서 강연을 가졌다. /사진제공 여행을 닮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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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여행을 닮은 인생'은 '스물다섯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댓거리 카페 버스텀 이노르에서 강연을 가졌다. /사진제공 여행을 닮은 인생/
     
    "행사를 진행해보면서 젊은층이 매우 목말라 있다는 걸 분명하게 알았어요. 창원은 소비도시에, 대학 수가 적은 것도 아닌데 친구들이 모일 공간이 없어요.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서 개인적 이야기 하는 걸로 끝나고 말잖아요. 특별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거든요." 앞으로 지역기업이나 대학 등과 연계해서 소통의 장을 기획하고 싶다고 했다.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는 것에 대해, 주변의 생각은 어떤지 물었다. 다행히 부모님들은 흔쾌히 이들의 행보에 응원을 보내주신단다. 오히려 타인들의 시선이 낯설다. "신기해 해요. 좋은 일 하는 구나, 하지만 정확히 이해하는 분위기는 아니고요. 가시적인 성과가 아닌 가치를 추구한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낯설어하는 거 같아요."

    두 사람은 독립적 공간 없이 며칠씩 커피숍을 전전하며 여러가지 일들을 해나가고 있다. "언젠가는 청년들을 위한 물리적 공간도 만들 거예요. 교육과 창업을 함께 아우르는 복합공간이요. 꼭 지켜봐주세요!"

    글=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사진= 김승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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