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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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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편견, 다르다는 이유로- 김은아(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 기사입력 : 2017-01-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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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레이시아를 떠나온 지 3년이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그립고 보고 싶은 얼굴들이 있다. 내가 그곳에서 보냈던 시간보다 돌아와서 지낸 시간이 더 길어지는 순간이지만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과 함께했던 동료교수들과의 추억은 더 또렷해진다. 한국에서의 생활이 팍팍하게 느껴질 때마다 그들이 그립다.

    SNS를 통해 들려오는 소소한 이야기들은 나를 흐뭇하게 한다.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됐다. 결혼을 한 제자도 있다. 그들은 나에게 메신저로 사회생활의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하고 예쁜 아기 사진을 보내오기도 한다. 기특하고 감사하다.

    말레이시아 MMU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3년을 보내면서, 힘든 일도 상처받은 날도 있었지만 행복하고 감사한 날이 더 많았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편견으로 사람을 대하지 않았다. 그곳에서 한 번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 받아본 적이 없었다. 중국과 말레이시아 혼혈인들은 자신들의 이름 앞에 혼혈임을 뜻하는 바바(남자), 뇨냐(여자)를 붙여 자신들의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있었다. 또한 그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이름을 부르지만 윗사람에 대한 예의는 잊지 않는다. 식사 자리에서 어른이 수저를 들기 전에 먼저 밥을 먹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도로를 걷다 보면 학생들은 선생님의 안전을 위해 찻길 안쪽으로 자리를 배려한다. 그것이 가식적이거나 형식적인 것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임을 그들의 얼굴과 몸짓에서 알 수 있다.

    그 당시에는 당연하게 느껴졌던 것이 한국에 돌아와 생활하면서 고마움으로 새록새록 떠오른다. 지금 나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말레이시아 홍보대사가 됐다. 그들에게 받은 따뜻한 정과 사랑을 잊지 않고 있다.

    김해 동상동 전통시장에 이주노동자가 많이 모인다. 그들은 그곳에서 친구를 만나고 먹거리를 사며 고향에 대한 향수를 함께 달랜다. 하지만 5년을 살아도 10년이 지나도 그들은 여전히 이방인으로 차별당하고 있다. 그들을 향한 차가운 목소리가 나를, 그리고 그들을 움츠리게 한다.

    김 은 아

    김해여성복지회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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