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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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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꼬] 거제 대금산 진달래꽃 즐기기

올려다보면 연분홍 물결 어질… 내려다보면 하늘빛 파도 아찔

  • 기사입력 : 2017-04-0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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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화, 개나리, 벚꽃 등 봄꽃이 꽃망울을 앞다퉈 터트리며 봄을 알리는 요즘, 진달래도 곳곳에서 수줍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다른 봄꽃처럼 향기롭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특유의 분홍빛으로 상춘객들의 마음을 은은하게 자극한다.

    경남에서 ‘진달래’ 하면 창녕 화왕산과 창원 천주산 등이 손에 꼽히지만, 거제 대금산 진달래 군락지는 거제의 푸른 경치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그 독특한 매력 때문에 찾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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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객들이 거제 대금산 진달래꽃 군락지를 오르고 있다.


    ◆거제 장목면 대금산(大錦山)= 해발 437.5m인 대금산은 거제 장목면과 연초면을 경계로 하고 있다. 대금산은 태백의 준령이 동쪽으로 뻗어 내려와서 진해의 천자봉에 멈췄다가 바다로 잠입해 다시 치솟아 형성됐다.

    본래 이름은 대금산(大金山)인데 기록에 의하면 신라시대에 쇠를 채굴한 큰 산이라고 해 쇠 금(金)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명한 풍수가 이곳을 지나면서 쇠 금 자를 사용하면 쇠처럼 강해져 강한 성품의 사람이 나지만, 빈곤해지게 된다고 했다. 대신 진달래와 풀이 많아 비단결 같은 것을 보고 비단 금(錦) 자를 사용하면 후대에 큰 인물이 많이 날 것이라고 해 그때부터 비단 금(錦)자를 사용했다는 설화가 전해져 오고 있다. 그래서일까. 김영삼 대통령도 대금산 자락에 있는 거제 장목면에 태어났고, 법무부 장관, 국회의원, 판·검사 등 유명 인사들이 이곳에서 많이 배출됐다고 전해진다.

    대금산 서남쪽에는 연초면 명동, 이목 마을이 있고 북쪽에는 장목면 대계, 소계, 외포, 서목, 흥남, 시방, 율천마을 등이 해안에 자리를 잡고 있다. 산 정상은 바위산이다. 멀리 동해와 대마도가 바라보이고, 부산과 마산, 진해항이 눈 아래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고현 시가지와 계룡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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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금산 자락 7-8부 능선 부근에 자리한 진달래 군락지.


    ◆대금산 진달래 군락지= 진달래 군락지는 대금산 자락 7~8부 능선 부근에 자리를 잡고 있다. 면적만 약 10만㎡에 달한다고 전해지는데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대금산 진달래는 남해안의 따뜻한 기후 조건으로 전국적으로 제일 먼저 개화 소식을 전한다. 분홍빛 진달래와 거제 주변 푸른 바다와의 조화는 돈으로도 살 수 없을 정도의 훌륭한 경관을 자랑한다. 대금산 진달래 군락지는 누군가 일부러 심은 것이 아닌 자연 발생적으로 조성됐다.

    장목면 관계자에 따르면 옛날에는 대금산에만 군락지가 한정돼 있지 않고 인근 전골 마을까지 연결될 정도로 거대한 군락을 형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1970~1980년대 소나무 보전 사업으로 소나무가 무성해지면서 진달래 나무 수가 줄었다.

    대금산 진달래축제는 산신 제례에서 시작됐다. 그 기원을 알 수 없지만 산신 제례는 아주 먼 옛날 거제의 안녕을 기원하고, 농사와 어업을 번성하게 해달라는 뜻에서 대금산 진달래꽃 군락지에서 열렸다고 전해진다. 산신 제례와 함께 각종 공연이 열리고 구경꾼도 늘면서 지난 1997년부터는 ‘대금산 진달래 축제’가 마련돼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축제는 올해로 21회째를 맞았다. 축제일은 대금산진달래축제위원회가 날씨 등을 고려해 정한다. 올해는 8일에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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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 대금산 진달래꽃 군락지에 진달래꽃이 활짝 피어 있다.


    ◆강영희 축제위원장과 함께 찾은 대금산 진달래 군락지= “계절이 오는 걸 누구도 막을 수 없어요. 며칠 전만 해도 꽃봉오리밖에 없었던 진달래가 저렇게 활짝 피어난 걸 보세요.”

    강영희(71·여)씨가 거제 대금산 정상 부근에 핀 진달래를 살피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일흔을 넘긴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힘이 넘쳐 보였다.

    그녀의 말대로 대금산 정상에 핀 진달래의 모습은 지상낙원이 따로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분홍빛을 머금은 진달래 사이로 꿀벌들이 날아다니기 바빴고, 평일임에도 상춘객들은 진달래를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강씨는 대금산 진달래축제위원장을 올해로 5년째 맡고 있다. 그녀는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대금산 진달래축제와 인연을 맺었다. 강씨는 주변의 권유에 따라 축제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게 됐고, 자연스럽게 산신 제례 준비도 주도적으로 맡았다. 축제 3일 전 장을 봐서 제사에 올릴 음식을 준비하는데 그 가지 수가 수십 가지에 이르며 양은 자그마치 150인분이라고 한다. 제사에 올릴 음식이기 때문에 나쁜 기운을 타지 않게 하려고 준비한 음식을 절대로 바닥에 놓지 않는 정성을 기울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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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 대금산에서 바라본 거제 바다.


    “대금산은 영검한 기운이 있고, 그러므로 좋은 음식을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거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기원제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3일 강씨와 찾은 대금산 진달래 군락지는 아직 꽃이 다 피지 않은 상황이었다. 동행한 장목면 관계자는 대금산 진달래 개화율은 30% 정도로 보이며 따뜻한 날이 지속한다면 축제가 열릴 8일쯤이면 만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올해 진달래가 없는 상태에서 축제를 치를 뻔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진달래축제위원회 회의에서 4월 1일에 축제를 열자는 주장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씨가 올해는 윤달이 있으므로 한 주만 늦추자고 주장했고, 그녀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축제 시기가 1주일 미뤄졌다. 강씨의 고집이 진달래 만개 시기와 축제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축제 지원 예산이 30%나 삭감된 채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에 부닥쳤다. 거제시가 조선업 불황으로 축제 예산을 줄인 것이다. 강씨는 “모두 사정이 어려운 때다. 예산이 줄어 힘들긴 하겠지만, 축제를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동명 장목면장은 “지난해에는 비가 오는 바람에 축제를 제대로 할 수 없어 많이 아쉬웠다. 올해는 날씨도 맑고 기온도 따뜻해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거제가 현재 조선업 불황으로 힘들지만, 축제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고 강조했다.

    글= 고휘훈 기자 24k@knnews.co.kr

    사진= 성승건 기자 mkseong@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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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주요 진달래 군락지

    △창원 천주산 진달래= 창원 천주산 정상 부근에 핀 진달래도 도내에 손꼽히는 진달래 군락지다.

    의창구 북면에 있는 천주산은 동요 ‘고향의 봄’ 창작 배경지로 널리 알려졌다. 해발 638.8m인 천주산(天柱山)은 하늘을 받치는 기둥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천주산이 전국적으로 이름나게 된 것은 바로 진달래 때문이다. 4월로 접어들면서 정상 부근에 펼쳐진 진달래 군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장관을 연출한다. 진달래가 만개할 무렵이면 전국 각지에서 천주산을 찾는 상춘객들로 온 산이 북적인다.

    천주산 진달래축제위원회가 주최하는 진달래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4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 동안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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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녕 화왕산 진달래= 창녕 화왕산 진달래도 볼만하다. 평지의 가장자리 급경사 사면을 따라 화왕산성이 축성돼 있고 그 산성 안으로 18만5000여㎡에 이르는 억새밭이 펼쳐져 있는데, 봄에는 억새와 진달래가 뒤섞여 장관을 보여준다.

    진달래는 서쪽과 북쪽 사면의 절벽을 따라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성 서문 환장고개, 허준 드라마 세트장, 정상 능선, 산성 동문, 관룡산 능선을 따라 쭉 이어진다. 성벽 사이로 보이는 진달래의 풍경과 드라마 세트장의 초옥과 어우러지는 진달래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정상부 분지의 경계를 따라 핀 진달래의 모습이 마치 분홍 치마를 두른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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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학산 진달래= 창원 천주산 진달래로 과거의 명성을 잃긴 했지만, 무학산 진달래는 여수 영취산, 창녕 화왕산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진달래 명산 중 하나로 꼽혔다.

    해발 761m 산 전체에 넓게 펼쳐져 있는 진달래 군락지로 봄이 되면 온 산이 분홍빛으로 물든다. 무학산 진달래는 4월 초순부터 피기 시작해서 4월 중순이면 만개한다. 서원곡에서 출발해 정상을 향해 어느 코스로든 오르기 시작하면 흐드러진 진달래를 가까이서 또는 멀리서 구경할 수 있다.

    학봉과 대곡산 일대가 꽃 색이 짙다고 알려졌으며 정상에 오르면 진달래꽃 사이로 돝섬이 내려다보이는 마산 앞바다와 시가지를 함께 볼 수 있다.

    고휘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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