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수 교수와 함께 만나는 경남독립운동가 (13) 신사참배 거부로 옥사한 주기철 목사
일본숭배 반대운동 펼치다 순국20대부터 3·1운동 등 항일운동 참여신사참배 거부 운동·설교 앞장서
- 기사입력 : 2017-05-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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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철 목사.
1926년 3월, 평양신학교를 졸업한 나이 서른의 사내는 중얼거렸다.
“예수님이 가신 길을 뒤따라 갈 수가 있을까? 어머니를 모시고, 아내와 함께 세 아들을 이끌고 목회자의 길을 가야 한다.”
고뇌하며 1500리(589㎞) 떨어진 부산 초량교회로 향했던 이가 있었으니, 그가 주기철(朱基徹, 1897~1944) 목사이다.
그는 창원군 웅천면(현 창원시 진해구) 북부리 농가에서 주현성(朱炫聲)과 조재선(曺在善) 사이에 4남으로 태어났다. 어릴 때 이름은 기복(基福), 호는 소양(蘇羊)이다. 기독교장로교에 입교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사립 개통소학교를 거쳐 평안북도 정주에 있던 오산학교를 졸업했다. 1917년에 연희전문학교 상과에 입학했으나, 건강이 악화돼 중퇴하고 귀향해 교회의 집사로 신앙생활을 했다.
1919년 3·1혁명이 일어나자 독립만세 시위를 벌이다가 체포돼 1개월 동안 경찰서에 구금됐다가 풀려난 후, 1920년 12월에는 웅천청년운동단의 대표로 활약하다가 1922년 평양신학교에 입학했다.
1925년 졸업과 동시에 부산 초량교회의 시무를 시작으로 목사 안수를 마친 후 담임목사로 5년여 봉직하다가 1931년 마산 문창교회(현 창원시 마산합포구 노산동)에서 다시 5년간 봉사했다.
1936년에는 길선주(吉善宙) 목사의 후임으로 장로교의 본산이라고 불리던 평양 산정교회 목사로 부임했다. 이때는 일제가 교회와 기독교 신도들에게 궁성요배와 신사참배를 본격적으로 강요하던 시기다. 그는 기독교에서 우상을 숭배하는 것은 계명으로 금지돼 있으며, 살아 있는 일본 국왕이나 그 시조를 우상화하는 것은 그릇된 일이므로 일본 궁성요배는 결단코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황실요배 및 신사참배 거부안’을 제출해 신사참배 반대운동을 전개해서 종교적 항일을 했다.
주기철 목사 장례식 모습.
그러나 1938년 2월 일제의 탄압에 굴복해 장로교 평안북도노회(老會)가 신사참배를 결정하자 이에 반대해 투쟁하다가 일제 경찰에 체포돼 3개월간 구금됐다. 이어 그해 9월에 일제의 강요와 탄압에 굴복해 전국 장로회총회가 신사참배를 가결하자, 그는 이에 정면으로 대항해 ‘일사각오(一死覺悟)’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조선민족의 애국심을 말살하려는 일본의 악정을 규탄하자고 신사참배 거부를 교도들에게 호소하다가 다시 일제 경찰에 체포돼 가혹한 고문을 당하고 장기 구속됐다. 가석방된 뒤에도 그는 조금도 굽히지 않고 다시 교도들에게 신사참배 거부를 설교했다.
1940년 7월, 마침내 일제는 그를 소위 불경죄 및 치안유지법 위반 등의 죄목으로 실형을 선고했으며, 옥고를 치르다가 1944년 4월 21일 옥중에서 순국했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63년에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경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문학박사)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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