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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거제 시문학 밴드 K-Poetry Band 양재성 단장

여름바다로 나온 시인, 시와 낭만을 연주하다

  • 기사입력 : 2017-05-25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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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의 밤바다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시인들이 있다. 거제지역 시인들로 구성된 ‘거제 시문학 밴드’인 ‘K-Poetry Band’(악단장 양재성). 쉽게 기억되도록 발음 나는 대로 밴드명을 K-4로 쓰고 있다. K는 거제를 뜻한다.

    ‘K-4’는 악단 9명, 시 낭송 12명으로 이뤄져 있다. 악단은 건반, 기타 3명, 색소폰 3명, 트럼펫, 보컬로 팀을 구성하고 있다.이들은 거제지역에서 다양한 행사에 참여해 공연을 하지만 매년 여름 일운면에 있는 아름다운 와현해수욕장에서 갖는 ‘해변시낭송콘서트’를 가장 기다리고 있다.

    작년 7월 16일에 열린 ‘제6회 해변 시낭송 콘서트’의 밤을 이들은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양재성(58) 단장은 “여러 지역에서 오신 시인을 비롯한 문학인과 관광객, 시민 등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름밤 해수욕장에서 파도소리를 배경으로 시를 낭송하고, 기타 연주곡과 7080 노래 등을 연주하며 무대 안팎에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질 때의 행복한 시간과 모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시(詩)의 낭송, 그리고 음악이 함께하는 순간에 늘 감동한다”고 말했다. 그날 ‘해변으로 가요’, ‘내게도 사랑이’, 그리고 ‘젊은 그대’, ‘나 어떡해’ 등 7080 노래들이 울려퍼질 때는 K-4와 관객은 금방 하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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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드 구성원들이 대부분 50대이기 때문에 특히 7080 노래는 스스로 즐기면서 연습도 하고, 무대에도 선다. 공연 후 시인들은 하나같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말한다.

    올여름에도 와현해수욕장에서 제7회 해변 시낭송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K-4는 양 단장의 주도로 지난 2009년 8월 6명으로 결성됐다. 대학 때 그룹사운드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그는 지난 2002년 등단해 ‘나무의 기억은 선명하다’, ‘지심도의 봄’ 등 2권의 시집을 내는 등 문단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문학이 활자로 책 속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어 여기에 생명을 불어넣고, 시민과 공유하며 문학의 향기가 더 많이 퍼지도록 하기 위해 동료시인들과 힘을 합쳐 악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시인들로 구성된 악단은 전국에서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 단장은 “시인들이 모여 시 낭송과 밴드 활동을 하다 보니까 ‘갈 데 있는 문학’, ‘열린 문학’의 지향이라는 막연한 목표가 전해져 온다”고 소감을 얘기했다.

    결성한 그해부터 만만찮은 실력을 갖춰 주민자치위원회, 거제대학 등의 초청을 받아 공연을 했다. 이어 대금산진달래 축제, 청마문학제, 거제조선해양축제, 거제섬꽃축제 등 거제지역의 다양한 행사장에서 초청공연을 하고 있으며, 연말에는 위문공연을 갖기도 한다.

    양 단장은 특히 “해변 시낭송 콘서트가 감동을 준다면, 복지시설을 찾아 자선공연을 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공연을 위해 복지시설을 찾을 때는 단원들과 십시일반으로 성금을 모아 악기와 함께 선물도 준비한다”고 말했다.

    그는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신나는 연주를 들으며 신명나게 놀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눈물이 맺힐 때가 있다”며 “위문하러 간 우리가 오히려 그들로부터 위로를 받고 온다”고 말했다.

    지난 2012~2015년 거제문인협회장을 지낸 양 단장의 직업은 시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법무사이다. 그는 대학원의 법무학과 책임교수, 검찰의 조정위원 등을, 거제시에서도 여러 부문에서 심의위원을 맡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치열한 경제 속에서 살아가는 지금, 모두들 바쁘고, 고달프지요. 하지만 ‘예술’이라는 신비한 세상을 접하면 마음의 여유와 행복이 자연스레 찾아오더라구요. 법무사 사무실은 서류더미에 파묻혀 있어 어느 곳보다 무미건조한 공간입니다. 하지만 잠시마나 시상을 떠올리며 연필을 잡으면 새로운 세계가 있는 공간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얼굴에 늘 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는 “예술이 이렇게 좋은데, 예술과 예술이 만나면 더더욱 좋다”며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예술을 통해 행복해 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시인들만 모인 시 낭송보다는 시민들과 교류하며 시 낭송의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시에 곡을 붙이면 노래가 되니, 꾸준하게 시작(詩作)과 연주 활동을 하면서 ‘거제의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내비쳤다.

    양 단장은 자신과 K-4의 더 나음을 위해 최근에 색소폰을 배우기 시작했다. 워낙 열정이 많아 내년쯤이면 그의 색소폰 독주 공연도 기대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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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거제 와현해수욕장서 열린 제6회 해변 시낭송 콘서트에서 K-Poetry Band 양재성 단장이 단원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또 “시와 그림이 만나면 시화전이 되므로 한자리에서 많은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며 “예술은 예술인들의 전유물이 아닌 만큼 예술작업을 통해 우리도, 그들도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컨테이너 좁은 공간에서 한 달에 두 번 정도 연습을 하는 그들의 바람은 작은 공연장을 갖는 것이다. 여기에서 연습도 하고 많은 사람과 자주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환상의 섬, 거제도는 조선도시이자 관광도시이며, 예술의 도시입니다. 거제도가 예술의 도시로서 계속 발전하고 널리 알려지도록 하는 것은 거제지역 예술인들이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 유례없는 조선업의 불황으로 거제사람들이 작년, 아니 재작년부터 힘들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갈수록 더 힘들어진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겁습니다. 우리의 시와 공연이 거제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때론 한 줄기 희망이라도 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만일 조선업 퇴직자들이 우리의 연주장을 찾는다면 최선을 다해서 신명나고 희망찬 노래들을 들려주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시인들과 함께 연주활동을 하면서 20세기 전설적인 아트딜러(화상·畵商)인 에른스트 바이엘러(Ernst Beyeler·1921~2010)가 ‘예술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것’이라고 한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며 “더 많은 거제시민들이 더 많은 예술을 접하며 더 많이 행복했으며 정말 좋겠다”며 “이를 차근차근 실천하기 위해 장르를 넘어 예술인 동료들과 머리를 맞대겠다”는 포부를 들려주었다.

    글·사진= 정기홍 기자 jkh106@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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