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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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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덜 자란 마늘’ 수확하며 한숨만…

폭염·가뭄 마늘밭 가보니…창녕 이방면 마늘밭 수분 없이 퍼석
수확 예정일보다 10여일 빨리 뽑아

  • 기사입력 : 2017-06-0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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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뭄 때문에 올해 마늘 농사 완전히 망했습니다.”

    지난 2일 오후 창녕군 이방면의 한 마늘농가. 연일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마늘밭은 수분기 하나 없이 퍼석했다. 바짝 마른 흙은 지나가기만 해도 흙먼지가 날렸다. 폭염에 진이 빠진 마늘잎은 밭이랑을 따라 생기없이 축 늘어졌다. 뿌리는 손바닥보다도 짧았고, 마늘 한 덩어리 크기는 손으로 움켜쥐면 가려질 정도로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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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창녕군 이방면 마늘밭에서 진중희씨가 가뭄으로 생육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수확한 마늘을 들어보이고 있다./성승건 기자/

    마늘이 이렇게 작은 이유는 생육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수확됐기 때문이다.

    폭염으로 마늘이 말라버릴 것을 우려한 농민들은 수확 예정일(5월 28일~6월 10일)보다 10일 정도 빨리 마늘을 뽑았다. 가뭄 때문에 아예 수확을 할 수 없을까 봐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덜 자란 마늘을 뽑는 농민들의 가슴은 새카맣게 타들어 갔다.

    농민 진중희(46)씨는 “작년에 파종시기를 놓쳐서 늦게 심었다. 그래서 좀 더 키워야 하는데 올해 비가 안 와서 어쩔 수 없이 일찍 뽑았다”며 “작년에는 20㎏짜리 망태기가 2500개는 나왔는데 올해는 어림도 없다. 저번보다 2000평 더 심었는데 인건비가 더 나가겠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방농협에 따르면 이른 작업의 결과, 이방면 일대 마늘밭 70~80% 정도가 수확이 끝났다. 하지만 마늘 수확량은 예년에 비해 20~30% 감소했다. 뙤약볕 아래 수확 중이던 이방면 이장 전태기(60)씨는 “없어요. 양이 없어요”라며 푸념했다.

    통상 수확량이 줄면 가격이 올라가지만, 마늘은 적은 수확량에도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농협은 난감한 처지다.

    이방농협 관계자는 “가뭄으로 수확량이 적어 팔 것은 없지만 재고량과 수입산이 늘어 마늘값이 오히려 떨어질 것 같다”며 “이 때문에 마늘농사를 지은 농민들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안타까워했다.

    올해 경남지역 강수량은 199.6㎜로 평년(369㎜)에 비해 54.1%에 불과하다. 평균저수율은 이날 현재 63.9%로, 평년(76.1%)과 큰 차이가 없어 모내기를 위한 농업용수 공급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농어촌공사 경남본부 측은 내다보고 있다. 도내 모내기는 56.2%(3만1594ha)가 진행됐다. 다만 저수량이 60% 미만인 저수지에 대해서는 하상 굴착과 양수 저류, 보조수원 확보에 대비하고 있고, 1주일 전보다 경계와 심각 단계로 접어든 저수지들도 많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김정민·안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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