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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경찰 수사 과욕에 무너지는 인권

  • 기사입력 : 2017-06-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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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22일 페이스북 김해지역커뮤니티에는 편의점에 침입한 강도가 주인을 흉기로 위협하는 사진이 올라왔다. 사건 담당형사가 올린 것이었다. 기자는 형사에게 전화해 게시물 삭제를 제안했지만, 사진은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많은 이들에게 공유됐다.

    논란이 일자 경찰은 “담당 형사의 수사 과욕으로 인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범인을 잡기 위해 사건 정보를 여과 없이 대중에 공개하는 것을 형사 개인의 일탈이라 치부하기에는 뒷맛이 개운치 않다. 지난해에는 경남지방청 소속 경찰관이 자신의 SNS에 성추행 사건 경위와 용의자 사진이 담긴 전단을 올려 수사 절차의 적법성 논란이 일었다.

    비공개로 수사 중이던 김해 편의점 강도 사건은 담당 형사가 SNS상에 관련 사진을 게재, 시민 제보를 요청하면서 사실상 공개수배로 전환된 셈이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와 피의자의 얼굴이 고스란히 노출됐다.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좋아요 1000여개, 댓글 600여개가 달려 많은 사람에게 공유됐다. 일부 시민들은 사건이 발생한 편의점을 특정했고, 경찰이 탐문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공개수배 수사 중 피해자와 피의자의 신상정보가 인터넷으로 확산돼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 ‘공개수배제도에 대한 법령 및 관행 개선 권고’를 통해 인터넷 공개수배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인권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공개수배 피해 사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취재 과정에서 연락이 닿은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경찰의 성과주의에서 비롯된 인권침해 참사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성과주의에서 비롯된 과도한 수사 의욕이 되레 피해자에게 보복·정신적 피해 등 2차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는 것이다.

    경남지방청은 이번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청문 감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적법 절차 없이 사진을 무단 게재한 경위에 대해 밝혀내야 하는 것은 물론,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본인의 목에 흉기가 맞닿아 있는 사진이 SNS에 떠도는 걸 상상해본다면 이번 사안을 가볍게 넘기지는 못할 것이다.

    박기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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