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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날카로운 바위는 해로울까

  • 기사입력 : 2017-07-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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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92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고려의 옛 귀족이 건재한 개성을 떠나 ‘신(新)수도’에 새 왕조의 터전을 닦고 싶었다. 이때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부상한 곳이 ‘계룡산’이었다.

    이성계를 수행해 ‘계룡산 신도안’을 두루 살핀 무학대사는 신수도 예정지 신도안의 산세를 “계룡산은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금빛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요, 비룡상천형(飛龍上天形·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형상)이다”고 했다. ‘금계’는 부(富)의 상징이며 ‘비룡’은 현명한 임금을 뜻하므로 이곳을 도읍지로 정하면 태평성대(太平聖代)를 이룩한다는 말이다. 무학도사는 금계의 ‘계’와 비룡의 ‘룡’을 따서 산 이름을 ‘계룡산’이라 부르자 했고 오늘날까지 그대로 쓰이고 있다.

    계룡산은 높이가 845m로 고대로부터 명산으로 불렸으며 신라와 고려시대엔 나라에서 법으로 정한 명산대천이었다. 계룡산의 ‘계’는 닭을 뜻하며 닭은 새벽을 알리는 역할을 하므로 ‘새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용’은 전설 속의 동물로 기린, 봉황과 함께 세상에 길(吉)한 변화를 가져다준다고 믿었다. ‘용’은 성스럽고 위대한 통치자를 뜻하기도 하므로 ‘계룡’에는 성스러운 통치자의 출현, 또는 새 세상의 시작이라는 큰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조선의 새 도읍지로 1년 가까이 공사를 하던 ‘계룡산의 신도안’은 하륜(河崙)의 극렬한 반대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 하륜은 ‘지리신법’에 빗대어 반대하면서 한양 천도를 주장했으며 결국 태조에 의해 그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하륜의 신도안 천도의 반대 이유는 첫째, 남쪽에 너무 치우쳐 한반도의 동쪽·서쪽·북쪽과 교통이 불편하다. 둘째, 주변에 큰 강이 없어 세금은 물론 물자를 운반할 큰 배가 드나들지 못한다. 셋째, 호순신의 풍수론을 언급하면서 빠져나가는 물이 땅의 기운을 약화시킴으로써 나라의 쇠패가 빠르게 닥치는 땅에 해당한다고 했다.

    조정 대신들이 여러 날 공방 끝에 하륜의 주장을 채택해 계룡산 신도안의 천도 계획은 공사 중지와 함께 백지화됐다. 하륜의 지적과 같이 한 나라의 도읍터를 정하는 데에 있어서 미시적 풍수 이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교통, 행정, 경제적인 요건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거시적 안목이 합당한 풍수 이론일 것이다. 계룡산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조선 후기에 나온 유명한 예언서인 정감록을 참고하면 된다.

    합천군 황매산(1108m) 정상은 마치 하늘과 산이 닿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바로 아래에는 영암사지가 있고 그 바로 아래 세수 90세의 비구니 스님 한 분이 살고 있는 암자인 ‘황룡사’가 있다. 황매산 정상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바위가 많으며, 터는 대문은 좁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넓은 ‘조롱박’ 형상으로 깊은 계곡이 접해 있어서 ‘강한 기운’이 응집된 곳이다. 대웅전 좌·우와 뒤쪽에는 화강암의 형상이 마치 깎아지른 절벽같이 웅장하고 기세등등하게 포진을 하고 있다. 스님이 기거하는 사택은 거실과 방 2, 주방, 세면기가 장착된 화장실이 있는데, 소탈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사택의 현관문과 약간 어긋나게 뒷문이 있으며 뒷문과 팔을 벌려 닿을 정도의 거리에는 네모지고 양명한 화강암들이 꽤나 박혀 있었다. 스님은 화강암과 가장 떨어져 있는 현관문 옆의 방에 기거하는데, 만일 사람이 상시 거주하는 경우에는 가능한 한 바위와 떨어져서 지내는 것이 좋다. 거실과 다른 방은 ‘기도발’이 받는 곳이지만, 바위가 너무 가깝게 있어서 신도들이 ‘소원성취’를 빌고 잠시 머물다 가는 용도로 쓰기를 권했다. 집의 앞면은 남향집으로 하기 위해 계곡을 보고 있으며 계곡 너머 작은 산이 ‘안산’이 되어 흉풍과 살기를 막아 주었다. 지맥(地脈)에 순응하면서 노인에게 보약과도 같은 아침 햇빛을 받을 수 있는 동남향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화강암 지역에는 미국환경청(EPA) 등이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라돈’이 방출돼 폐와 피부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건물 바닥과 벽 등을 꼼꼼하게 시공해야 한다. 특히 집 뒤에 바위를 깬 각진 곳이 있으면 안 되며, 마당에 돌들을 여기저기 많이 두게 되면 심신이 쇠약해진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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