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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6기 3년 진단 (17) 거창군

‘승강기·힐링’ 성장기반 마련… 구치소 이전 결론내야

  • 기사입력 : 2017-08-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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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선 6기 2년차에 거창호는 선장을 잃었다. 난파선의 선장으로 구원등판한 양동인 군수는 지난 1년을 군정의 방향을 제대로 잡는 데 주력했다.

    지방의 화두는 무엇보다 ‘인구감소’인데 여전히 보여주기식 정책들이 주력 정책들로 자리 잡고 있었다. 생존의 문제이지만 인구감소를 언급하는 건 인기가 없다. 가마솥 개구리처럼 발등의 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양 군수는 ‘정책 설거지’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인구를 지탱하고 키우는 정책을 주력산업으로 포진시키고 보여주기식 정책을 제거하는 일을 항해의 나침반으로 삼았다. 정주인구와 청년인구를 늘리기 위해 승강기 산업을 주력산업에 포진하고 항노화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힐링과 관광은 보조산업으로 배치했다. 주력산업은 정주인구, 보조산업은 유동인구와 관련된 정책이다. ‘힐링과 승강기의 도시’는 이렇게 탄생한 슬로건이다.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두 가지 문제를 풀어야 했다. 적폐를 제거하는 일과 벌여놓은 사업에 대한 마무리다. 적폐는 기득권과 공생하기 때문에 저항이 따르고 없애는 일은 정치적 손해를 감수해야 가능한 일이다. 대형사업은 SOC가 아닐 경우 자칫 오랫동안 발목을 잡는 애물단지가 되기 십상이다.

    236억원의 창포원, 316억원의 빼재 산림레포츠파크, 135억원의 가조 힐링랜드가 대표적이다. 사업기간이 5~7년 걸리는 긴 설거지가 필요한 사업장이다.

    다만 거창군의 해묵은 과제인 거창구치소 이전 사업은 여전히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또한 두 동강난 거창군 연극제 문제도 상생의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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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창군 남상면 일원에 위치한 거창 승강기 R&D 센터./거창군/

    ◆성과= 양 군수는 전통산업인 농업만으로는 인구감소를 감당할 수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지역산업을 다양하게 구성해 청년일자리를 만들어야만 인구지지가 가능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지역산업 포트폴리오에 전통산업인 농업 외에 힐링과 승강기를 접목시켜 투톱을 짰다.

    현재 52개 기업이 입주해 운영되는 거창일반산업단지에는 22개의 승강기 제조업체가 입주해 있다. 기존의 연구개발을 위한 R&D센터, 인력을 양성하는 승강기 대학으로 3박자 기반을 이미 다졌지만 제조기반은 비교적 취약했다.

    승강기 산업의 집적도를 높이기 위해 양 군수는 2008~2010년 재임시절 승강기전문농공단지를 계획했다. 6년 만에 돌아온 양 군수는 30만㎡ 규모의 승강기전문농공단지를 지난달 19일 완공했다. 준공 전에 이미 7개 업체와 계약도 체결했다.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 5월 4일 경남도의 투자촉진지구 지정도 이끌어내 72억원의 도비도 확보했다. 입주가 완료되면 600명의 신규고용과 1000명 이상의 인구유입이 예상된다. 이 밖에도 거창군은 34억원을 투입한 석강제2농공단지를 조성하고 분양이 완료돼 입주기업들의 신축공사가 현재 한창 진행 중이다.

    ‘천원버스(농어촌버스 단일요금제)’도 성과다. 도시지역은 1300원을 내고 시내버스를 이용하지만 농어촌지역 주민들은 왕복 8000원 내외의 요금을 내고 읍내의 병원, 목욕탕, 시장을 드나든다. 도·농 간 교통격차를 보여주는 현주소다. 양 군수는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1일부터 1000원버스를 시행했다.

    또 거창은 국제연극제 논쟁으로 아직 뜨겁다. 29년간 이어져온 연극제는 특정단체를 통해 운영이 독점되다시피 하다가 4~5년 전부터 홍역을 치르고 있다. 매년 수억원의 예산을 지원했지만 회계가 불투명해 추문에 휩싸이면서 연극제의 명성도 동반 하락했다.

    특히 단체의 내분까지 겹쳐 축제평가에서 F등급을 받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해 군의회 예산심의에서 ‘민간단체에 맡기지 말고 군에서 직접 시행하라’는 조건으로 예산을 승인하기에 이르렀다. 이를 위해 군은 올초에 문화재단을 출범했다.

    학교급식지원센터는 지난 2010년도에 경남도 시범사업으로 20억원을 들여 문을 열었다. 개장 이후 29개 초·중·고에 친환경 식자재를 공급하면서 학생들의 건강을 책임져왔다.

    그런데 경남도 행정사무감사에서 암초를 만났다. 1000만원 이상 식자재 구입 시 공개경쟁으로 구매하라는 사무감사 지적에 따라 급식센터의 직접 공급이 어려워졌다. 양 군수는 즉시 TF팀을 꾸리고 위탁으로 운영하던 급식센터를 신속하게 직영체제로 전환해 위법 논란을 없앴다. 현재 34개 학교의 1만명 학생들에게 연간 53억원 정도의 식자재를 정상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과제= 거창구치소 이전 문제는 거창군의 해묵은 과제다.

    29년 전통의 거창국제연극제 갈등문제는 문화재단으로 풀어 나가고 있고 스포츠 단체와 장애인 단체의 갈등 해결, 100억원 규모의 장학회 개혁을 완수했지만 남은 마지막 적폐가 구치소 이전문제다.

    지난달 13일에는 구치소 이전 시민운동을 3년간 이끌어온 단체가 해단식을 했다. 문재인 정부와 양 군수의 역할을 믿고 이전을 위한 모든 노력을 위임한다는 선언과 함께 구치소 이전문제를 풀기 위해 양 군수는 지난달 14일 청와대에 다녀왔다.

    전병헌 정무수석이 주재하는 자리에서 법무부 관계자와 민주당 관계자들이 해법을 논의했다.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 구체적인 논의를 하겠지만 양 군수는 ‘미래세대에게 또 구치소 이전이라는 빚을 떠넘길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거창군의 또 하나의 과제는 강남·북 균형발전이다. 정주인구를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교육여건, 주거환경, 일자리라는 3박자가 갖춰져야 한다. 이 조건을 완성하는 일이 강남의 발전전략이다. 구치소 이전 문제도 강남의 외곽지역에 배치해 법원, 검찰, 경찰, 보호관찰을 포함한 신행정타운을 조성한다는 큰 그림 안에서 연관돼 있다. 거창대학과 문화센터가 위치하고 있는 강남지역은 신행정타운과 어우러지면 도심의 교통분산과 새로운 정주환경이 완성되는 셈이다. 인구 10만 도시의 기반을 완성하는 그림이다.

    지금까지 벌여놓은 사업을 마무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700여억원이 투입되는 창포원, 산림레포츠파크, 힐링랜드는 시작보다 마무리, 마무리보다 운영이 더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들 사업의 마무리 없이 신규사업을 벌이기도 어렵다.

    대형사업 때문에 경남도의 역점사업인 항노화 산업과 새정부의 일자리 산업에 대한 여력을 확보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비만환자에게 하루 5끼를 처방한다면 의료과실이다. 군수의 책무도 ‘인구감소’를 직시하고 해답을 내놓는 일이 시급하다. 신규사업을 다이어트하고 도시생존을 위한 자본을 축적하는 일과 막연한 위기를 가시적으로 군민에게 드러내야 한다. 보여주기식 정책은 자칫 헛발질에 가까운 정책 남발이 될 수 있다. 김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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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동인 거창군수 “적폐 없애 반칙 없는 거창 만들 것”

    양동인 군수는 지난해 10월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후 지난 6월 29일에 최종 무죄판결을 받으면서 9개월을 끌었던 족쇄를 풀었다. 먼지를 털어낸 양 군수는 5일 만에 더불어민주당 입당을 전격 결행했다.

    자유한국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서부경남에서 예상치 못한 승부수로 보인다. 현실 정치인으로서 쉽지 않은 선택이다. 집권여당 입당 일성으로 그가 한 말은 ‘구치소 이전과 지역발전’이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민심의 변화를 읽어 낸 양 군수만의 촉수가 어디로 향해 있는지 들어보았다.

    -선거법 위반 사건 내막과 민주당 입당한 이유는.

    ▲저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크고 작은 청탁 거절로 인해 고발당한 것이다. 선관위나 검찰에 고발을 해도 자체종결로 처리하고 반응이 없자 마지막 수단으로 돈을 받았다는 거짓말에서 출발했다. 거짓말이 법정에서 통할 리 없고 최종 무죄까지 이르게 됐다. 민주당 입당은 회견문에서 밝힌 ‘반칙과 특권이 통하지 않는 거창, 토호세력의 척결’이라는 표현으로 대신하겠다.

    -군정을 수행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과 아쉬운 점은?

    ▲6년 전에 2년간 군수를 역임한 후 다음 선거에서 낙마하고 물러난 적이 있다. 그 당시 재임 중 역점적으로 추진한 일이 승강기 밸리였다. 그때 지금의 승강기 산업의 밑그림을 대부분 그렸는데 승강기 전문 농공단지도 농림수산식품부 국비지원사업으로 선정된 해가 2009년도다. 지난해 재선거로 6년 만에 군수자리에 돌아와 보니 답보상태였다. 하지만 투자촉진지구로 지정돼 도비 72억원을 확보하고 드디어 분양에 들어갔다. 기억에 남는 일이기도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

    -거창국제연극제와 거창구치소 이전에 대한 견해는?

    ▲혁신은 껍질을 벗기는 일이다. 당연히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연극제는 현재 진통을 겪고 있지만 혁신의 과정이라고 본다. 문화재단이 추진하는 첫 연극제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일이 급선무고 연극제가 끝나고 반성과 보완할 점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개선해서 반드시 명품으로 만들겠다.

    거창구치소 문제는 지난달 14일 청와대에도 다녀왔지만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 더 구체적인 접근이 있으리라 본다. 다만 그간의 과정에서 군민들에게 준 고통과 걱정에 대해서 미안하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는 각오다.

    -남은 1년 동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거창은 특정 세력들이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기간 장악하고 있던 지역이다. 그 과정에서 기득권과 토호세력들이 고착됐다. 반칙과 특권이 뿌리깊은 이유다. 적폐를 없애는 일은 거창의 무형자산을 살찌우는 중요한 일이다. 질 좋은 교육과 빼어난 자연환경 못지않게 인문환경도 도시경쟁력의 핵심으로 본다. 영국의 옥스퍼드나 캐임브리지와 같은 도시를 10년 전부터 주장했다. 군수로서 그리는 거창의 미래모습이다. 남은 1년도 그런 토대를 닦는 데 주력하겠다.

    김윤식 기자 kimy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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