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김한규씨와 연수가 통합사례관리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수(가명·12)네 집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긴 건 2011년 무렵이었다.
전기기사 일을 해왔던 아빠 김한규(가명·48)씨가 3층 높이 공사장에서 추락해 꼬박 3년 동안 병원 신세를 지면서다.
더구나 그날 일은 한규씨 지인의 부탁으로 잠깐 일을 봐주러 간 현장에서 벌어진 일이었고, 한규씨는 산재보험을 받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백방으로 뛰어야 했다.
하지만 청천벽력 같은 일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멀쩡하던 연수 엄마가 폐암말기 판정을 받은 것.
“평소에 감기에 자주 걸렸지만, 그런가 보다 했어요. 그런데 그 즈음에는 자꾸 머리가 어지럽다고 해서 검사를 받아 봤더니…”
안타깝게도 연수 엄마는 암 말기 판정을 받고난 뒤 3개월 만에 세상을 떴다.
“이것저것 온갖 방법을 써서 살려보려고 노력했는데, 안 되더라고요.”
이때 진 빚 2000여만원을 한규씨는 지금도 갚아나가고 있다. 하지만 사고 후유증으로 뇌와 청력을 다친 뒤 일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한규씨는 현재 왼쪽 귀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최대한 오른쪽 귀를 귀울여 듣고, 입 모양으로 알아챈다.
사고 당시 머리를 부딪히면서 뇌출혈이 있었고, 두개골 안에 피가 고이면서 시시때때로 졸도할 것만 같은 극심한 두통이 몰려온다. 이런 후유증 모두 주기적으로 타먹는 약으로 관리하고 있다.
더 안타까운 건 잇몸이 급격히 약해져 아랫니 3개와 윗니 1개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틀니가 시급하지만 기초수급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방법이 있나요. 물에 말아서 훌훌 삼키는 식으로 밥을 먹지요.”
연수와 아빠는 임대아파트에 산다. 연수는 인근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아동센터도 다니고 태권도장도 다니면서 천진난만하게 자라고 있다.
장래희망은 영어선생님이 되는 것. 붙임성도 좋고 성격도 밝아 조잘조잘 아픈 아빠의 말벗이 된다.
엄마가 그리울 때는 엄마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아빠는 아빠대로 이야기를 들어주기가 힘이 든다.
“아이한테 엄마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해요. 겨우 묻어뒀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서….”
아빠 마음을 아는 연수는 “괜찮다. 친구들이랑 노느라 그럴 생각할 틈이 없다”며 웃어 보인다.
연수를 위해 한규씨는 얼마 전부터 공공근로를 나가고 있다. 낮시간에 극심한 두통이 찾아와 집에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의지를 갖고 일을 해나가고 있다.
서옥희 창원시 마산합포구 통합사례관리사는 “사회적인 관심이 있다면 제 몫을 해나갈 수 있는 가족”이라며 “홀로 아이를 책임지고 있는 한규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 김유경 기자
※ 도움 주실 분 계좌 = 경남은행 514-07-0203293(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 8월 9일자 18면 ‘아픈 몸으로 아이 넷 혼자 키우는 성우씨’ 후원액 346만원 (특별후원 BNK경남은행)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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