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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환경 시즌2] (1) 붉은발말똥게의 보금자리 봉암갯벌

살아났구나! 인간의 노력에 응답한 죽음의 바다

  • 기사입력 : 2017-09-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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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신문은 지난 2013~2014년 환경문제가 인간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함께 공부하고, 소중한 환경을 지키는 작은 실천을 시작하자는 의미로 ‘인간과 환경’ 시리즈를 기획해 50편에 걸쳐 대기, 물, 토양, 숲, 생물, 대체에너지와 폐자원 활용 등 지역사회 다양한 환경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2017년, 지난 시리즈에 싣지 못했던 지역의 환경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두 번째 ‘인간과 환경’을 시작합니다. 새롭거나 심층적이거나 환경에 가까워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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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일 창원시 마산만 봉암갯벌에서 게들이 먹이 활동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끝없이 펼쳐진 파란 수평선, 햇볕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파도, 상념을 씻어주는 시원한 바람…인간에게 바다는 일탈이자 휴식이고 낭만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동안 창원지역 사람들은 바다를 눈앞에 두고도 즐길 수가 없었다. 1990년대 말 마산만은 그저 죽음의 바다, 냄새 나는 썩은 물이었기 때문이다. 개발 위주의 정책은 환경을 등한시했고, 사람들에게서 바다를 빼앗았다. 창원공단을 흐르는 하천이 모여 바다로 가는 길목에 있는 봉암갯벌 역시 말할 게 없었다. 오염으로 제 기능을 상실하고 사람들에게서 잊혀져갔다.

    그로부터 십수년이 흐른 지금, 냄새 나는 마산만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갯벌과 바다를 잃을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생각이 변했고, 환경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행동이 이어졌으며, 자연은 사람의 노력에 응답했다.

    그 응답의 시작은 바로 붉은발말똥게의 귀환이다. 붉은발말똥게의 등장으로 봉암갯벌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지켜내려는 노력이 더해졌다. 갯벌 생태계를 되살리려는 땀방울이 모여 죽음의 바다는 희망의 바다가 됐고, 이제는 더 많은 붉은발말똥게를 품어 줄 보금자리가 될 생명의 바다로 변모했다. 인간과 환경의 하모니가 ‘생명’이라는 걸작을 낳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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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발말똥게 국내 서식지./해양환경관리공단/

    ◆붉은발말똥게는= 붉은발말똥게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과 중국, 동남아시아, 호주 등 태평양과 인도양 해안에 분포하는 사각게과에 속하는 종으로 멸종위기종 2급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서해안과 남해안의 하구 주변 습지나 숲에서 산다. 사각형 모양의 껍데기 길이(갑장)는 2㎝, 너비(갑폭)는 2.3㎝가량이다. 말똥 냄새가 나는 말똥게 중에서 붉은 다리를 가진 생김새를 본따 이름 붙여졌다. 아가미방에 물을 채우고 이를 이용해 호흡하며 곤충이나 죽은 물고기, 나뭇잎 등을 먹고 사는 잡식성으로, 먹이 피라미드에서 중간에 위치하는 붉은발말똥게의 청소부 역할 덕분에 토양유기물이 분해되고 땅속 깊은 곳까지 공기가 순환돼 갯벌이 건강해진다.

    붉은발말똥게가 멸종 위기에 놓인 이유는 그 자체의 희귀성도 있지만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급속한 경제성장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오염과 서식지 훼손 때문이었다.

    ◆봉암갯벌에 살러 왔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봉암갯벌생태학습장 일대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봉암갯벌의 식구가 되기 위해 온 붉은발말똥게 어린게를 환영하기 위해서였다.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관리공단·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주최·주관한 이날 행사에서는 인공증식한 붉은발말똥게 어린게 500마리가 방류됐다. 해양수산부 등은 개체군 소멸이 우려되는 붉은발말똥게의 종 보전을 위해 지난 2016년 인공증식 매뉴얼을 개발했고, 최근 실내번식을 통해 500마리 이상 번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행사는 붉은발말똥게 개체수를 확대하고 서식처를 넓힘과 동시에 봉암갯벌이 보호대상해양생물의 서식처가 될 만큼 환경이 개선됐다는 것을 보여줬다.

    붉은발말똥게의 국내 서식지는 한강유역(삼남습지, 강화도 유역), 금강유역(서천 금강하구 일대), 영산강유역 등 서해계군과 영산강유역 (순천만), 낙동강유역(창원 봉암갯벌), 제주 등 남해계군으로 나뉜다. 이번에 방류된 어린게는 순천만에 서식하는 것으로 인공증식한 것이다.

    해수부에 따르면 봉암갯벌 퇴적물의 오염도를 분석한 결과 산휘발성 황화물, 강열감량(유기물함량), 함수율(퇴적물 깊이), 중금속 농도 등이 순천만 갯벌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해수부 관계자는 “봉암갯벌의 붉은발말똥게 개체수가 많지는 않지만 매년 조사에서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어 서식에 적합한 환경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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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발말똥게 부화과정. 수정란-부화-유생기(조에아, 메갈로파)- 어린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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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발말똥게

    ◆붉은발말똥게 10마리가 500마리가 되기까지= 죽어가던 봉암갯벌로 보호대상해양생물인 붉은발말똥게를 불러온 건 지난 10년간 공을 들인 연안정화활동 덕분이었다. 지난 1999년 봉암갯벌을 메워 레미콘 공장을 세우려는 시도에 지역 환경단체와 마산지방해양항만청이 봉암갯벌을 지키겠다고 나섰다. 같은 해 봉암갯벌생태학습장 조성 민관합동간담회를 시작으로 2001년엔 봉암갯벌생태학습장이 만들어졌고 지속적으로 연안정화활동과 생태계 조사도 병행했다.

    덕분에 2009년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동식물 2급인 붉은발말똥게가 발견되는 성과가 나타났다. 붉은발말똥게를 시작으로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를 비록해 알락꼬리마도요, 물수리, 말똥가리, 흰목물떼새, 검은머리갈매기도 봉암갯벌로 돌아왔고 2011년 12월 16일 마산만 봉암갯벌 0.1㎢(9만2396㎡)는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이후부터 봉암갯벌에서는 매년 10마리 정도의 붉은발말똥게가 지속 관찰되고 있다.

    붉은발말똥게 방류를 함께한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이보경 부장의 감회는 남다르다. 십수년 전 봉암갯벌에서 공장을 밀어내는 일부터 봉암갯벌 생태학습장을 담당하며 봉암갯벌의 오늘을 만드는 데까지 모든 순간을 함께했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봉암갯벌 내의 붉은발말똥게 개체수가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빨리 많아지면 좋았을텐데 인공증식하게 된 것이 어찌 보면 안타깝지만 멸종위기종이 살 수 있을 만큼 봉암갯벌의 서식환경이 개선됐다는 점은 매우 좋게 보고 있다”면서 “이곳에 온 500마리 어린게가 잘 살아갈 수 있게 계속 모니터링을 할 것이고, 많은 개체수가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봉암갯벌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며 시민들의 협조도 당부했다.

    이 부장은 “편의시설이 없는 부분에 불만을 제기하는 분들이 간혹 있는데 갯벌을 1평이라도 넓히기 위해 생태학습장도 줄이려고 하는 노력을 고려해주길 바란다”며 “봉암갯벌~대원교(농업기술센터사거리)·연덕교 구간에 지정된 낚시금지구역이 잘 지켜지도록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0.1㎢인 봉암갯벌 습지보호지역을 0.2㎢ 수준까지 확대 지정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붉은발말똥게의 보금자리인 봉암갯벌과 마산만을 살리는 작업은 계속된다.

    해수부와 해양환경관리공단 등은 직경 45㎝ 방형구 30개를 설치해 그 안에 어린 붉은발말똥게를 5마리씩 넣어 동면에 들어가는 11월까지 생존율과 성장상태 등을 살피는 등 주기적으로 서식지 모니터링을 실시함과 동시에 봉암갯벌 등 마산만 해양생태계의 종다양성 보전을 위한 사업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희진 기자 likesky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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