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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각의 가치

  • 기사입력 : 2017-12-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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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창원문화재단이 마련한 ‘도시예술산책’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내년 창원조각비엔날레를 앞두고 시내 곳곳에 있는 조각공원을 돌며 작품을 둘러보는 시간이었는데 무엇보다 작품의 수가 적지 않음에 새삼 놀랐다. 돝섬, 용지호수공원, 추산공원, 장복산공원 4곳에 있는 작품을 합하니 70점이 넘었다. 작품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문신, 김영원, 박석원, 승효상, 안규철 등 국내 유명 작가는 물론 미국 로버트 모리스, 이탈리아 노벨로 피노티, 중국 쉬빙, 일본 가와마타 타다시 등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있었다. 모두 베니스비엔날레나 뮌스터조각프로젝트 등 세계 유수의 축제에 초청받는 거장들이다. 몇 발짝만 움직이면 유럽에 가지 않고도 이들의 조각을 감상할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작품의 존재나 가치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유를 톺아보니 공간에 비해 작품이 지나치게 많았다. 창원시는 비엔날레가 끝날 때마다 예산투입을 이유로 실외설치작품의 절반 이상을 영구설치로 남겨 왔다. 불과 몇 발짝 떨어진 곳마다 조각이 있으니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고 넓지 않은 공간에 여러 개가 몰려 있다 보니 제대로 된 자리를 찾지 못한 작품도 있었다. 빠듯한 유지보수 비용 때문에 원작의 의도를 살리지 못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불이 켜져 있어야 하는 작품은 불이 꺼진 채, 물이 흘러야 하는 작품은 물이 마른 채 작품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작품에 대한 설명도 없거나 혹은 단편적인 수준에 그쳤다. 모두 조각 과밀 현상에 따른 부작용이다.

    10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독일 뮌스터조각프로젝트는 실외설치작의 10~20%만을 영구보존한다. 이 작품은 시민들에 의해 결정된다. 시민들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직접 선택하고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소수의 작품만이 자리에 남는다. 당연히 시민들의 애정도, 관심도 높다. 남은 작품에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스미면서 자연스럽게 도시의 일부가 된다.

    시내 모든 공원에 조각을 가득 채운다고 창원이 조각의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관람객과, 공간과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 조각은 자리만 차지하는 거추장스러운 물건일 뿐이다. 조각비엔날레를 앞두고 되새겨야 할 것은 다다익선이 아닌 과유불급이다. 남아 있는 조각이 시민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시의 자산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때다.

    김세정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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