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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 사람이 다수의 삶을 바꿀 수 있다

  • 기사입력 : 2018-01-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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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의자업체의 브랜드 슬로건은 ‘의자가 인생을 바꾼다’이다. 좋은 의자에 앉아 몸이 편하면 좋은 생각을 하게 되고, 삶까지도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쯤으로 여겨진다.

    사물도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데 사람은 어떠랴. 좋은 의자 하나야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겠지만, 좋은 한 사람은 그의 삶뿐만 아니라 다수의 삶도 바꿀 수 있는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겠는가?

    최근 본지는 아동학대 문제를 다루는 기획보도를 했다. 심심찮게 터져 나오는 잔혹한 아동학대 사례를 보며 마음 아파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아동보호 시스템의 잘못은 없는지 짚어보자는 취지에서다.

    허점은 있었다.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아동학대 예방과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당위에 비해 예산은 적다 보니 그물망은 촘촘하지 못했다. 아동학대 예방 최전선에 있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상황은 더 열악했다.

    정부 잘못이 크지만 경남도의 안일한 대응은 더욱 아쉽다. 같은 어려움을 겪는 경북, 부산, 경기, 충남 등은 도비를 들여 자체적으로 아동학대예방사업에 나섰다. 한 광역지자체 담당 공무원의 노력으로 관련 종사자들의 숨통이 틔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이에 비해 경남도는 국가사무 환수 직전보다 외려 8억원을 줄였다.

    한 사람이 다수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망칠 수도 있지 않을까. 경남도 담당 공무원에게 타 시·도의 노력에 견줘 질문을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아쉬움을 넘어 절망감을 느끼게 했다. “그 지역이요? 거긴 대형 사건이 터지고 난 뒤니까 그렇게 관심을 갖고 한 거지, 경남은 대형 사건이 안 터져서 그렇게 지원 못하죠.” 이어 이런 말도 덧붙였다. “기사 쓸 때 경남도에서 말한 내용은 담지 말아주시면 안 될까요? 우리가 못하는 게 아닌데 못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질까봐….” 지금 경남도청 정문에 세워진 아치에는 ‘내 삶을 바꾸는 자치분권’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도영진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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