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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웃기지 않은 ‘웃기고 앉아있네’- 정오복(사천본부장·부국장대우)

  • 기사입력 : 2018-02-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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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선 의원이면서도 정치뉴스에서 좀처럼 주목받지 못하던 여상규 국회의원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에서 1위에 오르는 이변이 벌어졌다. 여 의원의 ‘웃기고 앉아있네’ 발언은 자유한국당의 설화 (舌禍) 퍼레이드에 가속을 붙인 결과가 됐다.

    여 의원은 지난달 27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2014년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된 진도 가족 간첩 조작 사건의 1심 판결에 관여한 판사로 밝혀졌다. “당시 1심 판결로 한 분의 삶이 망가졌다. 책임을 못 느끼시느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여 의원은 “웃기고 앉아있네. 이 양반이 정말”이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방송 직후 여 의원의 발언은 인터넷을 타고 삽시간에 퍼졌고, 그를 비난하는 성난 여론은 하루 종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일부 누리꾼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여 의원을 처벌해달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비록 당시 여 의원이 자신의 출세를 위해 독재에 부역한 것은 아닐지라도, 오심이 분명한 만큼 사과할 기회를 내팽개치지는 말았어야 했다. 판결 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것은 물론 국가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전직 판사의 자존심을 지키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냉철한 반성과 진솔한 사과를 했어야 했다. 폐쇄적 관료주의와 순혈주의에 빠진 퇴행적인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분통이 터지는데, 여 의원은 사과는커녕 해명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 자기중심적이고 고압적이며 독선적 선민의식에 사로잡힌 법조 관료의 민낯을 보는 부끄러움은 오히려 국민의 몫이다.

    전북대 최용철 교수는 <윤리란 무엇인가 묻고 생각하다>란 책에서 ‘어리석은 일을 한 적이 전혀 없는 인간이란 없다. 인간이 어떤 삶을 살 거라고 감히 예측하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중략) 인간이 어리석은 만큼이나 사회 규범 역시 부실하다. 인간 지혜의 한계를 절감할 때 온갖 사회 규범의 부실함은 차라리 자연스럽기까지 하다’라고 적었다. 그는 인류의 생각과 행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결핍을 채워 나가는 능력 때문이고, 인간은 비판활동을 거쳐 잘못을 고쳐 나간다고 설명했다. 또 누군가의 판단이 믿음직스럽게 여겨질 수 있는 까닭은 그가 다른 사람의 비판에 늘 귀를 기울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군부 독재시절 정치지도자나 행정 관료들은 ‘나를 따르라 (Follow me)’식의 리더십을 효율적인 것으로 오인한 적 있다. 그러나 정치·사회적 변화에 따라 ‘나와 함께(With me)’ 리더십이 전 분야에 일반화돼 있다. IQ보다 EQ가, 나아가 NQ(공존지수)가 더 중요함을 새겨야 할 텐데.

    정오복(사천본부장·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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