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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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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블루스 시즌3-나의 이름은 청춘] 영화감독 데뷔 앞둔 서채훈 씨

내 인생의 장르는 영화와의 진한 로맨스

  • 기사입력 : 2018-03-2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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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맨스는 잘 모르겠어요. 거의 본 적도 없는 것 같고요. 애인이 없어서 그런가.”

    영화감독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또는 일반인으로서 어떤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냐고 물었다.

    액션, 스릴러, 공포…. 장르는 있는 대로 다 나오는 것 같더니 이내 “로맨스 빼고 다요”라는 말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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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감독 데뷔 앞둔 서채훈 씨. /성승건 기자/

    로맨스란 장르 앞에 한껏 수줍어할 땐 언제고 ‘영화가 왜 좋냐’는 질문에는 로맨스 영화 끝판왕(?)에나 나올 법한 대사가 쏟아졌다.

    “좋아하는 거에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그냥 좋은 거죠. 이유가 있으면 그 이유로 싫어질 수도 있다는 소리잖아요?”

    창원에서 나고 자라 올해 꿈에 그리던 영화감독 데뷔를 앞두고 있는 서채훈(29)씨에게 영화란 우연이 만든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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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채훈씨가 영화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로 참여하고 있다.



    ▲만화작가 한다니까 영화감독 어떻냐고

    “어릴 때부터 만화를 그리거나 글을 적는 걸 좋아했어요. 친구들에게 5컷짜리 만화를 그려서 보여주곤 했거든요. 그래서 만화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부모님께서 차라리 영화감독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구요. 먹고살기엔 그게 더 나을 것 같다나요. 하하하.”

    어쩌면 어린 소년에게 영화는 사람, 만화는 캐릭터가 나온다는 것만 빼면 크게 다를 것도 없었으리라. 장난이었을지 모를 부모님의 말 한마디는 채훈씨의 꿈에 전환점이 됐다.

    “만화만큼이나 영화를 좋아했어요. 주말이면 가족들이 다 잘 때 저는 TV에서 하는 토요명화를 보느라 항상 늦게 잤어요. 그냥 단순히 보는 게 좋은가 보다 했는데 중학교 땐가? 만드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중학교 시절 국어시간이었다. 선생님은 교과서 속에 나오는 소설을 영상으로 만들어 보는 것을 팀별 과제로 내줬다. 채훈씨는 체육선생님 역할을 했다. 영상 제작에 참여한 것이라곤 자르고 붙이고 정도의 아주 기초적인 것이었지만 채훈씨에게 그날의 기억은 인상 깊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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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감독을 꿈꾸는 서채훈씨가 첫 영화 제작 계획을 이야기하고 있다./성승건 기자/



    ▲“휴대폰 불빛 좀 꺼주실래요?”

    영화에 있어 채훈씨는 항상 진지하다. 영화를 볼 때도 혼자 관람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팝콘, 콜라 등 음료 섭취는 절대 금물이다. 휴대폰 불빛도 꺼달라고 부탁할 정도다. 너무 예민한 것 아닌가 싶지만 나름의 철학이 있다.

    “영화 속 장면을 하나라도 놓치기 싫거든요. 불빛이 들어오면 나도 모르게 옆을 돌아보게 돼요. 영화라는 게 ‘프레임과 프레임 사이’, ‘컷과 컷 사이’ 라고 생각해요. 사실 그걸 놓쳐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거기서 감독의 의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무표정한 사람과 빵이 차례로 배열된다면 사람들은 ‘저 사람이 배고픈가 보다’고 생각하고, 무표정한 남자와 사고 장면이 배열되면 ‘이 사람 뭔가 불안해하는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

    “영화감독은 자신이 기획한 내용을 어떻게 표현하고 또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중책을 맡고 있는 자리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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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촬영 현장 모습.



    ▲자기만족은 자기비하를 부르고

    영화감독이 되기 위한 공부는 대학교 때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영상 관련 학과를 다녔지만 영화에 대한 배움은 부족하다고 느꼈다.

    “2007년인가 부산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16㎜ 영화 워크숍을 들었어요. 그때 필름으로 영화를 만들어봤죠. 그때부터 좀 더 본격적으로 영화를 공부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영화판에서 촬영, 연출, 미술 등 현장경험도 제법 많이 쌓았다. 대학교 졸업 후 바로 서울로 올라가 ‘눈이라도 내렸으면’ ‘워킹걸’ ‘김밥’ ‘플레이볼’ ‘PRESS’ ‘헤이는’ 등의 제작에 참여했다.

    다양한 자리에서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자기의 시나리오를 생각할 정도로 영화를 좋아했지만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능력을 인정받고 한 영화에 조감독 타이틀을 달고 참여했을 때였어요. 조감독이라는 자리가 감독을 도와 촬영일정, 예산, 제작 지휘 같은 세세한 부분을 책임져야 하는데, 어디 세상 일이 다 마음 먹은 대로 되나요. 스스로 만족이 되질 않고 한계라고 생각하니까 그만두고 싶더라구요.”

    지나고 생각해보니 잘하고 싶은 마음에 좌절도 한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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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채훈씨가 영화촬영 현장에서 스태프로 참여하고 있다.



    ▲고진감래= 쓴 것이 다하고 단 것이 오다

    왠지 예술은 ‘힘들다’는 생각에 생계는 어떻게 꾸려 가는지 물었더니 “다들 영화한다고 하면 그걸 제일 궁금해한다”면서 “좋아하는 일이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니 어느 정도 감수하는 부분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영화에 참여하지 않을 때는 영상 관련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공장을 다녔어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이 너무 바쁘니까 ‘아, 이러다가 내 영화는 평생 못하겠구나’ 싶더라구요. 영화 일을 할 때도 내가 참여하는 작품이 잘됐으면 하니 딴 생각은 나지도 않고요. 그래서 그만두고 창원으로 내려왔어요.”

    채훈씨가 내려오자마자 한 것은 공모전 준비. ‘내 영화’를 위한 시나리오를 써 지난해 초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 공모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그후 약 1년 만에 기회를 잡았다. 2018년도 창원시 영상산업활성화 지원사업에 공모해 당당히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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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감독 데뷔 앞둔 서채훈 씨. /성승건 기자/

    ▲“중학교 때부터였네요”

    “우선은 올해 여름쯤 촬영을 시작할 계획이에요. 4월부터는 같이 합을 맞출 연출팀, 촬영팀, 미술팀같은 팀을 꾸릴 계획이고요. 내년 초엔 영화제에 출품해 관객들에게 선보이는 게 목표예요.”

    근데 벌써 시나리오를 세 번 고쳤고 이미 네 번째 수정 계획을 세웠다. 볼 때마다 고칠 것이 보인단다.

    “시나리오는 매일 생각하고 또 생각해요. 첫 작품이니 겁도 나고 걱정도 되죠. 100% 자기 만족이 되는 작품은 없다고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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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촬영 현장 모습.



    첫 영화 제작을 앞두고 있는 채훈씨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단편을 몇 편 도전한 뒤에 장편에 도전해야죠. 제 꿈은 중학교 때 이후 변하지 않았어요. 그때 학교에서 꿈에 대해 글을 적는 과제가 있었거든요. 그걸 아직도 들고 있어요.”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다. ‘저의 꿈은 세계적인 영화감독이 되는 것입니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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