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모로코의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경기가 끝난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이날의 최우수선수(맨 오브 더 매치MOM)는 상이 아니라 벌을 받으러 온 듯 울상이었다.
16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이란팀의 선수가 아니라 막판 자책골로 허탈하게 진 모로코팀의 선수가 MOM으로 뽑힌 탓이었다.
에르베 르나르 모로코 감독과 함께 회견장에 들어온 젊은 미드필더 아민 하리스(20)는 어두운 표정으로 "팀이 이기고 내가 MOM으로 선정되지 않는 편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리스는 MOM에게 주어지는 버드와이저 트로피를 그냥 빈 맥주병을 들듯 아무렇게나 움켜쥐고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이란-모로코전까지 세 경기가 펼쳐진 2018 러시아월드컵에선 극적인 경기 막판 골이 벌써 여러 차례 나왔다.
이날 0-0 균형을 깬 모로코 아지즈 부핫두즈의 자책골은 전후반 90분이 모두 흐르고 후반 추가시간 6분 가운데에도 5분이 지난 상황에서 터졌다.
이집트 골키퍼 엘시나위[AFP=연합뉴스]이에 앞서 우루과이와 이집트의 A조 경기에서 승부를 가른 우루과이 호세 히메네스의 득점도 후반 44분에 나왔다.
개막전이던 A조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전에선 이미 경기 결과가 기울어진 상황이긴 했으나 후반 추가시간에 두 골이나 더 나왔다.
3경기 7골 가운데 절반 이상인 4골이 정규시간 종료 직전이나 추가시간에 터진 것이다.
승부가 막판에 갈리다 보니 3경기 중 2경기의 MOM은 진 팀에서 나왔다.
MOM 선정 투표가 경기 중간에 시작돼 종료 직후 마감되는 탓이다.
우루과이-이집트전에서도 종료 직전까지 여러 차례 선방을 펼친 이집트 골키퍼 무함마드 엘시나위가 MOM으로 선정됐다.
89분을 잘 버티고도 마지막 순간 통한의 결승 골을 허용한 엘시나위로서는 결코 기뻐할 수 없는 영광인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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