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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사천문화재단의 눈먼 돈(?)- 정오복(사천본부장·부국장)

  • 기사입력 : 2018-11-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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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천문화재단이 최근 눈 뜨고 코 베이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문화재단은 지역문화예술단체의 국제교류를 지원하고, 재미한인들에게 사천시를 홍보하기 위한 취지로 사천시생활무용협회의 ‘미국 이주 50주년기념 한미우호대공연’을 지원했다. 그러나 해당 단체는 회원 14명의 항공료 보조금 명목으로 지원한 1750만원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데다, 미국을 다녀온 14명 중 회원은 5명에 불과해 지역예술단체 지원이란 목적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문화재단은 사천시생활무용협회와는 별개의 개인 무용단 해외실적 채우기에 소중한 예산을 지원한 셈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보조금 전액을 자진 반납한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지원금을 회수했다고 한낱 해프닝으로 덮고 끝낼 수는 없는 문제인 것 같다.

    우선 문화재단이 문화예술단체 지원금에 대한 사전 안내와 사후 정산교육을 제대로 했는지 따져봐야 한다. 원칙대로 철저히 교육했다면 ‘보조금 집행과 정산에 대해 잘 몰라 일부 실수가 있었다’는 답변을 진정이라 믿지는 못할 것이다. 또한 사천시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지원하는 ‘열린문화마당’ 예산을 신청하면서,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을 회원으로 둔갑시킨 꼼수까지 관대하게 넘어가서는 안 될 일이다. 공공기관의 시스템이 무참히 기만당한 셈인데, 보조금을 회수했으니 없었던 일로 덮어두자는 식은 곤란하다. 우리 사회 전반에 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만큼 위반행위가 드러났을 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처해야 한다. 특히 문화재단의 예산 신청·집행 과정에서의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됐는지 재점검해야 한다. 이번 사태만 봐도 최소한 해외공연 기획사의 공신력, 회원명단 바꿔치기, 항공료 적정 여부 등을 챙겨봤어야 했다. 문화재단으로선 사후 정산서를 받아봐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무용단 내부에서의 불만과 갈등으로 언론사에 제보하지 않았더라면, 과연 이번 문제를 바로잡을 수 있었겠나 싶다. ‘지역문화예술단체의 국제교류 적극 지원’이란 선의가 농락당한 것이 사실인 만큼 반면교사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이번 참에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예술가 자신이나 대표로 있는 예술단체의 주가를 높이기 위한 실적용 해외 공연·전시 구태가 근절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한인교회나 유치원 강당을 빌려 학예회식 행사를 치르고도 ‘대성공을 거둔 해외순회 공연·전시’로 우려먹는 몰염치가 여전하다 보니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또한 보조금은 문화재단이란 심장에서 문화예술단체라는 모세혈관까지 뿌려지는 소중한 혈액이기 때문에 강력한 관리·감시망이 필요하다.

    정오복 (사천본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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