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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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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황금돼지의 해인가, 진흙돼지의 해인가

  • 기사입력 : 2019-01-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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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기해년(己亥年)을 좋은 말로 ‘황금돼지의 해’라고들 한다. 기(己)는 오행으로 보면 흙이지만 색상은 금색이며 해(亥)는 12지신 중에 돼지를 뜻하기 때문이다. 돼지의 입장에서 본다면 황금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돼지는 흙이 있어야 거기서 먹을거리를 찾거나 놀거나 잠을 잘 수 있다. 흙은 진흙(질척질척하게 짓이겨진 흙)의 양에 따라 ‘모래흙’, ‘모래참흙’, ‘참흙’, ‘질참흙’, ‘질흙’으로 나뉘는데, 진흙의 양이 50% 이상인 것을 질흙이라 하며 질흙을 통상 진흙이라고 한다. 기해(己亥)의 기(己)는 오행 중에 토(土)에 속하며 토 중에서도 물기가 있는 흙, 그중에서도 진흙이 돼지에게는 최상이므로 ‘진흙돼지의 해’가 돼지의 입장에서는 더 듣기 좋을 것 같다.

    집안에 복(福)이 새겨진 돼지 장식품을 둔다는 것은 행운과 재물을 바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또한 각종 잔칫상과 고사상에 돼지머리를 올리는 것은 불운이 없도록 하고 복을 소원하는 마음에서이다. 국운(國運)을 살펴보면 기(己)는 ‘토’를 뜻하고 해(亥)는 ‘수’를 뜻하므로 국정을 운영함에 있어 전반기에 치우침 없이 공평하게 그리고 중심을 잘 잡아야만 후반기에는 흐르는 물처럼 순탄하게 지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흐르는 물이 범람할 정도로 흙으로 제방을 잘 쌓지 못하면 물이 넘쳐 어느 때보다 더 큰 환난을 겪게 되는 한 해가 될 수도 있다. 옛말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글귀가 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역사상 최고의 정치가라 일컫는 몽골제국의 정치고문이었던 야율초재에 의해 ‘興一利不若除一害(흥일리불약제일해)·한 가지 이로운 일을 시작함은 한 가지의 해로운 일을 제거함만 못하다’는 정치철학이 탄생했다. 야율초재는 “진정으로 백성을 위한 개혁은 새로운 사업이나 제도를 시작해 백성을 번거롭게 만드는 것보다 원래 있던 일 가운데서 해로운 일, 필요 없는 일을 제거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오늘날 이 나라의 정치가들이 자신을 엄히 다스려볼 만한 문구가 아닐 수 없다. 과거에는 향교나 서원이 그 역할을 했다.

    아무튼 돼지는 이렇게 유용한 동물이지만 멧돼지의 경우, 천적이 없다 보니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농작물과 묘지를 훼손시킬뿐만 아니라 사람에게까지 위해를 가하는 유해동물로 낙인이 찍혀버렸다. 묘지나 농작물을 심은 곳에는 방울이나 깡통, 플라스틱 통 등을 사용해 요란한 소리가 나도록 하면 소리에 민감한 멧돼지가 잘 오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빛을 반사시키는 물질(알루미늄 조각, 포일 등)과 야광 물체를 달아두거나 좀약을 흙 위에 두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함안군 봉성리에 위치한 함안향교의 공간은 교육과 제례의 두 영역으로 나뉜다. 학문을 연마하는 명륜당(明倫堂)과 생활을 하는 동·서재(東·西齋)는 교육기능을 담당하고, 공자와 저명한 유학자의 위패(位牌)를 모시는 대성전(大成殿) 및 동·서무(東·西)는 제례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다. 중요한 점은 대성전과 명륜당은 산줄기인 용맥(龍脈)의 연결선상에 있어야 하고, 각각의 건물은 바람길과 물길을 고려한 배치여야 한다는 것이다. 함안향교의 특징은 들판의 끝과 야산이 만나는 지형인 탓에 교육 영역은 평지에, 제례 영역은 급경사 지대에 배치했다. 따라서 영역이 넓은 교육 영역에 비해 좁은 제례 영역의 동·서무는 예외적으로 대성전과 나란히 좌우에 배치돼 있다. 여항산(770.5m)의 정기를 이어받은 향교는 급경사를 이룬 좁은 곳에 배치한 대성전의 경우, 주변에 암석이 많이 박혀 있으며 찬 기운이 항상 머물고 있다. 하지만 명륜당은 좌측 계곡이 우측 계곡보다 더 크고 깊어서 상대적으로 우측 계곡보다 더 세찬 바람이 불고 더 많은 물이 내려와 명륜당 터를 감싸며 우측 계곡의 물과 합수돼 빠져나가는 좌선수(左旋水) 형국이다. 합수된 물은 내백호를 지나 외백호 끝자락에 위치한 한강 정구(鄭逑·1543~1620) 선생을 기리는 정후청덕비(鄭侯淸德碑)의 앞으로 흘러 사라진다. 명륜당은 대성전에 비해 생기(生氣)가 충만한 곳으로 유생들이 학문을 연마하고 생활하기에 적합했던 곳이라 생각한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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