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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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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초고령화 시대 노인돌봄의 답을 찾다 (3) 일본의 공동체 차원 돌봄사례

시설의존 벗어나 지역사회 연계 ‘공동체 돌봄’ 실현
지바현 가시와시 ‘도요시키다이 단지’
고령자 주택단지 조성해 재택간병서비스 제공

  • 기사입력 : 2019-08-01 21: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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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인대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1970년 고령화사회, 2007년부터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일본은 노인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등 시설에 의존적인 돌봄 환경에서 탈피해 지역사회 공동체 차원의 돌봄을 실현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사회통합돌봄사업(커뮤니티 케어)의 참고 모델에도 일본의 ‘도요시키다이 단지’가 있다.

    ◆노인들의 나라 ‘도요시키다이 단지’= 일본 도쿄에서 차량으로 40여분 떨어진 지바현 가시와시에 도요시키다이 단지가 있다. 기자는 지난 6월 18~19일 일본 안에서 ‘노인들의 나라’로 잘 알려진 이 단지를 찾았다. 여기저기 노인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보행보조 기구, 지팡이에 의존해 거니는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여느 아파트 단지와 다르지 않아 보였다. 구역별로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어 새로 지은 9층 아파트와 5층 오래된 아파트가 보였다. 이곳엔 재택간병서비스 거점이 되는 지역의료연계센터와 24시간 간병서비스가 제공되는 6층 건물의 고령자 주택이 있었다.

    지난 6월 19일 일본 지바현 가시와시 도요시키다이 단지. 길을 걷는 노인들 뒤로 고령자 주택이 보인다.
    지난 6월 19일 일본 지바현 가시와시 도요시키다이 단지. 길을 걷는 노인들 뒤로 고령자 주택이 보인다.

    센터는 시의 복지정책과 연계해 주민들에 재택의료·요양·입원 등 서비스를 안내하고 행정적 편의를 지원했다. 가시와시는 이를 위해 지역 의사회와 협력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시내 소재 병원과 협력으로 의사와 약제사, 방문 간호사, 간병 전문가, 재활 전문가 등이 팀을 이뤄 재택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고령자 주택은 자립동(33호)과 개호동(72호)으로 의료진들과 요양보호사들이 24시간 상주하며 입주민을 돌본다. 건물 1층에 방문의료, 외래진료, 약국 등 의료기관도 함께 있어 지역민 의료서비스와 연계된다. 가시와시는 여기에 고령자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노인들을 위한 ‘의료·직업·주거 근접화 도시’를 지향한 것이다. 단지에서 만난 히라꼬 기미에(83) 할머니는 “고령자들을 위한 집과 시설, 프로그램, 일자리가 있다.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보내기 참 좋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8일 도요시키다이 단지 고령자 주택 개호동에 머무르며 주거·개호서비스를 받는 노인들.
    지난 6월 18일 도요시키다이 단지 고령자 주택 개호동에 머무르며 주거·개호서비스를 받는 노인들.

    이는 산·관·학이 일체가 되어 고민한 결과물로 만들어진 것이다. 단지는 UR도시기구(독립행정법인·전신 일본주택공단)가 지난 1964년 수도권으로 유입된 주민들에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대규모 아파트 임대주택단지로 조성한 것이다. 당시 32만6000㎡ 규모 단지에 5~6층 저층 아파트 103개동이 세워졌고 4666가구 약 1만명이 입주했지만 세월이 흘러 낙후되고 도시도 늙어 활력을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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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 40%가량이 떠나고 남은 주민 중 65세 이상이 41%에 달했다. UR은 2004년 재건축을 시작하며 2009년 가시와시, 동경대 고령사회종합연구기구와 함께 지역고령사회 종합연구회를 발족시켜 고령자를 위한 마을 만들기에 나섰다.

    프로젝트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전체 1~6기 중 3기 공사를 마치고 4기 공사를 준비 중이다. 이는 일본에서도 드문 사례로 알려졌다. UR도시기구 스나코다 히로야 조정역은 “일본에 지역의료연계센터와 고령자주택은 곳곳에 많다. 이곳은 광활한 땅이 있었고 정책 흐름과도 타이밍이 잘 맞아 노인을 위한 거점시설을 한데 모을 수 있었다. 구역을 나눠 필수 용도를 지정했고 토지임대 공모를 거쳐 동시에 다양한 민간시설들을 단지로 들였다”고 설명했다.

    지역사회에 노인돌봄의 기반이 된 것은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이다. 2000년대 초반 개호보험(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 개념)이 도입된 이래 급격한 고령화에 대비해 2013년 사회보험제도 개혁국민회의 보고서에서 발표됐고 2014년 관련법이 정비되면서 지자체별로 지역의 특성에 맞춰 자주적으로 시스템을 마련했다. 대략 30분 이내 필요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일상생활 권역을 범위로 한다.

    ◆지역공동체 돌봄 ‘다쿠로쇼 요리아이’= 지난 6월 17일 찾은 일본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 주택가에 2층 집과 같은 노인요양시설인 ‘다쿠로쇼 요리아이’도 일본에서 지역사회 공동체 돌봄시설로 주목을 받는다. 이 시설은 1991년 ‘덴쇼지’라는 사찰 다실에서 간병 서비스로 출발해 1992년 11월 지금 이 자리에 낡은 주택을 개조해 지금에 이르렀다. 이후 2호 시설과 특별 노인요양시설(요양원 역할)을 하는 3호 시설도 생겼다. 이 시설은 일본의 간병 전문가 무라세 다카오씨가 뜻을 함께하는 이들과 시설입소를 거부당한 한 치매 노인을 돌보는 일에서 출발했다. 이곳에선 일반 노인 요양시설에서 통제하거나 금지하는 일을 찾아보기 어렵다. 치매노인이라 할지라도 본인이 원할 때 식사를 했고, 산책을 하고 싶다면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외출을 하고 걷고 싶을 때까지 걸었다. 노래를 하고 싶은 노인이 많아 시설에선 노랫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 6월 17일 일본 후쿠오카시 노인요양시설 ‘다쿠로쇼 요리아이’에서 노인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지난 6월 17일 일본 후쿠오카시 노인요양시설 ‘다쿠로쇼 요리아이’에서 노인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곳 무라세 다카오 대표는 “일본도 노인돌봄이 완벽하지 않다. 병원과 시설에서 집으로 탈시설을 하는 과도기에 있다”며 “이곳에선 현재 간병인 1명당 노인 2명 정도를 돌보며 노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추는 간병을 고수한다. 정부 지원금도 받지만 직원들이 후원자를 모으고, 딸기잼을 손수 만들어 파는 것이 바탕이 된다. 누구나 늙어도 사람다운 생활을 하고 싶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노인들이 하고 싶은 대로 일상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우리사회가 노인돌봄을 노인이 먼저가 아닌 우리들 편하고자 만들어 온 것은 아닌지 고민을 하고 이를 바꾸기 위해 싸워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설의 이야기는 프리랜서 잡지편집자 가노코 히로후미가 지은 책이 지난 2017년 ‘정신은 좀 없습니다만 품위까지 잃은 건 아니랍니다’란 제목으로 우리나라에 번역·출판되면서 알려졌다. 저자는 “요리아이는 간병을 지역사회의 몫으로 돌리려 하고 있다. 늙어서도 익숙한 장소에서 살려면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며 “요양시설이 사회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만든다. 이것이 ‘요리아이’가 만드는 모습이다”고 적었다.

    글·사진= 김재경 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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