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사설] 공고 일주일 만에 보류된 ‘매입형 유치원’

  • 기사입력 : 2019-08-12 20:26:33
  •   
  • 경남교육청이 지난 5일 사립유치원 3곳을 매입해 공립으로 전환하는 ‘매입형 유치원’ 모집 공고를 냈다. 그런데 박종훈 교육감이 어제 느닷없이 추진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공고 일주일 만이다. 이번 매입형 유치원 정책 중단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경남교육행정의 신뢰도를 추락시켰다. 경남교육청이 사전에 매입형 유치원의 장단점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제대로 분석도 하지 않고 즉흥적으로 추진하다 보류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박 교육감도 매입형 유치원은 교사 고용승계 문제가 있다는 것이 이미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공고까지 한 뒤 이를 뒤집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매입형 유치원은 정부가 지난 5월 ‘제10차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추진단 회의’에서 추진 계획을 밝힐 때부터 기존 사립유치원 교사들의 고용승계 문제를 두고 교육계 안팎에서 논란이 된 것이다. 경남교육청이 사립유치원 매입 공고에서 고용승계가 안 된다고 명시한 것을 보면 문제점을 몰랐을 리는 없다. 교육부의 지시에 따라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매입형 유치원은 경남보다 먼저 추진한 서울, 부산지역에서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이 대두됐다. 첫째는 정부 계획대로 내년에 40여개의 사립유치원이 공립으로 전환되면 800여명의 사립유치원 교사가 일자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립유치원이 조건이 까다로운 폐원 대신 상대적으로 편리한 매입형을 선택할 가능성 높아 설립자에게 특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박 교육감이 매입형 유치원 정책을 보류시킨 이유도 고용승계 때문이다. 박 교육감은 “고용에 관한 대책 없이 매입형 유치원을 추진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행동이고, 도덕적이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교육청 공고 이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역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문제는 매입형 유치원은 교육부가 유치원의 공공성 강화를 이유로 추진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경남교육청에 재추진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박 교육감이 비난을 감수하면서 보류 결정을 내린 만큼, 문제점을 제대로 분석하여 보완책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