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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저출산 축복인가? 재앙인가?- 황채석(창원지법 마산지원 민사조정위원)

  • 기사입력 : 2020-01-06 20: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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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연말 통계청으로부터 인구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새해 벽두부터 우리나라 인구정책에 대한 화두가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지난 12월 9일자 경남신문 소통마당 경남시론에 ‘저출산이 오히려 축복이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된 바 있는데, 그 글의 필자는 여러 가지 논리를 들어 저출산이 오히려 축복이 되는 사회가 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준비와 정책수립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출산이 축복인지 재앙인지 예측을 말하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의 저출산 현상이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시작된 저출산·고령화가 대한민국 정치 사회 경제 문화의 판도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말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8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30만9000명이 태어나고 31만4000명이 사망해 198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인구 자연감소’가 시작됐다고 했다. 한국 경제신문 보도(2019.12.18)에 따르면 2022년을 기점으로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전통 유통업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하며 학령인구 감소로 2024년엔 산술적으로 전국 대학의 25%는 신입생을 한 명도 못 뽑게 될 거라고 예상했으며, 또한 현행 시스템이 유지된다면 2030년에는 ‘남아도는 초등학교 교사’가 5만 명이 넘을 것이라 한다.

    특히 우리나라 출산율은 2018년 합계 출산율이 0.98로 드디어 1 미만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유엔 미래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이 심각한 출산기피로 인해 2100년에는 인구가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인구가 줄어드는 저출산 요인으로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첫째는 비혼을 택하는 젊은 세대의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들은 자녀양육과 가사노동에 시달리지 않고 경제력을 가지고 자유를 누리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특히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경제력을 갖춘 여성들이 굳이 결혼을 서두르지 않게 된 것이다. 자립 기반을 갖춘 여성에게 결혼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것이다.

    저출산의 두 번째 요인은 기혼자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많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자녀 키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여성정책개발원의 조사연구에서도 출산기피의 가장 큰 이유가 양육에 대한 부담이었다. 특히 여성들은 경제 및 사회활동에 지장, 자유로운 삶에 대한 욕구,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꼽았다. 게다가 그동안 자녀양육을 뒷받침해 왔던 조부모들도 자신의 노후생활을 즐기는 것을 우선시하여, 손자녀의 양육을 기피하면서 출산율 저하가 더욱 증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여성단체에서 여성들에게 무엇이 행복을 가져다주느냐고 물으니 ‘자녀’라는 응답이 1위였는데, 설문을 약간 바꿔서 ‘하루 중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편하고 즐거운지’를 물으면 자녀 돌보기는 꼴찌 수준으로 밀려났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니엘 카니만 교수의 조사연구에서도 자녀 돌보기에서 얻는 즐거움이 TV시청에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쩌다가 자녀가 선택사항이 됐는가? 전통적으로 자녀 출산과 양육은 순리에 따르는 것이며 인간의 도리라고 여겼는데 어느새 자신의 편안함에서 오는 행복을 우선하는 풍조가 이 시대를 지배하게 되었다. 고통이 수반되는 진정한 행복보다 고통이 없는 이기적 행복을 추구하는 일이 당연시될 때 이기적 행복이 불러올 재앙이 걱정스럽다. 단순히 출산장려책과 같은 국가정책이 아닌, 자녀를 낳고 돌보는 것은 내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도리요 순리에 부응하는 것이라는 근본적 인식 변화와 함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함께 수반돼야 할 것이다. ‘어린아이들의 존재는 지구상에서 가장 빛나는 혜택이다. 어린아이들의 생명은 고스란히 하늘에 속한다’라고 말한 스위스의 철학자 아미엘의 말이 생각난다.

    황채석(창원지법 마산지원 민사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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