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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쫓아가는 시대에서 선도하는 시대로- 홍병진(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경남지역본부장)

  • 기사입력 : 2020-02-09 20: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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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여름, 유례 없는 더위에 다들 지쳐 있었다. 내가 살던 아파트는 낮에 냉수꼭지에서 온천처럼 따뜻한 물이 나올 정도였다. 광복절 낮에 ‘이대로 있다간 더위에 죽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차를 몰고 지리산으로 갔다. 깊은 계곡으로 들어가 해가 질 때까지 탁족과 독서를 할 요량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계곡에 있었는데, 말벗이 필요했던지 한 노인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젊었을 때 거제 조선소에서 일하며 자녀를 키운 얘기를 하시면서 요즘 세태를 걱정하셨다. 젊은 것들은 일하려고 하지 않고,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도 없고…주 52시간과 최저임금제 때문에 모두들 망할 것이라고 한없는 걱정을 하셨다.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워서 나라가 망할 것이란 말씀이었다. 나는 빙긋 웃으며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강한 경제대국이라는 말씀을 드렸다.

    우리나라가 IMF 외환위기 직전보다 훨씬 더 잘살고 있는 것은 지표로 드러난다. 세계 60위 수준의 경제는 이제 10대 경제대국이 됐고, 1만달러도 안 되던 1인 GDP는 3만달러가 넘는다.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무역은 20년 넘게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7월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아미드 3종의 대한 수출을 규제하겠다던 일본의 도발에 많은 사람들이 한국경제가 망할 것처럼 말했다. 심지어 불화수소는 트웰브나인(99.9999999999%) 수준의 순도를 일본 말고는 아무도 못 한다는 얘기까지 전문가 의견 타이틀을 달고 언론에 오르내렸다. 일본관광 불매는 일본에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지금 어떤가? 우리 기술자들은 트웰브나인 수준의 불화수소를 만들었고, 일본 수입감소로 대일무역적자는 16년 만에 최저로 줄어들었다. 10여년 전에는 LNG운반선의 세계를 양분하던 모스 방식과 멤브레인 방식을 극복한 솔리더스 방식으로 세계 특허를 따냈고 이를 바탕으로 2018년 1분기부터 LNG운반선 수주를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으며 LNG추진선으로 아세안 국가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한국인의 불매로 일본 지자체는 급감한 한국 관광객 때문에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물론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고 새로운 과제는 계속 나타나고 있다. 주 52시간 노동, 최저임금 문제로 많은 경영자들이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식민지를 개척하고 세계사를 주름잡았던 서구 강국들을 하나씩 제치고 이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우리는 이제 추격하던 시대에서 선도하는 시대로 전환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과거에는 ‘노동을 갈아 넣었던 시대’라면 앞으로는 ‘경영자를 갈아 넣는 시대’가 될 것이다. 어떤 기업이든 주력 품목(제품), 기술, 경영 이 세 가지는 끊임없이 혁신해야 존속할 수 있다. 이런 변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경영자의 역할이며 그만큼 경영자 역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변화가 너무나 혁신적이어서 이제는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란 것도 의미를 상실했다. 기업 생태계 어딘가에서 혁신과 성장, 그리고 도태현상이 계속 발생한다. 과거의 실적이 아니라 미래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데 관심을 두어야 한다. 우리의 성과가 우리의 미래를 지켜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경남의 기업들이 세계 제일을 목표로 계속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기를 응원한다.

    홍병진(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경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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