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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멸치배 불법개조 전수조사 뒤따라야

  • 기사입력 : 2020-03-23 08: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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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호 사회2부
    김성호 (사회2부)

    사람의 욕심은 어디까지인가?

    남해안 멸치잡이 배들의 불법 개조·증축을 취재하는 과정 내내 머릿속을 맴도는 물음이었다.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멸치는 바다 속 먹이사슬에서 가장 지위가 낮은 존재다. 육식어류 대부분이 멸치를 먹는다. 바닷새도 멸치를 먹는다. 바다 속 생태계는 멸치가 있기에 유지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많은 강자들의 만만한 사냥감인 멸치가 종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그 답은 바로 조숙(早熟)과 다산(多産)이다. 한해살이 어류인 멸치는 적에게 먹히는 양보다 더 빨리 자라고 더 많이 산란한다. 인류가 생기기 훨씬 이전부터 멸치는 이 방식으로 종족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사람이 멸치를 잡기 시작하면서 멸치의 이 생존방식은 그 힘을 잃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멸치 잡는 방법은 기선권현망 어법이다. 배 다섯 척이 조직적으로 움직여 멸치를 잡는다. 먼저 어탐선이 전자장비로 멸치어군을 찾으면 두 척의 본선이 자루에 긴 날개를 단 모양의 그물을 끌고 빠르게 다가간다. 멸치는 이리 저리 군영하지만 어군탐지기를 피해 몸을 숨길 수도 없고, 1㎞에 이르는 그물을 피하기도 역부족이다. 1㎝ 크기의 작은 멸치까지 잡기 때문에 그물코는 방충망보다 더 촘촘하다.

    이같은 방식의 기선권현망 어법은 당연히 어획강도가 높다. 해수부가 기선권현망 어선의 엔진 출력을 350마력 이하로 제한한 이유이다.

    그러나 이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편법 앞에 무너졌고 규정의 두 배가 넘는 힘센 엔진을 장착한 배들이 버젓이 조업에 나서는데도 관련 당국은 제대로 단속한 적 없었다. 이제는 배까지 개조해 조업하는데도 그동안 아무 일 없이 멸치는 남획됐다. 그 세월이 10년 이상이다.

    이번 경남도의 조사에서 배를 불법으로 개조증축한 선박이 적발됐지만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편법으로 장착한 힘 쎈 엔진에 대해서는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어로장은 선박을 검사하는 해양교통안전공단과 어민을 단속하는 해양경찰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선박 불법 개조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데도 어떻게 이렇게 많은 배가 허가보다 한참 크게 만들어 졌는지 모르겠다”며 말끝을 흐렸다.

    경남도의 이번 조사에서 멸치배들의 불법 개조증축이 사실로 확인된 만큼 전수조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엔진의 출력을 제한한 현행법의 취지가 조업현장에서도 지켜지도록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김성호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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