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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6월 17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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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803) 제25화 부흥시대 113

“돈을 잘 모르는군”

  • 기사입력 : 2020-03-31 08:04:47
  •   

  • 쌀 1000석에 해당되는 금액이다.

    “큰돈이네.”

    “쌀 1000석 값입니다.”

    “쌀을 얼마나 사려고 하는데?”

    오동식의 작은 눈이 빛을 뿜었다.

    “7000석입니다.”

    오동식의 눈이 커졌다.

    “쌀을 사재기 하려는 거요?”

    “아닙니다. 사기꾼을 막으려는 겁니다.”

    “사기꾼을 막기는… 돈벌이지….”

    “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사기꾼도 막고 돈도 벌 생각입니다. 담보가 필요하시면…….”

    “필요 없소.”

    “예?”

    “나 오동식이 돈 60만원 떼어먹혔다고 죽지는 않소. 대신 조건이 있소.”

    “예. 말씀하십시오.”

    “내가 돈이 필요할 때 이 회장도 조건 없이 빌려주어야 하오.”

    “사장님께서 무슨 돈이…?”

    이재영은 어리둥절했다. 사채업을 하는 오동식이 돈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뜻밖의 일이다.

    “이 회장은 돈을 잘 모르는군.”

    오동식이 다시 술을 마셨다.

    “잘 모릅니다. 가르쳐 주십시오.”

    “내가 내 돈 갖고 장사를 하는지 아시오? 나도 남의 돈을 빌려서 장사를 하고 있소. 3부에 빌려 5부로 빌려주면 2부가 남지 않소? 이러니 나도 남의 돈으로 장사를 하는 거요. 어떻소? 약속할 수 있겠소?”

    3부니 5부니 하는 것은 한 달 동안의 이자를 말한다.

    “약속드리겠습니다.”

    이재영은 속으로 감탄했다.

    “한 잔 받으시오. 나는 마음이 통하는 사람하고만 술을 마신다오.”

    오동식이 그제야 이재영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때 비빔냉면과 수육이 나왔다. 이재영은 비빔냉면을 먹으면서 대구의 쌀 7000석을 사게 된 일을 설명했다.

    오동식이 한숨을 내쉬었다.

    “눈 뜨고 있어도 코 베어 가는 세상이라더니.”

    “세상이 어지러운 탓이 아니겠습니까?”

    “내 사무실로 갑시다.”

    점심식사가 끝나자 오동식이 이재영을 데리고 사무실로 갔다. 그의 사무실문은 자물쇠가 세 개나 채워져 있었다.

    사무실도 달랑 책상 하나만 있어서 초라해 보이기까지 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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