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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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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고3 사상 첫 ‘온라인 개학’ 현장 가보니

학생 없는 낯선 교실서 첫 수업 ‘ON’
학생·교사 동시 접속해 출석 확인
개학식·조례·수업 모두 화면으로

  • 기사입력 : 2020-04-09 21: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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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일 오전 8시 30분 마산의신여자중학교 3학년 2반 담임을 맡고 있는 김주연 교사는 온라인 화상회의 시스템인 ‘ZOOM’에 접속했다. 기다렸던 개학 첫 조례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45분부터 출석 확인이 시작됐다. 인원을 세고 발열이나 이상이 없는지 건강상태 점검도 필수다. 다행히 19명 전원이 지각없이 출석했다. “ZOOM에서 나가면 안 된다. 쉬는 시간도 확실히 지켜야 한다 얘들아~”

    이렇게 사상 첫 온라인 개학 첫 조례가 끝이 나고 정해진 시간표대로 수업이 이어졌다. 오전 11시에는 온라인 개학식이 열렸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온라인 개학식에는 장명호 교장과 3학년 담임교사, 3학년 학생들이 동시에 접속했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다 보니 산만한 아이들도 있었고, 한 교사가 마이크를 깜빡 잊고 켜지 않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도 온라인 개학식에 참여해 “원격수업은 우리가 가야 할 미래교육의 모습”이라며 “첫 시작이라 부족한 점이 있겠지만 계속 개선·발전될 것”이라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전국 중·고등학교 3학년생들이 온라인 개학을 맞은 9일 오전 창원시 마산의신여자중학교에서 수학교사가 온라인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전국 중·고등학교 3학년생들이 온라인 개학을 맞은 9일 오전 창원시 마산의신여자중학교에서 수학교사가 온라인 원격 수업을 하고 있다./김승권 기자/

    마산의신여중은 시범학교로 선정돼 2주전부터 지속적으로 원격수업을 진행해왔다. 중간에 점심시간을 두고 진행해보니 학생들의 집중도가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학교는 수업을 30분(원래는 45분), 쉬는 시간 10분으로 하고 오후 12시 50분에 6교시까지 마치는 것으로 교육과정을 짰다.

    이날 11시도 4교시인데 온라인 개학식 이후 수업이 이어졌다. 영어교과를 맡은 김주연 교사는 다시 학생들과 만났다. 이날 수업 내용은 ‘I AM CORONA’라는 영어노래를 통해 코로나19와 영어를 접목시킨 것이다. 노래를 듣고 해석하면서 자연스럽게 코로나19에 대해서는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클래스룸에 올려둔 과제를 풀어서 제출하도록 했다. 과제를 제출하면 교사 휴대폰으로 알람이 떠서 채점과 피드백도 가능하다.

    다른 수업이 이어지고 오후 12시 55분에 6교시 수업이 끝나자 김주연 교사가 종례시간을 통해 다시 아이들을 만났다. 첫날을 무사히 넘긴 교사와 학생들은 서로를 다독였다.

    마산의신여중은 실시간 쌍방향 수업 방식을 택했지만, 각 학교별로 장비나 역량이 균등하지 않아 콘텐츠 중심수업(미리 만든 학습자료나 영상을 보여주고 피드백 하는 방식)으로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곳도 많다.

    김주연 교사는 “처음 이걸 해야 된다고 들었을 때는 두려움이 앞섰는데 막상 해보니까 어렵지만은 않았다”며 “학교마다 방식이 다른데 대면수업보다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연수나 지원을 통해 학교 간 표준화를 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첫 수업을 한 교사들은 자신의 교실에서 수업을 하지는 못했다. 아직 모든 교실에서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등 환경이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원 사파고등학교에서는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일이 10~11일인 점을 감안해 ‘참정권 교육’을 진행했다.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방식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작한 ‘새내기 유권자 기본교육 영상’을 시청한 후 학생과 교사가 선거에 대해 토론을 진행하기도 했다.

    학교마다 사용하는 플랫폼에 따라 생기는 문제점들 때문에 일부 고교에서는 원활한 수업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고3 A학생은 “구글 클래스룸을 사용해 반 공지를 띄우고 수업을 진행하는데 알림이 메일로만 도착하는 바람에 수업과 과제를 종종 놓치는 경우가 있었다”며 “줌어스를 사용할 때는 스피커가 안되는 친구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일부 고3 학생들은 학습환경이 여의치 않아 혼자 있을 수 있는 독서실이나 카페 등을 찾아 수업을 듣는 경우도 있었다.

    B학생은 “혼자 인강을 듣는 셈이니 계속 집중하기가 힘들고 집에 있으면 잠이 와서 사람없는 신설 독서실에 가서 수업을 들었다”며 “하루종일 노트북 화면을 보니 눈도 아프고 고3이다 보니 수능에 영향이 미칠까 걱정스런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걱정의 시선을 보내는 학부모들도 있다.

    고3, 고1 자녀를 둔 C(52)씨는 “교육 공백을 메우는 최선의 길이라는 것은 알지만 선생님들의 수준, 학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원격수업 차이가 커서 속상하다”며 “새로 온 선생님들이 많은 학교의 경우 의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준비가 더딘데 하루빨리 수업이 상향 평준화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은 9일부터 온라인 개학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홈페이지(www.gne.go.kr)에 △학생 △학부모 △교사별 ‘원격수업 지원방’을 개설해 서비스를 개시했다.

    한편 경남도교육청은 이날 경남지역 중학교 3학년의 99.7%, 고등학교 3학년의 99%가 온라인 수업에 출석했다고 밝혔다.

    차상호·이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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