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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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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풍수지리] 너희들 힘드니까 내 뼈를 뿌려라

  • 기사입력 : 2020-04-24 08: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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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택과 양택의 길지(吉地·명당)에 대한 공통점은 산줄기 아래에 위치하면서 물이 모이는 자리, 즉 기가 쌓인 곳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형지기축화생 만물위상지야(形止氣蓄化生 萬物爲上地也·형이 그치면 기가 쌓여서 만물을 생하는 곳이니 상지이다)’라 한다.

    대체로 음택은 주산의 가장 강력한 산줄기에서 기가 응축된 곳을 택하는 반면 양택은 지맥(地脈)에 역행하지 않고 계곡 자락이 아니라면 분파된 산줄기나 연장선상에서 선택할 수 있어 그 폭이 넓다. 음택과 마찬가지로 양택도 ‘도로를 물’로 보며 ‘작은 물’과 ‘큰 물’로 구분해 향(向·집이나 집터의 앞쪽 방향)을 결정한다. 이때 음택과 달리 주변의 혐오시설 유무에 따라 향의 각도가 더 클 수 있다.

    창원시 동읍의 모처에 낡은 집을 헐고 신축을 하고자 터 감정과 대문 위치 등을 의뢰한 이가 있었다. 주택은 주산의 큰 산줄기가 진행하는 방향으로 향을 놓거나 주산보다 가까이 있는 산의 작은 줄기가 진행하는 곳으로 향을 놓는 것이 좋다. 의뢰인의 집터는 큰 산줄기의 진행방향으로 향을 놓으면 옆집을 보게 되어 갑갑할 뿐만 아니라 사생활 보호도 쉽지 않은 곳이었다. 현재 위치한 집의 방향은 작은 줄기의 진행 방향 따라 향이 놓여 있어 고속국도와 돌산을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차량소음과 살기(殺氣)로 인해 쾌적한 삶을 누리기가 어렵다. 게다가 도로를 등지고 있는 반면 대문은 도로와 접해 있었다.

    심사숙고 끝에 주산의 큰 산줄기와 직각이 되는 방향인 도로를 바라보도록 해 물(도로를 지칭함)을 접하게 하면서 노적가리 형상의 작은 산줄기가 안산(案山·앞산)이 되게 했다. 대문은 가장 생기(生氣)가 왕성한 곳을 정해주면서 ‘밀폐형대문’으로 하고 평소엔 ‘쪽문’을 사용해 생기가 쉽게 빠져나가지 않도록 할 것을 당부했다. 현재 거주하는 집이 놓인 터는 보통의 기운이 흐르지만 마당으로 사용하는 터의 기운은 대단히 좋기에 마당인 터에 집을 지어 거주하면 건강을 유지하며 재산도 불어난다고 했다.

    풍수 고언(古言)에 ‘일산일혈(一山一穴)’ 또는 ‘일맥일혈(一脈一穴)’이라는 용어가 있다. 하나의 용맥(龍脈·산줄기)에는 하나의 혈처(穴處)만 존재한다는 뜻이다. 함안군 모처에 주산에서 뻗어 내려온 두 개의 산줄기 연장선상 중, 한 곳에는 부모 묘가 있고 다른 한 곳에는 먼저 떠난 아내의 묘가 있는 여든 중반의 노인이 두 곳 중에서 지기(地氣)가 좋은 한 곳을 택해 자손들이 번거롭지 않도록 평장 묘를 조성하고자 했다. 다행히 묏자리 둘 다 무해지지(無害之地)이면서도 노인의 아내가 안치된 자리가 좀 더 상급이라 하자 노인은 동행한 자녀에게 자신이 죽으면 아내도 화장해 함께 평장으로 조성하기를 당부했다.

    음택은 주산에서 뻗어 내려온 산줄기 중에서 가장 용세가 강한 것을 선택해 혈(穴)을 선정한 후, 자리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조선의 역대 무덤 중에서도 명당으로 알려진 곳 중에 같은 산줄기에 내리 쓰거나 동일한 주산에서 분파된 여러 산줄기에 내리 쓰는 경우도 꽤 있다. ‘형지기축(形止氣蓄·형이 그치면 기가 쌓인다)’인 자리에 씀으로써 적은 기운이라도 받아 후손발복을 꾀하기 위함이다. 전라북도 순창군에 있는 조선 8대 명당으로 알려진 광산김씨 김극뉵의 묘가 같은 산줄기에 내리 쓴 경우이며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한산 이씨 묘역이 분파된 여러 산줄기에 내리 쓴 경우에 해당한다. 특히 한산 이씨 묘역은 토정비결의 저자인 이지함이 영장산 자락에 조부인 이장윤의 묘를 쓰면서 형성되기 시작해 오늘날까지 원형이 잘 보존되고 있다.

    최근 들어 부쩍 자식들의 번거로움을 덜어주고자 화장(火葬)해서 도로와 가까운 장소에 평장을 하거나골분을 산이나 강에 뿌리기를 원하는 부모가 많아졌다. 자식의 입장에서는 부모의 의사를 따르는 게 옳은지조차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 필자에게 문의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엄밀히 따지면 골분을 뿌리는 것도 자연장(自然葬)에 속하기는 하지만 경험상 뼛가루를 흩뿌리고 나면 십중팔구 2~3년 이내에 후회하는 것을 봐왔던 터라 일정한 장소에 자연장으로 안치가 가능한 공원묘원이나 작은 터를 매입해 자연장지를 조성해 안치하는 것이 좋다. 주의할 점은 개인이 자연장지를 조성할 경우, 수목형, 화초형, 정원형을 택하면 오히려 관리가 번거로울 수 있기 때문에 잔디형으로 조성할 것을 권한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

    (화산풍수·수맥·작명연구원 055-297-3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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