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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강미술관’과 이별에 대처하는 자세

  • 기사입력 : 2020-05-25 08: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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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고운 문화생활팀
    조고운 문화생활팀

    2016년 4월 29일 오후 3시, 창동예술촌 일대가 축제 분위기였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 있던 구 금강제화 건물 자리에 경남 최초 기업형 미술관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마산합포구 진전면에 있는 선박 부품 제조업체 (주)한국야나세가 창동의 명소였던 금강제화 건물을 매입해 만든 미술관이었다. 이름도 금강제화에서 딴 ‘금강미술관’으로 지었다. 쇠락하는 창동에 희망의 싹을 틔우는 듯 했다. 인근 창동예술촌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됐다. 기념식엔 지역의 문화예술계는 물론 정·재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해 기뻐했다. 당시 한국야나세 우영준 회장은 “마산 문화예술을 부활시키는 원동력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떠들썩한 개관 후 4년이 지난 2020년 5월 7일, 창동예술촌에서는 정반대 분위기에서 간담회가 열렸다. 금강미술관이 창동을 떠나가기 때문이다. 우 회장은 오는 8월 금강미술관을 자신의 고향인 진동으로 확대 이전하기로 했다. 이날 열린 간담회 주제는 ‘금강미술관 보존에 관한 지역 관계자들의 토론회’였다. 정혜란 창원시 제2부시장, 김경영 도의원, 박선애 창원시의회 의원, 윤치원 경남문예진흥원 원장, 오현수 경남민예총 이사장, 천원식 경남미술협회 지회장, 이광두 창동상인회 회장 등 정치·행정·경제·예술계 관계자 20여명이 자리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금강미술관 이전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나 금강미술관 보존의 필요성과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모아지진 않았다. 마산지역 예술인들은 경남도나 창원시에서 나서주길 바랐지만, 이를 지원할 제도나 조례는 사실상 없었다. 기업미술관을 지자체나 지역사회에서 이어가야 할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렇다고 우 회장을 탓할 수도 없었다. 우 회장은 2년 전 건물을 손해 보고 팔고도, 지난 2년간 매달 1400만원씩 내면서 미술관을 운영했다. 그가 미술관을 운영하면서 지역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는데 누구보다 적극적이었고, 대관 또한 무료로 진행하며 의리를 다 했다.

    원치 않는 이별 통보는 누구나 쓰린 법이다. 지역에 미술관 한 곳이라도 더 있길 바라는 마음이야 지역 예술인과 시민들은 물론, 기자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정답은 모르겠다. 다만 이별을 받아들이고, 그 원인을 잘 들여다보고 치유한 뒤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것이 희망적인 태도다.

    금강미술관 이전은 이미 정해졌다. 이제는 금강미술관의 이전 이유를 고민해 보고, 지역에 어떤 미술관이 어디에 필요한지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 그것이 시립 미술관 필요성에 대한 검토일 수도 있고, 지역 미술관의 효율적 운영에 대한 분석 또는 창동예술촌, 넓게는 마산 예술 인프라에 대한 진단일 수도 있다.

    당장 아프다고 상대를 억지로 붙잡거나 급한 마음에 아무나 옆에 두는 것은 결국 상처를 남기기 마련이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몇년 후 또 떠날 미술관이 아닌 오래토록 옆에 두고 사랑할 미술관이 아닌가.

    조고운(문화생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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