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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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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별이 많이 생겨났네요 - 정삼조 (시인)

  • 기사입력 : 2020-07-29 21: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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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 술자리에선가 한 사람이 세월 타령을 했다. ‘요즘은 시간이 안 가. 자고 일어나면 꼭 같은 일만 반복되고, 그러니 재미가 없어’ 라는 요지였다. ‘누구라도 꼭 별다른 재미가 있어서 사는 건 아냐’ 라는 위로의 말도 나왔지만 ‘그래도 세상은 변하고 있어’ 라는 말을 속으로 삼킨 적이 있다. 무슨 심대한 인생을 논하는 자리도 아닌데 괜히 자리를 어색하게 만들까 부담스럽기도 했고 그 친구가 그만한 이치를 모를 것 같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 관점에서 보면 세상은 언제나 별 변함이 없다. 달팽이처럼 거북이처럼 느리게 세월이 간다. 어제와 오늘이 다를 바 없다. 이 변함 없음에 편승하여 ‘변함없이’ 씩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제법 많을 듯하다. 시간에 대한 관심이 없기 때문인지 오히려 시간이 더 잘 간다. 어느새 지난 세월이 산만큼 쌓인다. 그렇게 한세상 살아도 좋겠다.

    그런데 다른 예술 분야에서도 그렇겠지만 문학하는 사람들은 좀 다르지 않을까 싶다. 그들은 어제와 오늘이 다른 그 미세한 차이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 관찰한 내용을 다른 것에 빗대 보기도 하고 가없는 상상의 세계를 펼쳐보기도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세상의 아름다움과 새로운 가치를 발견해 되도록 알기 쉽게 표현해낸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치러내려면 늘 세상을 향해 눈에 보이지 않는 촉수들을 펼쳐 놓고 수많은 정보를 얻어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그러니 세월이 더디게 가야 정상일 사람이 문학하는 사람이 아닐까.

    1942년생이고 2005년에 작고한 마산의 이선관 시인은 이런 세상의 변화에 특히 민감했던 듯하다. 장애를 딛고 세상을 따뜻하고 바른 눈으로 잘 살핀 시인이고 알기 쉬운 말로 어려운 문제를 잘 풀어 보였다. 인터넷에 이 시인의 좋은 시가 많이 떠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검색해 보시면 좋겠다. 이 시인의 아름다운 시 ‘별이 많이 생겨났네요’를 여기 옮겨본다.

    “이십일세기로 들어서서/ 정말 오랜만에 밤하늘을 쳐다보네요/ 저것들보세요/ 이십세기에서 못 보던/ 유난히 반짝반짝거리는 새로 생긴 저 별들/ 아마도 저 별들은/ 이십일세기로 들어서서/ 첫 번째 전쟁이자 새로운 전쟁에서/ 무차별 폭격으로 죽은/ 아프간 사람들의 영혼일 거예요”

    정삼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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