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방 무너져 온마을 흙탕물… “이런 물난리 평생 처음”
[수해 현장을 가다] 시름 깊은 창녕 구학·옥야마을농지·주택 침수… 전기·수도 끊겨마을 곳곳엔 젖은 가재도구 뒤엉켜
- 기사입력 : 2020-08-11 21: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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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년 만에 강물이 다시 범람해 마을 전체를 덮쳤어요.”
11일 창녕군 이방면 구학마을과 옥야마을 일대는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8·9일 양일간 214㎜의 폭우가 쏟아진데다 안동댐 방류로 인해 합천창녕보 좌안 상류쪽 250m 지점인 낙동강 본류 제방 40m가 붕괴됐다. 이로 인해 인근 배수장에 전기를 공급 하는 전봇대가 쓰러지면서 배수장 펌프 가동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이 마을은 홍수 피해의 직격탄을 맞았다.
농경지 50㏊가 침수·매몰되고 배수장 2곳과 하수처리장 1곳, 배수문 2건은 물론 4가구가 주택 침수 피해를 입었다. 마을 7가구의 전기와 수돗물 공급도 끊겼다. 제방 인근 구학·옥야마을이 물에 잠기면서 주민 156명이 인근 이방초등학교로 급히 대피했다.
구학마을에서 무너진 제방이 임시 복구돼 있다.1층 주택이 침수됨에 따라 각종 가재도구는 물론 가전제품이 진흙을 뒤집어쓰고 곳곳에 널려 있었다. 마을 도로변은 황토색으로 물들었다.
11일 오후 이방면 구학마을 A(68)씨 집 앞에는 가재도구와 전자제품 등이 뒤엉켜 마치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쌀과 각종 음식, 조리 도구, 깨진 가전 제품이 주택 안팎을 뒤덮었다.
11일 창녕군 이방면 구학마을의 한 주택 앞에 침수된 가재도구들이 나와 있다.이날도 세찬 비는 반복됐고, 빗줄기로 인해 집밖에 내놓은 생필품 등이 재차 물에 젖어 이재민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10일부터 본격적으로 마을 주민·공무원·군인들은 각종 장비를 동원해 복구 작업에 나서는 등 구슬땀을 흘렸지만 역부족이다. 재난 현장은 한 사람의 손길도 아쉬웠다. 고인 흙탕물에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은 마치 피땀 흘린 농민들의 눈물처럼 느껴졌다.
마을 주민들은 “이런 물난리는 평생 처음이다. 집과 농가 등 삶의 터전 전체가 수해를 입어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이다”며 울상을 지었다.
글·사진= 고비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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