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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현실 못 쫓아가는 수산 제도들- 김성호(통영거제고성본부장·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20-08-27 20: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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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해만은 동쪽으로 부산 가덕도에 막혀 있고 남쪽으론 거제도에 막혀 있는 내만이다. 내만이기에 파도가 없고 잔잔해 양식장이 들어서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큰 바다로 나가기 위한 출구는 거제도와 부산 가덕도 사이 항로와 통영과 거제도 사이 견내량뿐이다.

    436.7㎞의 해안선을 따라 진해, 마산 그리고, 고성 동해면과 거류면, 통영 광도면과 용남면, 거제 사등·하청·장목면이 진해만을 바라보고 둥그렇게 늘어서 있다. 경남의 ‘안 바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는 바다가 진해만이다.

    최근 진해만에 산소부족 물덩어리(빈산소수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저층과 표층 사이 수온이나 염분농도의 차이로 바닷물이 순환되지 않으면 저층부터 산소가 고갈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용존산소가 3㎎/L 이하이면 산소부족 물덩어리라 부른다. 통상 어류는 4~5㎎/L, 패류는 5.4㎎/L 이상의 용존산소가 필요하고 굴은 3.2㎎/L, 멍게는 2.6㎎/L 이하일 때 폐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소부족 물덩어리로 인한 진해만의 양식장 피해는 지난 4일부터 시작됐다.

    진해 해역에서 양식되는 홍합 폐사를 시작으로 고성 당동만의 미더덕과 가리비가 죽어나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통영 용남면과 거제 가조도 인근 해역의 굴과 멍게가 녹아내리고 있다.

    지난 24일까지 접수된 피해신고만 827건, 피해규모는 72억5800만 원에 이른다. 피해 면적은 1110㏊로 진해만 전체 양식 면적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한마디로 진해만 양식장이 초토화되고 있는 중이다. 지금도 진해만 깊숙한 해역의 용존산소는 0에 가까워 수산당국은 피해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어민들은 망연자실할 뿐이다. 더욱이 현실을 못 쫓아가는 수산 관련법과 제도가 어민들을 더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미더덕의 경우 피해금액은 0이다. 바다에 빈 그물을 넣어 자연적으로 달라붙는 미더덕을 수확하기 때문에 첫 밑천은 ‘그물뿐’이라는 논리다. 가리비도 5㎝ 이상의 개체만 피해금액을 산정하기 때문에 이번 피해금액은 0이다. 미더덕이나 가리비의 양식 역사가 짧아 그에 따른 제도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에 생긴 현상이다.

    그나마 양식 역사가 오래된 굴과 멍게는 피해금액 산정이 현실에 가깝지만 철거비용과 그동안 들어간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원인 규명과 신속한 보상도 필요하지만 현실을 못 쫓아가는 수산 관련법과 제도 정비도 시급하다. 진해만에 발생하는 산소부족 물덩어리를 해마다 봐왔으면서도 대규모 피해를 입은 다음에야 제도 개선을 논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김성호(통영거제고성본부장·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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