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비조각’ 선언한 조각들, 틀을 깨고 나오다

[수요문화기획] 2020 창원조각비엔날레
내일부터 11월 1일까지 46일간 개최
코로나19로 사상 초유 ‘온라인 개막’

  • 기사입력 : 2020-09-16 08:17:23
  •   
  • 2020 창원조각비엔날레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로 탄생 10주년, 5회째를 맞은 창원조각비엔날레는 코로나19 확산에 사상 처음 온라인 개막한다. 주제는 ‘비조각-가볍거나 유연하거나’다. 비엔날레 측은 창원 성산아트홀과 용지공원(포정사)에 80여 개의 비조각 작품을 설치했지만, 관객들은 비엔날레 공식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서만 작품을 볼 수 있다.

    비엔날레 측은 오는 20일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단계로 완화될 경우 오프라인 전시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장담하긴 어렵다. 다만 ‘본전시1-비조각으로부터’의 작품들은 야외인 용지공원(포정사)에 설치돼 있어 조심스레 볼 수는 있겠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유일 조각비엔날레에 초청된 국내외 유수 작품들을 직접 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쉽다.

    특히 이번 비엔날레에는 비조각이란 주제에 맞춰 기발함과 유연함을 갖춘 작품들이 많이 초청돼 온라인으로 그 감동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지 기대와 우려도 교차한다.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준비한 행사 내용과 전시 구성 등을 소개한다.

    이윤숙 作 ‘일심-무경계, 온새미로’
    이윤숙 作 ‘일심-무경계, 온새미로’
    랜 홍 웨이 作 ‘쓸모없는’
    랜 홍 웨이 作 ‘쓸모없는’

    ◇행사 어떻게 진행되나= 2020 창원조각비엔날레가 ‘비조각-가볍거나 유연하거나’를 주제로 17일부터 11월 1일까지 46일간 개최된다. 2010년 문신국제조각심포지엄으로부터 출발해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이번 비엔날레는 김성호 미술평론가가 총감독을 맡았으며, 34개국 86개팀 94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역대 비엔날레 최다 해외 작가 참가다.

    전시는 △본전시1-비조각으로부터(야외) △본전시2-비조각으로(실내) △특별전1-이승택, 한국의 비조각(실내) △특별전2-아시아 청년 미디어 조각(실내) 등 4개 테마로 구성했다. 이번 비엔날레에서 영구설치 된 작품은 성동훈 작가의 ‘소리나무 2020’이다.

    전시장은 성산아트홀과 용지공원(포정사) 두 곳인데, 현재는 온라인 관람만 가능하다. 개막식은 온라인 개막식(17일)과 오프라인 개막식(10월 21일)으로 두 차례 나눠서 진행할 계획이다. 전시 설명은 온라인에서 텍스트와 영상, 오디오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학술행사도 사전 녹화로 진행한다. 국내 학술 컨퍼런스 ‘이승택, 한국의 비조각’은 10월 10일, 국제 학술 컨퍼런스는 10월 28일 오픈 예정이다. 또 창원조각비엔날레 비평 웹진, 리플릿, 가이드북, 카탈로그 등 모든 종이 인쇄물의 e서비스를 병행한다. 코로나19가 완화될 경우 전시투어, 체험 프로그램 등도 진행될 계획이다.

    유정혜, 정태규 作 ‘(떠있는) 검은 바다’
    유정혜, 정태규 作 ‘(떠있는) 검은 바다’
    마크 안드레 로빈슨 作 ‘반환권’
    마크 안드레 로빈슨 作 ‘반환권’

    ◇조각비엔날레에서 비조각이란= 비(非)조각은 말 그대로 조각이 아닌 무엇이다. 이번 비엔날레를 통해 ‘비조각’이란 생경한 주제를 내 건 김성호 총감독은 “비조각은 조각이 시도하는 자기 부정의 과정이고 결과”라고 정의한다.

    모든 존재는 자기를 부정하면 자기와 다른 것들을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조각이 조각을 부정하면서 사물, 자연, 에너지, 예술 등 모든 개념을 포함하게 된다는 개념이다. 결국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인 비조각은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덩치가 크고 견고한 전통적 조각 속성 너머에서 가져온 모든 조각을 의미한다.

    조각 같은 조각이 아닌 다양한 조각, 모든 조각의 형식을 아우르는 표현인 것이다. 또한 비조각의 내용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심에 두며, 완성을 향한 미완성의 개념을 추구한다. 이러한 주제에 맞춰 이번 비엔날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공기, 물, 바람, 흙과 같이 가볍고 유연한 소재를 활용하거나 미완의 형태 또는 형태가 없는 움직임으로 과정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리홍보 作 ‘자연 연작-나무’
    리홍보 作 ‘자연 연작-나무’
    박용식 作 ‘블링-불링’
    박용식 作 ‘블링-불링’

    ◇가벼운 형식과 유연한 내용= 이번 비엔날레의 전시는 4개 테마로 구성됐다. 각 테마별 주제에 맞는 비조각의 의미를 담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본전시 1-비조각으로부터’는 비엔날레의 주제를 시각화하는 야외 주제전으로 용지공원(포정사)에서 15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조각의 전형적인 볼륨과 매스를 탈피하고 조각의 다양한 차원을 비조각의 담론으로 성찰하고 실천하는 대형 야외 설치 조각을 만날 수 있다. 거인이 불다가 뱉은 듯한 풍선껌 조형물(시몬 데커 作 버블 껌 인 창원), 바람에 따라 소리가 나는 나무 모양의 스테인리스 조각(성동훈 作 소리나무 2020) 물안개를 뿜어내는 금속 아치(제임스 텝스콧 作 아크제로 )등 자연과 풍경, 건축이 조화를 이룬 ‘비조각적 조각’을 순차적인 동선이 없는 네트워크형의 전시 공간으로 연출한다.

    ‘본전시 2-비조각으로’는 성산아트홀 1, 2층에 마련됐다. 다양한 양상의 설치미술과 해체적 조각, 미디어 조각, 관객 참여형 조각을 선보인다. 또 7단계의 전시 동선(Step 1~7)을 짜서 ‘자연-환경-우주-인간-테크놀로지’로 이어지는 인간 문명의 거시적 내러티브와 ‘생로병사’의 미시적 내러티브로 전시 공간을 구성했다. 중국 출신 리홍보 작가의 ‘자연 연작-나무’ 등 총 59개 작품이 선보인다. 눈에 띄는 작품은 지역 빵집인 그린하우스와 스페인 출신 작가 지고르 바라야자라의 콜라보 프로젝트다. 지역작가 양리애, 정택성, 노인우 등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2개의 특별전은 새롭게 조성된 성산아트홀 지하 1층 예식장과 뷔페 공간에 마련했다. 이색적인 공간의 느낌이 작품 감상에 풍부한 영감을 더한다. ‘특별전 1-이승택, 한국의 비조각’은 1980년 자신의 작업을 ‘비조각’이라 천명하며 ‘비조각적인 실험 조각’을 탐구했던 선구적인 한국 조각가 이승택(1932~)의 회고전 성격의 대규모 개인전이다. 새끼줄, 어망, 헝겊, 천 조각, 머리털, 돌멩이, 부표 등 각종 비조각적인 오브제를 조각의 재료로 삼아 만들어 낸 ‘비조각적인 조각 실험’을 선보이는 설치 작품과 아카이브 전시다.

    ‘특별전 2-아시아 청년 미디어 조각’은 국내 20~45세 기획팀을 대상으로 공모를 거쳐 최종 선정된 팀이 같은 연령대의 아시아 청년 작가를 초대하는 특별전시다. 비디오 조각의 21세기형 버전인 미디어 조각이 지닌 ‘비조각으로서의 확장 가능성’을 실험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이승택 作 ‘바람’
    이승택 作 ‘바람’
    강주리 作 ‘shenshen LUo’
    강주리,‘shenshen LUo’  作 ‘ 볼 수 없지만 존재하는, 존재하지만 볼 수 없는

    ◇온라인 전시는 어떻게 만나나= 비엔날레의 감동을 온라인으로 최대한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3차원 입체 형상이 다수인 조각 전시의 특성을 고려해 작품 개별 VR영상을 마련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실제 전시장에서 관람객이 원하는 여러 각도, 거리에 서서 작품을 관람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구현한 것이다.

    작품 개별 관람이 끝나면 2차적으로 준비될 전시관별 동선을 담은 영상을 시청하며 실제 전시장을 걷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영상 속에는 전시관별 진선규 2020창원조각비엔날레 홍보대사, 총감독, 큐레이터들의 음성을 담아 재미를 더했다.

    코로나19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비롯한 부대행사 현장에 함께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서 온라인 영상 서비스는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가이드북 e-service 코너도 준비했다. 이곳에서 보다 자세한 작가별 소개, 작품 소개글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위 온라인 서비스는 창원조각비엔날레 홈페이지 혹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접속하면 만날 수 있다.



    /인터뷰/ 김성호 2020 창원조각비엔날레 총감독

    “10주년 맞은 비엔날레, 과거 돌아보고 미래 준비하길”

    2020 창원조각비엔날레 개막식을 3일 앞둔 14일,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전시 준비에 한창인 김성호(54·사진) 총감독을 만났다. 창원조각비엔날레 10주년을 맞아 역대 감독 중 가장 긴 시간 행사를 준비한 김 감독은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기획했다.

    그러나 행사 준비 막바지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계획은 틀어졌고, 온라인 전시 전환에 따른 예상치 못한 업무도 몇 배 늘었다. 김 감독은 “코로나19로 행사를 잠정 연기하는 것은 근본적 대책으로 볼 수 없다고 생각해 힘들지만 최선을 다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지금은 비엔날레 온라인 전시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하루빨리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돼 현장에서 관객을 만나고 싶은 희망이다”고 말했다.

    -준비는 어느 정도 됐나?

    △오프라인 전시는 개막일에 맞춰 순조롭게 준비 중이며 마무리 단계다. 코로나 19 때문에 20일까지 성산아트홀 내부 전시는 온라인으로 진행하는데, 온라인 전시 서비스는 단계적으로 오픈한다. 온라인 전시 준비를 후반부에 시작했고, 작품이 완성돼야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개막일에 맞춰 모든 것을 보여주긴 어려웠다. 20일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단계로 완화되면 오프라인 전시장도 열 수 있다.

    -행사 중단·연기가 아닌 온라인 전시를 강행한 이유는?

    △비엔날레 출범 10주년을 맞이하는 주요한 시기를 맞아 비엔날레의 미래적 향방을 준비해야만 하는 일을 방기할 수는 없었다. 더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면서 전환되고 있는 문화예술 수용과 향유에 관한 새로운 방식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만 할 시점에 그 책무를 외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인 비조각은 무엇을 의미하나?

    △10주년을 맞은 비엔날레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주제를 비조각으로 잡았다. 부정의 접두사 비(非)가 쓰인 비조각은 자기 부정과 자기 성찰의 용어다. 조각이 스스로를 부정해 비조각으로 변화된 후 조각과 다른 모든 것들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의미다. 비엔날레도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성찰해 봄으로써 10년을 지나는 시점의 미래의 향방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각을 떠올렸을 때 쉽게 가지는 크고 육중하고 견고한 덩어리라는 편견을 깰 수 있는 핵심 키를 찾는 작업을 했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이와 같은 주제에 맞게 공기, 물, 바람, 흙과 같이 가볍거나 유연한 소재를 활용한 작품들이 많다.

    -온라인 전시로 비엔날레를 얼마나 즐길 수 있을까?

    △온라인 전시는 쉬워야 한다는데 중점을 두고 준비했다. 홍보대사인 진선규 영화배우의 친근한 목소리와 사람의 시선에 맞춘 영상을 통해 실제 전시장에서 관람하듯이 둘러볼 수 있게 온라인 전시를 구성했다. 오프라인으로 보지 않으면 작품을 제대로 봤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온라인을 통해 정보를 어떻게 유연하게 만들어서 인간적인 형태로 소통할 수 있느냐를 고민했다. 오프라인과는 또 다른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창원조각비엔날레가 나아갈 방향은?

    △전국에 많은 비엔날레가 있지만 창원은 조각이라는 지역의 특화된 주제가 강점이다. 여느 곳보다 창원의 비엔날레가 계속 성장해 나갈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창원시에서 비엔날레를 통해 해외의 예술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지역민들에게 선사한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또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이를 계기로 차후 비엔날레에서는 온라인 콘텐츠를 더욱 강화해서 개발하면 좋을 것 같다. 코로나19가 없어지더라도 온라인 전시는 미술계에서 계속 도전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글= 조고운 기자, 사진= 성승건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조고운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