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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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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보는 경남의 명소] (6) 하동 쌍계사 일주문

하루를 한 시간에 사는 저 붉음의 뜨거움이라니

  • 기사입력 : 2020-12-01 08: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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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쌍계사 단풍


    마크 트웨인은 인간만이 얼굴을 붉힐 줄 안다고 했지만

    盛夏의 푸르름과 열병을 삼킨 속앓이가 얼마나 컸으면

    저리도 붉은 마음을 한꺼번에 토해내는 걸까

    부끄러움은 장미보다 강렬한 매혹의 홍조를 띤다는데

    적당히 아는 척 어수룩한 코로나 파시즘 우산 아래

    정의와 공정의 이파리들이 측은지심을 흔들고 있다

    감히 손을 댔다간 늑골 아래 큰 상흔을 만들까 두렵고

    하루를 한 시간에 사는 저 붉음의 뜨거움이라니

    메마른 대지에 바치는 낙하의 숭고한 몸 사름이라니

    평화를 사러 돈다발을 들고 북으로 가는 사람아

    단풍의 마음을 받아 그 열렬함에 고개를 숙이시라

    내가 서 있는 이곳이 어디인지 엄숙히 돌아보시라

    존재의 본향 흙으로 돌아가는 간절함에 삼가 경배하시라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게 이렇게 슬프다


    ☞ 쌍계사는 하동 화개 십리 벚꽃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절로, 칠불암과 더불어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안내문을 보면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의 본사로 43개의 말사를 관장하며 4개의 부속 암자가 있고,

    723년(성덕왕 22)에 의상의 제자인 삼법이 당에서 귀국하여 육조혜능의 정상을 모신 뒤 옥천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고 한다. 하동 야생차의 시원으로 알려져 있다.

    886년(정강왕 1) 쌍계사로 절 이름을 바꾸고,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1632년(인조 10)에 벽암이 중건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봄과 가을에도 좋지만 겨울에도 나름의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라 계절을 가리지 않고 자주 찾아 마음을 달랬던 기억이 있다.

    근래에는 토지문학제와 관련해 악양 평사리 박경리문학관과 최참판댁도 들르게 되어 지리산의 기를 받는다.

    얼마 전에는 지난번 수해로 재개장한 화개장터도 둘러보고, 칠불사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쌍계사에 들러 가을의 정취를 느끼고 왔다.

    시·글= 이월춘 시인, 사진= 김관수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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