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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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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먹는다는 것- 정수학(밀양아리랑 소리꾼)

  • 기사입력 : 2020-12-21 20:3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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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매일 밥을 먹는다. 좋은 날, 궂은 날,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끼니를 찾아 밥을 먹는다. 생명을 부지하겠다는 무의식적인 본능을 좇아 하루 세끼를 꼬박 챙겨 먹는다.

    먹는 것은 일상적이고 사적인 행위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인간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이기도 하다. 종교가 먹는 행위를 의례의 한 부분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먹는 행위는 분명 생존, 그 이상의 신성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인간의 삶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행위만큼 신성한 노동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인간의 먹거리는 태양과 물과 토양의 은혜가 결합되어 주어지는 축복이 아닌가? 음식을 먹음으로써 인간은 우주의 순환이라는 거대한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스턴트 식품에서 우리는 그런 신성함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그것들은 강력한 맛으로 인간의 혀를 유혹하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식료품을 만드는 업자들은 소비자의 건강보다 이익을 생각하기 때문에 이익을 우선할 수밖에 없다. 농업의 최종 귀착지, 바로 ‘먹음의 주체’인 인간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오신채(五辛菜)’라 하여 불가에서 금하는 다섯 가지 음식물이 있다. 마늘과 파, 부추, 달래, 흥거의 다섯 가지가 그것이다. 자극이 강하고 냄새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음식을 공양하면 평정심을 떨어뜨리고, 몸에 냄새를 나게 만들어 청정한 몸과 마음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이런 음식물을 금하게 한 이유다. 오신채는 속간(俗間)에서 식욕을 돋우고 정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는 강장제로 알려져 있는 음식물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혀끝을 녹이는 데, 강력한 맛을 내는 갖은 종류의 화학조미료를 동원한다.

    자연의 순환에서 얻어지는 건강한 밥상을 통해 건강한 삶을 지키고 가꾸는 일이 먹는다는 행위의 기본이 돼야 한다. 인간이 자연의 한 존재로서 자연의 순환기능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리고 식사를 간단히 준비하자. 거기서 아낀 시간과 에너지는 시를 쓰고 음악을 즐기는 데 쓰자. 건강한 음식은 몸과 영혼을 건강하게 지켜주기 때문이다. 먹는다는 것은 건강한 삶을 지키고 맑은 영혼을 유지시켜주는 힘이다.

    정수학(밀양아리랑 소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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