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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9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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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가창오리 군무의 추억- 양해광(창원향토자료전시관장)

  • 기사입력 : 2021-01-14 20: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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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원시 동읍 대산면 평야에 펼쳐져 있는 주남저수지는 동양 최대의 철새도래지로 널리 이름난 곳이다.

    철새도래지의 명성이 붙게 된 데는 천연기념물인 고니류, 두루미류를 비롯한 기러기류도 있지만 무엇보다 수만 마리 떼 지어 환상적인 군무를 펼치는 가창오리의 덕분이 아닐까 한다.

    1980∼90년대 주남저수지를 찾았던 수많은 사람들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 무렵, 갑자기 회오리바람 같은 날갯짓 소리에 놀라 하늘을 쳐다보며 발걸음을 멈췄던 기억이 있을 줄 안다.

    가창오리는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겨울철새 중 가장 군집성이 강한 철새로써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등록돼 있다. 기러기목 오리과에 속하는 가창오리는 몸길이 약 40㎝ 내외로 몸 전체가 갈색이나 수컷의 머리는 노란색, 검은색, 녹색이 태극무늬로 조화를 이룬 모습이 예쁘기 그지없다.

    해마다 겨울이면 주남저수지를 찾아오던 가창오리는 2008년 11월 하순경 무려 10만 마리에 가까운 무리가 찾아와 장관을 이루다 2009년 1월 초순경 갑자기 사라진 이후 지금껏 많게는 수천, 적게는 수백 마리씩만 관찰되다 사라지기를 반복해 오고 있다.

    예쁜 모습과 경이로운 군무의 매력을 가진 가창오리는 경계심이 많은데다 밤중에 들판으로 나가 곡식낟알이나 풀씨 등을 먹는 생태특성상 탁 트인 들판이 부근에 있어야 하는데 주남저수지는 그들의 서식에 알맞은 곳이었다. 그러나 2010년대 전후로 인근 들판에 띄엄띄엄 들어선 농가주택, 비닐하우스, 그리고 농로가 확장 정비되면서 밤낮을 불문하고 통행하는 차량 때문에 겁 많은 가창오리는 기어이 떠나고 말았다.

    인접 들판 한가운데로 가로지른 2차선 포장도로를 두고 굳이 기껏 200∼300미터 가까운 거리인 농로 통행을 선호하는 주민들이 영농기도 아닌 이 겨울철 가창오리의 먹이활동시간인 야간만이라도 통행을 자제해 준다면 다시금 가창오리가 주남저수지를 찾을 것이므로 인접마을 주민들의 자발적 협조가 절실하다. ‘사람보다 철새가 더 소중한가?’라고 더러 항변하지만 그럴 리가 있으랴, 철새의 서식 여부는 철새보다 소중한 사람 사는 세상의 환경지표여서 철새를 들먹이는 것일 뿐이니까.

    양해광(창원향토자료전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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