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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6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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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집콕’의 지혜- 안상헌(애플인문학당 대표)

  • 기사입력 : 2021-01-18 20: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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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한 나라와 부유한 나라 사람 중 누가 더 행복할까? 통계 자료는 일관성이 없다. 가난한 나라가 행복하다는 결과도 있고 부유한 나라가 행복하다는 결과도 있다. 사실 이런 조사는 큰 의미가 없다. 행복은 결국 ‘내가 어떻게 느끼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단칸 월세방에 네 식구가 모여 살았다. 연탄불로 난방을 하고 물통을 데워 세수를 했다. 간밤에 연탄불이 꺼지면 아침에 얼음물로 세수를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화장실도 함께 썼다. 주인집까지 다섯 집이 함께 사는 판자촌에 화장실이 딸랑 하나였는데 남자칸과 여자칸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도 크게 고통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웃들도 그렇게 살았기 때문이었다. 연탄불이 꺼지면 불을 빌려주고, 정전이 되면 한 집에 모여 앉아 밤이 늦도록 이야기를 나눴다.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 정도였지만 사생활 침해 같은 걸로 시끄러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느 날 친구의 집에 갔다가 못 볼 것을 보고 말았다. 아버지가 은행 부지점장이라고 했던 친구의 집은 콘크리트로 지은 집이었다. 놀라운 것은 돌이 전시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왜 돌을 수집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최근 그 비슷한 돌을 영화 ‘기생충’에서 발견했다. 친구는 자기 방도 있었다. 그리고 침대도. 그 후 친구가 다르게 보였다. 옷도 다르고 행동도 다르고 씀씀이도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부러워졌다. 볼 필요가 없는 것을 본 탓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는 상대적 박탈감의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것에 관한 자기만의 해법을 제시한다. 그 해법은 사람들에게 떨어져서 조용히 지내는 것이다. 이른바 ‘집콕’이다. 물론 혼자는 아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 오순도순 사는 ‘함께 집콕’이 그의 해법이다.

    에피쿠로스는 왜 대중에게서 멀어지라고 했을까? 쓸데없는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보지 않아도 될 것, 듣지 않아도 될 것에 지나치게 노출된다. 도움이 되는 정보도 있지만 마음을 괴롭히는 경우가 더 많다. 이른바 정보과잉이다. 그렇다고 정보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가려내는 현명한 태도가 필요하다.

    안상헌(애플인문학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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