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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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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문제는 미각이야- 변영호(거제 국산초등학교 교감)

  • 기사입력 : 2021-02-16 19:5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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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들이 지구에게 뜨거운 마스크를 채웠다. 지구는 폭우와 가뭄, 태풍과 미세먼지로 자기가 쓴 마스크를 사람들에게 확인시킨다. 코로나19는 지구가 쓴 마스크 안에 고인 독한 냄새다. 코가 고생이 많다.

    후각은 가장 동물적 감각이다. 동물은 끊임없이 자기 냄새를 남기며 자기 존재를 알린다.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코를 킁킁거린다. 수나비는 몇 킬로 떨어진 암나비의 냄새를 따라 암컷을 찾아 날아간다. 후각은 동물에게 가장 중요한 생존 감각이다.

    인간은 시각에 의존하는 동물이다. 문명화된 인간은 후각과 청각의 능력을 버렸다. 코를 벌렁거리는 것은 미개인이나 하는 일이다. 과도하게 후각에 집착하는 사람을 변태나 미친 사람으로 대접한다.

    인간이 집착한 것이 있다. 미각이다. 특히 육식에 집착은 광적이다. 고기 생산량은 2050년까지 지금보다 75%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기 생산을 위해 열대우림을 파괴해 곡물 생산지로 만들었다. 이렇게 생산된 곡물의 41%를 사람이 먹고, 가축이 31%를 먹는다. 8억4000만명이 굶주리고 있지만, 우리가 생산한 식량의 1/3을 쓰레기통에 버린다.

    육류의 생산과 소비가 기후 위기의 주요 원인이다. 농업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72~78%가 축산업에서 발생한다. 탄소를 흡수하는 열대우림은 축산업 때문에 1990년 이후 70~80%가 사라졌다. 육식의 변화 없이 에너지시스템과 탈산소만으로는 기후 위기를 멈출 수 없다.

    미각, 먹는 것에 집착한 이유를 우린 안다. 우리는 먹는 것, 먹는 방법, 먹을 것을 생산하는 방법을 달리해 동물과 완벽하게 다른 존재가 되고 싶었다. 오만해진 인간은 동물적 감각을 지우고 자연에서 탈출했다. 인간의 자연 탈출기가 완벽한 실패로 끝나고 있다.

    ‘인간은 동물이다. 자연에서 탈출할 수 없다’ 지구는 마스크에 고인 냄새로 분명히 말한다. 인간은 오만과 교만함 때문에 버렸던 미각과 후각을 회복해야 한다. 다시 자연 속에서 과일의 달콤함을 탐했던 입으로, 풀냄새와 꽃내음 맡았던 코를 회복하는 날, 그날이 지구가 마스크를 벗는 날이다. 호모사피엔스가 쓴 마스크 해방일은 아직 멀었다.

    변영호(거제 국산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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