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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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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교육정책과 학력- 김상권(전 경남교육청 학교정책국장)

  • 기사입력 : 2021-02-21 20: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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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전에는 학력을 ‘학교나 여타 교육기관에서 일정기간 특정 교과목을 학습해서 얻은 지식이나 기능의 양 또는 정도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경남의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학력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다. 초등학교 6년 동안 학력을 알아볼 수 있는 시험이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1 때 실시하는 자유학기제를 자유학년제로 운영함으로써 사실상 중학교 1학년에서도 시험은 없어졌다. 따라서 7년 동안은 자녀의 학력이 중간은 되는지 부족한지 알 수 없어 학부모들은 불안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그럼에도 교육청에서는 학생들이 시험스트레스와 한 줄로 세우는 교육에서 해방돼 행복하다고 자랑한다. 정말 학생들이 행복한지, 선생님과 학부모님의 생각도 같은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학력의 중요함은 국가인재양성 차원에서 논의돼야 하고, 학교에서는 학력향상을 인성교육과 함께 학교교육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필자도 학생들의 스트레스와 한 줄로 세우는 교육을 찬성하지 않는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운동을 통해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학년(4·5·6학년)부터는 자신의 학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알 수 있어야 한다. 이 시기에 기초학력이 부족하면 중·고등학교에서 만회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초가 너무 부족해 중학교 과정부터 다시 지도해야 한다’는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하소연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교육정책 책임자의 교육관과 학부모의 경제력이 학력에 영향을 주는 것도 큰 문제이다. 실제로 지난해 등교수업이 제한될 때 학부모의 경제능력에 따라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했고, 수능에서도 중간등급이 많이 줄었다는 언론보도를 본 적이 있다. 이것은 빈부차이에 따른 학력격차를 의미하고, 학교교육의 중요함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현재의 평준화정책은 하향평준화를 조장해 학력을 저하시키고 있다는 걱정의 소리도 있다. 따라서 예전처럼 학교에서 수월성교육이 가능하도록 평준화정책을 보완해야 한다. 소수 20%가 전체를 먹여 살린다는 파레토 법칙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개천에서도 용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김상권(전 경남교육청 학교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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